“K9, 최고급 세단다운 면모 갖췄다”

독자와 함께 만드는 시승기, K9 2014

 

기아자동차 최고급 세단 'K9 2014' / 사진 = 기아자동차 제공

<이코노믹리뷰>는 자동차 시승기를 독자와 함께 만들어갈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자동차 이야기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김상곤 씨(48세)와 국산차 K9을 타봤다. 김상곤 씨는 대학 2학년부터 겔로퍼를 시작으로 스포티지, 크레도스, 쏘나타를 비롯해 현재의 그랜저TG까지 24년간 모두 6대의 차량을 보유했었다. 평소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 모델과 가격, 주요 기능과 재원까지 줄줄이 꿰고 있다. 기자와 김 씨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을 출발해 북악스카이웨이를 지나 은평구, 송추, 도봉구, 성북구를 거쳐 다시 복귀하는 코스로 북한산을 크게 한 바퀴 돌며 2시간 넘는 드라이빙을 함께했다.

K9에 대한 김 씨의 총평은 “정숙함, 승차감만큼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였다. 짧은 드라이빙이었지만 고급 세단으로서 면모를 갖추었다고 느껴지고 가격만 조금 더 낮춘다면 패밀리카로도 고려해봄 직하다고 했다. 드라이빙 초반만 해도 회사 중역이나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탐 직한 차라고 했던 그였다. 김 씨는 다음 차로 조만간 신형 제네시스를 구입하고 싶어 하지만, K9도 나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자와 함께 'K9 2014'를 시승한 독자 김상곤(48세) 씨 / 사진 = 박재성 기자

“K9, 정숙함, 승차감 탁월하다”

김상곤 씨는 AS 때문에 국산차를 고집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AS 처리 속도나 부품 가격이 수입차보다 현대, 기아차가 낫다는 것. 김 씨는 차를 구분할 때 독일차처럼 주행감에 방점을 찍은 차인지 아니면 일본차처럼 안락한 승차감에 방점을 찍은 차인지로 나눈다. 개인적으로는 운전하는 재미, 즉 주행감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 차로 신형 제네시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K9에 앉아 그가 처음 한 말은 “시야가 탁 트여 좋다. 사이드미러도 큼직한 것이 맘에 든다”였다. 그러면서도 “전반적으로 그랜저에 비해 묵직하면서 안정감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아무래도 연세가 많고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는 사회적 지위가 높으신 분들을 위한 차가 아닐까” 하는 의견도 내놓았다. 그런 그가 2시간 넘는 주행을 마치고 내린 평가는 “승차감, 안정감, 정숙함만큼은 탁월하다. 특히 신호대기 중에는 시동이 꺼져 있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고 했다. 운전 내내 반복해서 한 말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비포장 도로에서도 서스펜션(충격방지)은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주행을 할수록 평가가 달라진 부분도 있었다. “처음에는 묵직한 느낌이었는데 속도를 내보니 조향성이 탁월하다. 유격이 없다고 할까 핸들을 조작할 때 미세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 좋다”라고 말했다. “일부러 급브레이크를 밟아보니 민첩하게 반응하면서 자동으로 비상등까지 들어오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주행을 마치고 다시 차량에서 내려 외관을 꼼꼼히 살펴본다. “가격적인 면에서 본다면 경쟁 차종으로 BMW 5 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라고 생각했는데 그 상위 차종과 견줄 만하다.” 시승을 마친 김상곤 씨의 평가는 후하게 바뀌었다. 최고급 대형세단으로서 면모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총평을 별로 준다면 “별 5개 중에 4개”라고 했다. 별이 한 개 부족한 이유는 “아직도 애매한 가격경쟁력” 때문이라고 했다.

K9 2014 실내 인테리어 / 사진 = 기아자동차 제공

“운전자를 위한 차인가? 뒷좌석 00님을 위한 차인가?”

K9은 기아자동차의 최고급 사양이다. 현대기아차에는 큰 형님 에쿠스가 있고 떠오르는 신예 제네시스도 인기다. 그 사이에 K9이 있다. 에쿠스가 전형적인 뒷자리 00님을 위한 차라면 제네시스는 운전자를 위한 차다. 그렇다면 K9은?

주말에 눈이 참 많이 내렸다. 대형 세단은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 후륜 구동을 선택한다. 그래서 눈길에서 전륜 구동을 선택한 다른 기종들보다 더 취약하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무게 때문이다. 엔진 등 주요 부품이 들어 있는 앞쪽에 비해 텅빈 트렁크는 눌러주는 힘이 부족해 눈길이나 진흙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것. K9에는 노멀, 스포츠, 에코 등 3가지 드라이모드 외에 스노 모드가 더해졌다. 눈길 빙판길에서 스노 모드를 작동하니 페달을 밟아도 평소보다 묵직한 느낌이 들면서 노면에 안착해 주행한다는 느낌이 든다. 확 튀어 나가는 느낌으로 변하는 스포츠 모드와 정반대다. 그럼에도 눈 쌓인 주차장에서 주행 중, 작심하고 핸들을 틀어보니 차체 뒤가 돌아가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상시 4륜구동 장착이 아쉬운 대목이다.

아쉬운 부분은 또 있다. 외관을 쿠페처럼 뽑아내다 보니 차체가 낮다는 느낌이 든다. 중후함보다는 날렵함을 선택했을 터인데, 타고 내릴 때 머리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또 주 고객층인 50, 60대 소비자들이 그 많은 퍼포먼스 기능을 익히고 사용하기란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좋은 성능, 승차감도 좋지만 운전자를 위한 차인지, 뒷좌석 00님을 위한 차인지 정해야 하지 않을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엔 몸집이 크고 무거워 보인다.

‘K9 2014’는 전장 5090mm, 전폭 1900, 전고 1490mm의 크기로 출력과 토크는 3.3모델 300마력 36.5kg∙m, 3.8모델 334마력 40.3kg∙m이다. 연비는 3.3 모델 9.6km/L(8.1~12.3km/L), 3.8 모델 9.3km/L(8~12km/L)이며 모두 자동 8단변속 기어를 채택했다.

가격은 3.3모델의 경우 프레스티지 4990만원, 이그제큐티브 5590만원이다. 3.8모델의 경우 노블레스 6260만원, VIP 6830만원, RVIP 783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