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덥고 습한 여름, 우리 주변에 가득한 제철 채소로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보자. 여름 햇살을 받아 검보랏빛이 더 강렬해 보이는 가지를 활용한 무침이나, 달고 사각사각한 질감과 뛰어난 영양을 지녀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활용되는 연근, 자루째 쪄서 먹으면 단맛이 우러나오는 옥수수는 식사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26노화방지에 효과적인 가지

늦봄부터 초가을까지가 제철인 가지는 저열량, 고식이섬유, 고칼륨 웰빙식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 밥상에 자주 오르고 있다. 생가지 100g당 열량이 16kcal에 불과해 체중감량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식이섬유가 풍부해 금세 포만감을 준다. 식이섬유는 장(腸) 운동을 도와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성분이다. 혈압 조절을 돕는 칼륨과 기형아 출산을 예방하는 엽산(비타민 B군의 일종)이 풍부한 것도 매력이다. 가지의 보라색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은 노화의 주범인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물질로 항암 효과도 기대되는 피토케미컬(식물성 생리활성물질)이다. 주로 꼭지와 껍질에 들어 있으며 가열해도 잘 파괴되지 않는다. 가지의 영문명은 재미있게도 ‘eggplant’(달걀식물)이다. 가지를 처음 본 유럽인들이 달걀과 비슷하 게 생겼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거쳐 전래됐다. 중국의 고의서 ‘본초강목’엔 “가지가 피를 맑게 하고 통증을 완화시키며 부기를 빼준다”고 기록돼 있다. 일본인 은 오래전부터 치통과 잇몸병을 호소하는 사람의 식탁에 가지절임을 올렸다. 가지로 치약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가지 꼭지 분말에 소량의 소금을 넣어 치약 대신 사용하거나 시판되는 치약에 분말을 섞어 쓴다. 하지만 몸을 차게 하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에 냉증이 있는 사람이나 임산부는 피하는 것이 좋으며, 설사를 자주 하거나 소화가 안 되는 사람도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가지를 섭취할 때 기억해야 할 점도 있다. 잎은 독성이 강하므로 먹어선 안 된다. 또 가지는 떫은맛이 강하므로 물에 잘 헹군 뒤 조리해야 한다. 찐 가지는 바로 물에 담가야 변색을 막을 수 있고 떫은맛도 사라진다. 식품 알레르기도 유발할 수 있다. 식용유에 튀겨 먹으면 열량이 엄청 오른다. 가지의 지방 함량은 100g당 0.1g에 불과하나 다른 채소보다 지방을 훨씬 많이 흡수한다는 것이 문제다. 호주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가지에 식용유를 두르고 볶으면 70초 만에 지방을 83g이나 빨아들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지 요리의 열량은 700kcal를 상회한다. 따라서 가지는 가급적이면 기름을 적게 사용해 조리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27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연근

연근의 주성분은 탄수화물(대부분 녹말)이며, 비타민 C(항산화 효과)와 칼륨(혈압 조절)도 상당량 들어 있다. 물에 녹지 않은 불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다는 점도 돋보인다. 식이섬유는 배변을 용이하게 해 변비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장내 발암·유해 물질 배출을 촉진해 대장암, 동맥경화, 고혈압 예방 효과도 기대된다. 연근을 자를 때 보이는 끈적끈적한 ‘실’ 같은 것의 정체는 단백질의 일종이자 점액 성분인 무틴(mutin)이다. 토란, 청국장, 나토, 오크라 등에도 함유된 무틴은 위벽을 보호하고 단백질, 지방의 소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체내에 당질이 들어오면 무틴이 들러붙어서 분해되는 속도를 억제하므로 혈당 조절에도 유익하다. 또 연근에 들어 있는 타닌(항산화 성분으로 카테킨이라고도 함)은 소염, 지혈 효과가 있어 점막부위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피를 멎게 한다. 위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 소화기에 염증이 있거나 코피가 잦은 사람에게 연근 반찬을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연근은 색깔이 희고 부드러우며, 무겁고 구멍이 적을수록 상품이다. 연근을 자르면 절단부위가 검어지는데 이는 타닌이 산화되기 때문이다. 식초 물에 담가두면 변색되지 않는다. 또 씹히는 느낌이 아삭아삭해지고 떫은맛이 사라져 맛이 한결 좋아진다. 남은 연근은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일주일은 보관이 가능하다. 조리할 때 철제 냄비에 삶으면 색이 검게 변하므로 피한다. 연근껍질을 벗긴 뒤 강판에 갈고 거즈 등을 이용해 짜면 연근 즙이 얻어진다. 독특한 향 때문에 연근즙을 먹기 힘든 사람은 꿀을 넣어 마셔도 괜찮다.

28비타민과 철분, 미네랄이 풍부한 옥수수

옥수수는 쌀, 밀과 함께 세계 3대 곡물로 꼽힌다. 17세기경 한반도에 들어왔다. 중국 강남에서 왔다 하여 ‘강냉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옥수수를 자루째 쪄 먹는다. 쪄 먹는 옥수수는 덜 익었다고 해서 풋옥수수라고 한다. 완전히 익은 옥수수는 알맹이가 단단해져 푹 쪄도 씹기 힘들다. 그래서 가루를 내어 가공용으로 돌린다. 풋옥수수는 찰옥수수, 단옥수수로 나뉜다. 당도가 높으면 단옥수수, 찰기가 있으면 찰옥수수다. 단옥수수보다 더 달면 초당옥수수다. 씹을 때 알갱이가 쉽게 뭉개지면 단옥수수 또는 초당옥수수, 단단한 알갱이가 모양을 유지한 채 자루에서 쏙쏙 빠지면 찰옥수수다. 옥수수는 전분(녹말)이 주성분인 고(高)탄수화물 식품이다. 식이섬유(변비 예방)와 비타민 B1(정신 건강에 유익), 엽산(기형 예방) 등 비타민, 칼륨(혈압 조절), 철분(빈혈 예방)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것이 영양상의 장점. 단백질 함량은 100g당 3.8~11.5g으로 꽤 높은 편이지만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거의 없고 라이신도 전혀 없어서 불완전단백질에 속한다. 단백질의 질을 나타내는 단백가가 42로 곡류 중 가장 낮다. 옥수수를 섭취할 때는 콩(라이신 풍부)이나 우유(트립토판 풍부) 를 곁들이라고 권장하는 것은 이래서다. 옥수수 하나에 700~1,000개 달려 있는 수염도 쓰임새가 많다. 한방에선 신장염, 당뇨병 약재로 쓴다. 옥수수 수염엔 이뇨성분이 있어 몸의 부기를 빼고 싶을 때 먹으면 효과적이다.

본 기사는 건강소식 제 2013.8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