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문턱인 6월은 그야말로 허브의 절정기다. 허브라면 흔히 외국 들풀만을 떠올리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옛 어른들이 장독대 주변의 퀴퀴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심은 백합이나 박하 등도 좋은 허브이고, 단옷날 머리 감을 때 쓰던 창포도 허브의 한 종류다. 수많은 종류만큼이나 효능도 제각각인 허브. 올여름은 싱그러운 허브와 함께 시작해보자.

향의 여왕, 라벤더

라벤더는 로마시대부터 향수와 향료의 원료로 쓰일 정도로 강한 향을 자랑한다. 풍부한 향 때문에 포푸리나 차를 만드는데 주로 쓰인다. 재밌는 사실은, 라벤더가 원래는 향이 없는 식물이었다는 것. 성모마리아가 이 꽃덤불 위에 아기 예수의 속옷을 널어 말린 후부터 향이 생겨났다는 얘기가 전한다. 꽃봉오리가 열렸을 때 잎을 2개 정도 달아서 자른 다음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서 말려 고기요리나 샐러드 등에 넣으면 향을 북돋워준다. 말린 라벤더를 장롱 속에 넣어 두면 살균과 방충 효과도 발휘한다. 특히 라벤더 향이 숙면을 돕기 때문에 이불이나 침구류 등에 말린 라벤더를 두거나 취침 전에 차로 우려 마시면 좋다. 꽃말은 침묵.

상쾌하고 청량감 있는 민트

민트는 우리에게는 박하로 익숙한 허브다. 주성분은 멘솔인데 상쾌한 향과 청량감이 있다. 살균, 방부작용이 뛰어나고 구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오래 전부터 치약재료로 쓰였다. 민트 종류 중 페퍼민트는 두통이나 설사를 다스리는데 효과적이고, 스피아민트는 목욕용품이나 로션으로 많이 사용된다. 애플민트는 사과 맛이 나기 때문에 생식도 가능하다. 감기에 걸렸을 때 민트 차를 마시면 감기 예방은 물론 소화에도 도움을 준다.

두통 해소에 좋은 가정상비약 캐모마일

달콤한 사과향이 특징인 캐모마일은 기원전 1550년경 고대 이집트시대에 작성된 문서에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허브다. 강한 진정작용을 해 불면증이나 두통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유럽에서는 감기기운이 있거나 두통, 피로를 느낄 때 캐모마일 차를 가정상비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미용효과가 뛰어나 피부를 매끄럽게 하므로 고급비누나 바디워시용품 원료로 도 애용된다. 꽃말은 강인함.

요모조모 쓸모 있는 로즈마리

로즈마리는 고대 이스라엘과 그리스, 이집트 등에서 종교의식에 쓰던 성스럽고 귀한 향료식물이다. 원래 하얀색 꽃이 폈는데 성모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이집트로 도망가던 중 로즈마리 덤불에 긴 옷을 걸쳐놓고 휴식을 취하자 청결한 청색으로 변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그리스신화에는 바다의 물거품에서 탄생한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에게 봉헌한 꽃으로 등장한다. 초여름에 연한 보라색 꽃이 피고 잎에서 상쾌한 향기가 나는 로즈마리는 뇌신경을 자극하고 혈행을 촉진하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줄기, 꽃, 잎 모두 요리나 차, 입욕제, 화장수, 방향제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쓸모가 많은 허브다.

본 기사는 건강소식 제 2013.6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