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그 길을 걸으면 풀냄새가 난다. 곳곳에 촉촉한 수분감과 흙내음이 가득하다. 초록빛 새순이 어느덧 자라 나무들은 새 옷을 입었다. 나무 곁에서는 이름 모를 곤충이 먹이를 나르고 새들이 지저귄다. 많은 사람들이 초목이 우거진 길을 걷는데 빠져드는 이유는 자연에 몸을 맡기고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점 아닐까.15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작가 쉘 실버스타인이 세상에 내놓은 유명한 이야기,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는 제목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등장한다. 이 이야기에서 나무는 ‘소년’으로 대변된 우리들에게 좋은 대상을 의미한다. 나무는 소년이 어렸을 때에는 마음껏 오르락내리락하며 함께 노는 대상이 되어주고 더 커서는 나무를 이용하여 생계를 꾸려나가도록 도움을 준다. 소년은 이 나무를 통해 성장 해나가고 세상 밖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삶의 이런저런 굴곡을 지나고 난 후, 세상살이에 지치고 힘들어 휴식과 치유가 필요한 순간 나무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때에도 나무는 소년에게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밑동을 내어주며 기대어 쉴 수 있는 대상이 되어준다. 이런 나무가 있기에 소년은 구김살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먹고 살 걱정을 덜게 되고 편하게 쉬며 지쳐있던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이야기 속에서 나무는 우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대상으로 표현된다.

초목이 우리에게 주는 것

나무는 많은 이에게 휴식을 의미한다. 나무를 나타내는 한자어도 사람이 기대어 쉬는 모습이다. 순간순간 변해가는 세상사와 숨 가쁘게 진행되는 여러 가지 일들, 또 내 뜻대로 안 되는 관계에 절망스럽고 혼란스러운 순간마다 우리는 나무에 기대어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매일 앞으로 나가야 하고 하루하루 다른 과제를 처리해야 하느라 항상 움직이는 중인 우리와 달리 나무는 한결같다. 한 곳에 든든한 뿌리를 내려 늘 같은 자리에 서서 두 팔을 하늘 위로 향해 뻗은 채 많은 생명체들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준다. 일상의 쉼표가 되는 휴식처를 선사하는 동시에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다.나무는 늘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초봄의 씨앗에서 시작하여 연둣빛의 여린 잎사귀를 내비쳤다가 여름에는 단단하고 청아한 초록 옷을 입고 또 가을에는 결실과 만개의 붉은 빛을 내뿜었다가 겨울이 되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만개를 기다리며 계절의 순환을 따라가는 나무의 모습은 우아하고 감동적이다. 큰 것은 보지 못하고 사소한 것에 단단히 매여있고 흘러가기보다는 저항하려 애쓰다가 자주 힘들어지고 넘어지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 자연스레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등산 가방을 들쳐 메고 초목을 찾아 산으로, 들로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 몸과 마음에 필요한 위로를 어디에 가면 얻을 수 있는지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뿐만 아니라 집 안에서 오래 곁에 두고 보는 초목들도 우리에게 잔잔하지만 큰 위로가 된다. 보통 공기 정화, 인테리어 효과를 염두에 두고 초목을 키운다고 말하지만 초목은 심리적 건강에도 큰 몫을 한다. 양로원에서 요양 중인 노인을 대상으로 한 초목의 심리 치유적 효과에 대한 유명한 실험을 살펴보면, 나무를 기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나무를 기르면서 얻은 행복감과 성취감이 우리 몸을 더 튼튼 하게 해준 것이다.

16무조건 나가 걷자

심리 치료의 영역 가운데 특히 치료가 어려운 영역이 바로 중독이다. 그런데 이런 중독을 치료하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간단한 방법이 바로 산책이다. 무조건 나가 걷는 것이다. 걷다보면 우리 뇌가 자극되고, 우리 마음은 건실하고 참신한 생각으로 가득 차기에 산책은 생각보다 치유적 효과가 크다. 그런데 꼭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중독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중독과 집착, 상처와 권태로 인해 지치기 마련이다. 그럴 때 초목이 우거진 숲을 산책한다면 그 산책의 효과는 배가 된다.요즘엔 날도 좋다. 시간이 날 때마다 무조건 나가 걷자. 멀리 나갈 필요도 없다. 우리 주변에 있지만 눈길도 마음도 주지 못했던 초목에게 인사하며 걷다보면 그것만으로 우리 마음에 잔잔한 힐링타임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본 기사는 건강소식 제 2013.4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