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단열재 활용 기법…한국과학기술평가원 10대 미래 유망기술로 꼽혀

경기도 양평은 예로부터 손꼽혔던 살기 좋은 곳이다. 주변이 강과 산에 둘러싸여 있다. 말 그대로 배산임수를 중시하는 풍수지리의 명당이다.

행정구역 상 경기도에 속하지만 수도권과 접근성도 높다.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터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 터를 이루고 살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양평을 중심으로 전원주택이 많은 자리 잡은 이유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법. 대부분의 전원주택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한 패시브 하우스가 주를 이룬다.

이런 가운데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승부를 건 사람이 있다. 윤인학씨가 주인공이다. 그는 톱밥을 이용하면 패시브 하우스 건설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패시브 하우스는 단열이 잘 되고 열 교환율이 낮아야 한다. 주로 스티로폼이 활용되고 있지만 자체가 친환경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가격도 비싸다. 친환경적이고 저렴한 톱밥은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다.”

윤씨의 패시브 하우스는 단열재로 톱밥을 사용했다. 그것도 잣나무 톱밥이다. 잣나무 톱밥은 일반 톱밥보다 2배나 높은 단열 효과를 갖고 있다.

윤씨는 겨울철에도 난방을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톱밥 단열재로 무장된 주택의 열 손실이 최소화 됐기 때문이다.

기존에 단열재로 쓰이던 스티로폼을 대신 할 수 있는 톱밥의 활용은 패시브하우스 건설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렇다면 열에너지를 발산하지 않고 어떻게 난방이 가능한 것일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생태 에너지다. 생태 에너지란 생활 중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사람 체온, 가전제품 사용 시 발생되는 열기가 해당된다.

그는 “패시브 하우스에서 가장 좋은 것은 사람의 체온”이라며 “부부싸움을 해도 열 받아서 집안 온도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19도의 실내에서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0.2도의 온도가 올라갔다.

윤씨의 주택에는 보일러가 없다. 조그마한 석유난로가 전부다. 석유난로는 15도 이하로 떨어진 한겨울에 잠깐 사용하는 용도다. 하루 4시간 정도 석유 4리터를 사용하면 실내 온도를 20~22도까지 유지할 수 있다.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는데도 물 온도는 26도를 유지한다. 톱밥이 발효되며 발생하는 열로 지하실에 있는 물탱크를 데워주기 때문이다. 톱밥의 발효 열은 물의 온도를 최고 40도까지 올릴 수 있다. 추가로 산림부산물과 폐목재, 우드칩 등의 발효도 가능해 온수와 난방, 가스 에너지를 보충한다.

우드칩의 경우 한 번 넣은 뒤 2년 간 사용이 가능하다. 윤씨의 패시브 하우스는 기존 것에 비해 한 단계 진화한 대한민국 1%의 에코 패시브 하우스인 셈이다.

“언젠가 에너지 위기가 온다고 생각했다. 농촌에서 힘든 게 난방비 문제고, 해결하기 위해 기술 발전을 하게 됐다.”

30년 간 건축 사업을 하며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에코 패시브 하우스 탄생의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판에 박힌 듯 한 패시브 하우스의 재료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한 윤씨의 노력은 기술 발전을 이끌어 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은 10년 후 우리 생활의 변화를 주도할 ‘10대 미래 유망기술’ 중 첫 번째로 에코 에너지 제로 건축을 꼽고 있다.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과 상상력이 결합된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에코 에너지 제로 기술의 중요성은 해마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세형 기자 fax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