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특허 동맹’.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맹렬한 기세로 특허 연합군 수를 늘려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구글과 기존 특허 및 향후 10년 간 출원되는 특허에 대한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한 데 이어 이달 6일에는 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구글과 시스코도 10년 이상 장기간 특허를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와 구글‧시스코의 ‘특허 트라이앵글’이 구축된 것이다.

이 외에도 삼성은 올해 들어 다른 기업들과도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도체 패키징시스템 전문업체 테세라와는 2005년에 맺은 특허 공유 계약 기간을 연장했으며, 미국 반도체 업체인 램버스와도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연장했다. 램버스 외에도 에릭슨도 특허 공유 계약을 맺었다.

삼성이 이같이 특허 동맹에 가속도를 올리는 것은 특허 분쟁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지금은 일단락된 램버스나 에릭슨 외에도 애플과 특허 공방을 진행하고 있다. ‘지리한’ 싸움인 특허 소송으로 인한 회사 이미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또한 특허를 보유하고도 상품은 만들지 않고 소송으로만 돈을 벌려는,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Non-Practicing Entity)의 공격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특허 동맹은 향후 불필요하게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줄 수 있는 탁월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IT 등 테크닉 분야에서는 특허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시장을 선도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러다 보니 기술 개발을 하고 특허를 먼저 낼 수록 더 많은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시장이 발전해왔다.

이런 추세 속에서 삼성전자는 특허에 접근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꿨다. 적대가 아닌 공유로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 불필요한 비용 경쟁을 줄이고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체결 성공과 그 입지를 넓혀감으로 인해 상대 회사에서 갖고 있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서 관련 개발에 투자를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특허 공방전이 치열해짐에 따라 CEO나 CIO들은 특허 관리도 하나의 중요한 경영 요소로 꼽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 삼성이 특허를 '적대적 무기'나 '방어'로 선택하지 않고 '공유'의 패러다임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경영의 시각을 한층 넓혔다고 보이기도 한다. 리스크 관리의 방법을 다차원했기 때문이다.

기술 기반의 회사들 사이에서 특허 분쟁에 대한 걱정 없이 제품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더욱 디바이스나 기술들에 혁신을 몰고 올 수 있는 ‘한 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시스코는 2013년 말 기준 미국 등록 특허만 해도 9700여 건에 달할 정도로 기술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통합서버와 무선통신장비·네트워크·단말기 보안·화상회의 시스템 등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 밖에도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대한 중요한 준비를 했다는 평도 있다. 사물인터넷은 다양한 기기에 네트워크 기술이 접목되는 것으로 삼성전자는 차세대 사업으로 지목했다. 삼성은 이미 생활가전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구축한 시점에서 시스코의 네트워크 장비 특허를 가져온 것은 이 업계를 선두할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장비에 네트워크 기술을 접목시키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위해 네트워크, 운영체제 등을 가진 시스코, 구글과 전략적으로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전자도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특허 보유 2위인 업체인 만큼 다른 기업도 손해 보는 계약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