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에서 특정 상품을 검색하면 가격·인기·평점·후기 등의 순서로 정렬된다. 소비자는 해당 상품을 쉽게 비교·선택할 수 있다. 최근 보험업권에도 이와 같은 기능이 있는 인터넷 보험쇼핑몰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은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상품을 추천한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 추천하는 상품은 소비자가 아닌 판매자에게 좋은 상품이라는 지적이다.

똑같은 상품이라면 1원이라도 저렴한 것을 선택하는 게 현명한 소비다. 값이 같다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상품을 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생필품이나 의류, 식품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는 대부분 상품은 가격순으로 정렬된다. 즉, 같은 상품이면 가장 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반대로 비슷한 가격대의 상품 검색도 가능하다.

유통기업들은 소비자가 편리하게 가장 저렴한 상품 혹은 가장 가성비가 좋은 상품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

온라인 쇼핑몰이 아니더라도 비슷하다. 대형마트는 상품의 가격을 표시하는 것은 물론 100g 혹은 10g 단위로 가격을 표시한다. 이런 표시로 전체 가격 차이는 물론이며 용량이 달라도 가격비교가 가능하다. 비슷한 상품이라도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은 어려운 경제용어와 많은 특약 등으로 가성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험대리점을 도입했다. 일명 GA(General Agency)라고 불리는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은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하고 가장 저렴한 상품을 찾아줄 수 있다. 전속설계사들은 그 회사의 상품만 판매 가능하다. 그러나 GA 소속 설계사들은 A·B·C 회사의 상품을 모두 판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 소속 설계사들은 삼성생명 상품만 판매 가능하다. 그러나 GA 소속 설계사는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한화생명이나 교보생명 상품도 판매할 수 있다. 즉, 어떤 회사의 보험이 가장 좋은지 파악, 가장 저렴하면서 소비자에게 맞는 상품 판매가 가능하다.

 

◆ 지속 성장하는 GA

GA는 여러 보험사와 제휴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한 명의 설계사가 생명·손해보험 상품을 모두 판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수의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각 회사의 상품을 비교해 저렴하면서도 보장이 좋은 상품 추천이 가능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2000년대 중반에 도입된 GA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생명보험은 15~20%, 손해보험은 20~25%가 GA를 통해서 판매되고 있다고 분석된다. 또한 보험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 등은 GA와 비슷한 개념인 IFA가 보험은 물론 금융업 판매 최대 채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GA 성장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GA 소속 설계사는 “보험은 물론 대부분 금융상품이 판매하는 회사만 다를 뿐 구성은 대동소이하다”며 “상품 비교가 가능할 정도의 수준 있는 판매 전문가는 대거 GA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GA는 금융소비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비교·추천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도 GA 소속 설계사에게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보험설계사 입장에서도 전속설계사보다 더 많은 모집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보험사는 거대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사업비가 발생하지만, GA는 조직이 그만큼 크지 않고 지원부서보다 판매부서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덕분에 더 많은 수당을 받는다. 따라서 GA가 금융판매의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보험사 소속 전문가들도 이러한 움직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생명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그저 작은 판매 조직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GA가 확대되는 것이 내심 부담스럽다. 판매 건수가 많다 보니 더 많은 수수료는 물론, 상품 개정까지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상품은 어떤 회사든 차별성이 크지 않다. 즉, 특화된 상품을 찾기 어렵다”며 “고능률 설계사들이 더 많은 수수료 등을 목적으로 GA로 이동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형 GA 소속 설계사는 “보험 영업 초기에는 전속 채널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며 “보험사가 GA보다 교육 수준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상품을 비교·분석할 정도로 실력이 쌓이면 GA로 옮기는 것이 현명하다”며 “몇 가지 비슷한 상품 중에서 최적의 상품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도 있으며, 같은 상품을 팔아도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보험쇼핑몰도 확장세

이제는 온라인과 모바일 등에서도 상품 구매가 일반적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보험도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가입 가능하다. 특히 온라인보험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사이트도 있다. 이런 보험판매 전문 사이트는 실손·암·어린이(태아)·종신(정기)·연금·자동차·운전자보험 등 해당 보험상품 카테고리에서 최적의 상품들을 추천한다.

즉, 일반적인 온라인쇼핑몰처럼 상품 카테고리를 찾아 들어가면 판매순위, 전문가 추천순위 등을 통해 한눈에 보험상품들을 비교할 수 있다. 실제로 한 보험비교 사이트는 상품별로 주간·월간 BEST 등을 확인할 수도 있으며, 상품별 가입자 비중을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보여준다.

이 보험비교 사이트 관계자는 “보험시장 전체 상품 판매 분석이 아니라 자사 가입 고객을 분석한 것”이라며 “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보험소비자가 좋은 상품을 선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편의성 때문에 보험비교 사이트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실제로 손해보험 중 장기보험 판매의 약 40%는 GA와 보험비교 사이트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 판매자에게 좋은 상품 추천이 대부분?

그러나 대부분 보험 전문가들은 GA 소속 설계사나 보험비교 사이트를 100%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일부 GA 소속 설계사는 진정으로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집수수료가 많은 상품을 추천한다. 보험비교 사이트 역시 정확한 기준 없이 보험을 비교·추천한다.

실제로 동일한 대형 GA 소속 설계사 두 명에게 종신보험과 변액연금보험 상품을 설계받은 한 보험소비자는 “각각 추천하는 상품이 달랐다”며 “1개월도 되지 않은 시간이기 때문에 소득 등 그 무엇도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추천 상품과 추천 이유가 너무 달라 신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보험 전문가는 “동일한 설계사에게 1개월 이내에 설계를 받아도 추천 상품이 다를 수 있다”며 “보험사가 시책 등을 걸어 더 많은 모집수수료 등 인센티브를 주면 자신의 주머니를 챙기기 위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보험비교 사이트도 비교 기준이 모호하다”며 “누구를 위한 추천상품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전문가의 설명을 요약하면, 보험은 보장범위가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지만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최대한 비슷하게 설정 후 보험료 대비 보장범위를 보면 좋은 상품을 대략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비교 사이트 추천 상품이나 BEST 상품이 어떤 근거에 의해서 선정되고 많이 팔렸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일반 보험소비자는 복잡한 보험을 분석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 추천’이라는 글귀가 붙거나 동일 카테고리 내에 판매 비중이 높으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따라 계약한다. 마치 요리전문가가 추천하는 맛집을 신뢰하는 것, 사람이 줄 서 있는 음식점을 맛집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그는 “생명·손해보험 협회는 까다로운 요건에 맞는 사람만 ‘우수인증설계사’로 선정한다”며 “우수인증설계사 혹은 해지율이 낮은 설계사에게 상품을 추천받는 것이 그나마 나쁜 상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