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한 친구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편지의 제목은 ‘위기 상황’이었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친구에게 ‘갑자기 어려운 일이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열어봤다. 급히 도와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의외였다. 경제가 위기 상황이니 더 정신 차리고, 더 열심히 일하자는 내용이었다.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담겨 있는 편지였다. 제일기획의 허원구 국장이 어디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글인데, 들어본 적이 있는 내용이었다.

첫 번째는 ‘스님에게 빗을 파는 비결’이었다. 한 대기업에서 영업사원 지원자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스님에게 빗을 팔고 오라는 주문을 했다. 기간은 딱 10일이었다. 빗을 팔겠다고 나선 사람은 3명이었다. 10일 후에 실적이 공개됐다. 첫 번째 지원자는 1개의 빗을 팔고 왔다. 정말 대단한 직원이었다. 머리가 가려운 동승에게 판매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두 번째 지원자는 10개의 빗을 팔았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신도들이 머리를 손질하도록 비치해 두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스님에게 한 것이다. 그 스님은 자신에겐 빗이 필요 없지만 신도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빗을 구입한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지원자는 무려 1000개의 빗을 팔아버렸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공덕소 빗(공덕을 쌓는 빗)을 생각했다. 그는 주지스님과 협상을 했다. 절을 찾은 사람이 향을 올리고 나면 스님들이 직접 이 빗으로 머리를 한번 빗겨준 다음, 그 빗을 참배객들에게 기념품으로 증정하게 한 것이다. 공덕소 빗을 나눠준다는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수많은 참배객들이 몰려왔다.

두 번째는 늙어가던 브랜드, 박카스의 회춘 스토리였다. 1995년 박카스의 매출은 1000억원이었고, 97년에는 1500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매출실적은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와르르 무너졌고, 더 큰 문제는 박카스 고객의 노후화였다. 고객의 대부분이 40~50대 아저씨들인데, 이들이 10년 후에까지 박카스를 마신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젊은 층을 공략하자’는 전략이었다. 대대적인 젊은 광고 캠페인을 벌였고 대학생 국토대장정 행사도 전개했다. 박카스는 새로운 이미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이 얘기가 오늘 아침 의미 있게 들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제2, 제3의 경제위기 조짐이 감지되는 데다 불황의 아픔이 우리의 뼛속 깊이 파고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구두를 수선하기 시작했다든가, 모기지론을 갚지 못해 시름에 빠진 미국의 노인들이 구직 시장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것 같다. 며칠 전 있었던 청계천 잡페어에 “일자리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고령자들이 북적대는 모습에서 불안한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허원구 국장은 이에 대한 해답을 발상의 전환에서 찾고 있다. 새로운 타깃을 보면 새로운 활로가 보인다는 것이다.

얘기가 나온 김에 델컴퓨터 얘기도 떠올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마이클 델은 단돈 1000달러로 사업을 시작해 델컴퓨터를 세계 1위의 PC판매회사로 성장시켰다. 그가 말하는 비결은 다이렉트 경영이다. 인터넷이 바로 그 수단이다. 그는 늘 하이테크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인터넷을 통해 고객 개개인과 밀착해 접촉하고 고객에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성공하는 비결이라 말한다.

‘Dream is nowhere’와 ‘Dream is now here’. 띄어쓰기 하나에 뜻은 정반대이다. “꿈은 어디에도 없다”와 “꿈은 지금 여기에 있다”는 뜻이다. ‘Dream is now here’을 실현시키는 과정을 발상의 전환에서 찾는 하루 되길 바란다. 그러면 불황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 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