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배터리 세트


녹색사업에서 그룹의 미래를 찾으려는 구본무 LG회장의 ‘그린웨이’ 가 구체화됐다. 최근 LG그룹이 발표한 ‘그린경영 2020’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연구·개발(R&D)에 10조 원, 설비에 10조 원을 각각 투자해 그룹 매출의 10%를 그린 분야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5조 원을 달성한 LG그룹 매출이 2020년 2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가정하면 그린사업만으로 현재 30위권 그룹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공격적 목표다.

재계는 올해로 취임 15주년을 맞은 구 회장이 그간 추진해 온 정도 경영의 또 다른 승부수로 그린 산업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1995년 2월22일 LG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1995년 ‘럭키금성’에서 ‘LG’로 그룹 CI를 개정하고 새로운 브랜드로 LG호(號)를 발진시킨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양대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부문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또 디스플레이와 통신서비스 그리고 가장 최근의 그린웨이 등 신사업에 도전하며 LG를 매출 30조 원대에서 125조 원대로 성장시켰다.

특히 올해에는 135조 원의 매출 목표 가운데 75%를 해외에서 거둬 사상 처음으로 해외매출 100조 원을 돌파하고, 2012년까지 15개 전략국가의 LG 브랜드 인지도를 50% 이상으로 높여 LG를 진정한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올려놓을 계획이다.

이 같은 성장의 발판에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구 회장 결단 하에 단계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해 200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를 출범시키고,

2005년에는 LG 임직원의 사고와 행동의 기본이 되는 ‘LG웨이’를 선포하고 이에 기반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등 LG의 전통을 계승하며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경영시스템과 기업문화가 있었다.


구 회장 취임 후 시가총액 10배 성장
구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1994년 말 당시 LG는 50개 계열사를 통해 전자, 화학은 물론 전선, 에너지, 건설, 유통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매출 30조 원, 수출 148억 달러, 시가총액 6.8조 원, 자산 28조 원의 기업 규모였다.

구 회장 취임 후 15년이 지난 2009년 말 LG는 전자·화학·통신 및 서비스 등 55개 계열사에서 매출 125조 원, 수출 460억 달러, 시가총액 73조 원, 자산 79조 원의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 매출 46조 원의 GS, 21조 원의 LS, 7조 원대의 LIG 등의 계열 분리로 정유, 건설, 유통, 전선, 금융 등의 사업 영역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4배 이상, 수출은 3배 이상, 자산 규모는 3배 가까이, 시가총액은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해외법인도 94년 말 90개에서 지난해 말 150여 개로 증가했으며, 2003년부터는 전체 매출 중 해외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기 시작했다.

이처럼 구 회장 취임 후 LG가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한 데에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고객 가치경영을 필두로 철저하게 LG웨이에 기반한 리더십 발휘에서 그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앞선 경영 세대의 자율과 책임 경영의 리더십, 창업 이념인 인화 단결, 개척정신, 연구개발 정신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진일보해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경영시스템과 기업문화를 구축한 것이라는 얘기다.

LG 전통 계승, 경영시스템과 기업문화 구축
구 회장은 1995년 회장 취임 직전 ‘럭키금성’에서 ‘LG’로 그룹 CI 변경을 주도해 95년 1월 ‘LG’ CI를 새롭게 선포했다.

럭키, 금성사, 럭키금성상사 등 계열사별로 다양했던 기업명을 LG로 바꾸면서 그룹 아이덴티티를 통합하고 비전과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는 브랜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그룹 CI 변경 후 LG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도 크게 상승했다. 1998년 40개국, 2009년 65개국을 대상으로 LG전자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LG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는 98년 9.4%에서 09년 50.8%로 대폭 상승했다.

구 회장은 또 1997년 말 외환위기 발생 이후 ‘재무구조 개선’‘사업 구조조정’이라는 단계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200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그룹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시켰다.

그동안 대기업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어온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사업자회사는 오로지 본연의 자기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아울러 1999년 LG화재(현 LIG손해보험)를 시작으로 2003년 LS그룹, 2005년 GS그룹 등을 차례로 계열 분리하며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통해 그룹의 사업 영역을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로 전문화했다.

구 회장은 2005년에 경영이념, 정도경영, 일등LG 등으로 구성된 LG의 고유한 기업문화인 ‘LG웨이’를 선포해 18만 명의 국내외 임직원들의 사고와 행동의 기반을 마련했다.

LG웨이는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 ‘인간 존중의 경영’이라는 경영 이념을 행동 방식인 ‘정도경영’으로 실천해 궁극적 지향점인 ‘일등LG’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이는 구 회장이 LG 브랜드 출범 10주년과 계열 분리를 마무리하면서 지주회사 체제가 완전히 정착되는 시기인 2005년에 임직원들 공통의 사고 기반 위에서 모든 역량을 결집해 한 단계 더 도약하자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디스플레이, 통신서비스 등 신사업 진출
이러한 경영시스템과 기업문화 구축을 통해 구 회장은 전자와 화학 양대 사업을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성장시켜 왔으며, 디스플레이, 통신서비스 등에도 첫발을 내디뎠다.

전자부문은 TV 세계 2위, 휴대폰 세계 3위, LCD패널 판매 세계 1위 등 주력제품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최근 5년 간 급성장하고 있다. 또 LED 등 전자부품 소재사업의 경쟁력도 크게 강화됐다.

특히 전자부문의 주력기업인 LG전자의 매출은 94년 5조 원대에서 지난해에는 56조 원으로 10배 이상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화학부문은 기존 석유화학사업 외에 2차전지와 편광판 등 정보전자소재 사업을 신사업으로 육성, 2차전지는 세계 3위, 편광판은 세계 1위로 도약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생명과학 분야는 2003년 국내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신약 개발을 비롯해 2007년 간질환 치료제 국내 첫 미국 수출, 2009년 세포보호 신물질 개발 등 국내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LG화학, LG생활건강, LG하우시스, LG생명과학 등 화학부문의 매출은 94년 2.8조 원 규모에서 지난해에는 20조 원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구 회장은 또 1996년 이동통신사업 진출 및 2000년 유선사업 인수 등을 통한 통신서비스사업과 1998년에는 디스플레이사업 등 신사업에도 적극 진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0조 원의 매출을 거둬 단기간에 그룹 내에서 LG전자에 이어 두 번째 큰 계열사로 성장했고, 통신서비스는 유무선 분야에서 13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올해는 통합 LG텔레콤이 출범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이제 경영의 패러다임을 보다 철저하게 고객가치 중심으로 바꿔 나가고자 하는 ‘고객가치 경영’을 LG의 경영 화두로 제시하면서 LG를 이끌고 있다.

올 신년사를 통해서는 진일보한 목표를 제시했다. 즉, ‘고객가치 혁신을 선도하는 테크놀로지 컴퍼니’를 미래 LG의 지향점으로 변화를 주도하며 100년을 넘어서는 영속기업으로 도약하자는 것이다.

이에 LG는 올해 수출 및 해외 현지법인의 매출을 합한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100조 원대를 넘어설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이는 올해 LG 전체 매출 목표인 135조 원의 75%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LG는 올해 글로벌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LG전자는 휴대폰에서 지난해 대비 20% 이상 증가한 1억4000만 대 판매, TV에서 45% 증가한 2900만 대 판매, 냉장고와 세탁기를 2012년까지 세계 1위로 올리겠다는 목표로 선진시장은 물론 브릭스(BRICs)를 포함한 신흥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난징, 광저우 및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위치한 모듈공장의 생산을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LCD TV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과 인도,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고객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1. 지난 2003년 5월 열린 ‘LG 스킬올림픽’에서 구본무 회장이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2. LG전자의 태양광 충전 휴대폰.

3. LG전자의 그린 신사업인 태양전지의 구미공장 생산라인.


그린웨이 제시, 공장혁신 투자 확대
구 회장은 이제 태양전지, LED,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을 신사업으로 육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른 바 그린웨이다.

그린웨이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대규모 투자다. 신제품 개발과 신사업 발굴 등 R&D에 10조 원, 제조공정 그린화와 그린 신사업 설비 구축 등 설비투자에 10조 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LG전자,LG화학,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이 주도하는 태양전지, 차세대 조명, 차세대 전지 등의 그린 사업을 육성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저전력 고효율 신제품 개발도 확대한다. LG전자는 LED(발광다이오드) 모듈과 저전력 LCD 모듈을 채택한 TV,고효율 냉각장치를 적용한 냉장고, 지열을 사용하는 냉·난방 시스템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제품 개발과 판매를 강화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와 전자종이 등 저전력 디스플레이 신제품 개발을 맡는다.

LG그룹은 그린 경영을 통해 2020년 지난해 대비 연간 5000만 톤의 온실가스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하반기 그룹의 상징인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의 형광등 조명을 모두 LED 조명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전환을 완료하면 전력 소비량을 45% 줄일 수 있게 된다.

LG전자는 폐열 회수시스템 등 신재생 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고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구미 LCD 6공장에 설치한 세계 최대 황 감축설비(연간 온실가스 55만 톤 절감 효과)를 다른 공장에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신제조 공법과 공정 혁신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기술, 신제품 개발을 완료하면 2020년 생산량 원단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일정 단위 제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량)을 지난해보다 40%(연간 온실가스 5000만 톤) 감축하게 된다.

예컨대 지난해 석유화학제품 1톤을 생산할 때 1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2020년에는 0.6톤으로 줄인다는 설명이다.

공정 관리를 최적화시켜 물 사용량도 2020년까지 30% 줄이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2020년 온실가스 5000만 톤을 감축하게 되면 한반도 면적 80%에 준하는 아마존의 열대 우림을 보존하는 효과를 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한운식 기자 h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