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레노버 제공.

 

레노버는 구글의 모토로라 스마트폰 사업부를 30일(현지 시각) 29억1000만 달러(3조1200억 여원·31일 기준·)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에는 모토로라 브랜드와 모토X· 모토G·드로이드 울트라 시리즈 등이 포함된다. 또 2000개가 넘는 라이선스도 얻게 된다. 레노버는 이번 인수로 전 세계 3위 핸드셋(Hand set) 제조업체로 껑충 올라섰다.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 어떤 기업에게 득과 실을 가져올까.

 

'득'되는 기업은?

1. 레노버(Lenovo)

레노버는 2013년 전 세계 PC  출하량 1위를 달성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레노버는 시장조사기관 IDC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4분기 출하량에서 레노버가 18.6%의 점유율을 달성했으며, 연간 5380만대를 출하해 사상 최고의 출하량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양 위안칭 레노버 회장 겸 CEO도 이같은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20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PC산업의 미래가 낙관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레노버는 그야말로 '침몰하는' PC 사업 부문의 포션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은 현재, PC보다는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와 가능성이 더욱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가 지난해 10월 예측한 디바이스 종류 별 출하량을 보면 2012년에 비해 2014년까지 PC (데스크톱, 노트북)의 출하량은 점차 감소세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2년 3억4127만3000대였지만 2014년에는 이의 80%가량인 2억8159만8000대가 출하된다. 반면 태블릿PC나 휴대전화의 출하량은 점차 증가세다. 2014년 이 두 기기의 출하량을 합친 량은 21억6833만2000대로 전세계 PC 출하량보다 7.7배 가량 많다.   

자료=가트너(2013년 10월 기준)

그렇기 때문에 레노버는 줄어드는 PC판매 볼륨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었다는 평이다. 여기에 IBM의 일부 서버를 매입한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단순히 스마트폰의 제조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명확한 플랫폼 전략과 스토리지, 클라우드 사업을 십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스토리지나 클라우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놓지 않았던 일부 벤더보다 앞섰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또 스마트폰 스토어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 레노버는 강점을 갖고 있다. 중국 시장의 경우 자사 플랫폼을 위주로 게임을 유통하는 경우를 따져볼 때 레노버는 다른 업체보다 훨씬 강점을 갖고 있다. 태블릿과 게임, 스마트폰과 게임 등을 접목시킨 것에서 벗어나 콘솔 게임으로까지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  이외에도 레노버는 중국 시장 잡기와 동시에 남미 시장 공략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모토로라는 남미 시장에서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다.   

2. 구글

 구글은 2년 간 최대 금액으로 인수한 업체인 모토로라를 활용할 방안을 찾았지만 결국 실패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구글의 인수를 반기는 분위기다. 모토로라 처분 이후 구굴의 주가는 상승세다. 이는 구글이 스마트 TV나 스마트 카 등 다른 사업군에 투자할 수 있는 '총알'을 보유하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잠깐의 손실은 금세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에 더 무게가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구글은 레노버를 통해 '안드로이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최대 벤더업체인 삼성에 대한 경쟁 세력을 키웠다는 점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이번 인수 당시 낸 성명에서 "레노버가 안드로이드 생태계 내에서 모토로라를 통해 주요 플레이어로서 활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이 되는 기업은?

 1. 신흥국으로 매출 반등 노리던 삼성·애플  등 

이미 북미·일본 등 선진국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타개책으로 남미 시장과 중국 시장에서 매출 반등을 노리려던 대부분의 스마트폰 벤더 업체는 순식간에 치고 올라온 레노버로 인해 울상 짓게 됐다. 특히나 중국 스마트폰 시장 내 입지가 좁아질까 전전긍긍하는 기업이 바로 삼성이다. 삼성은 2013년 2분기까지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자국 브랜드 선호 사상과 자국 기업 보호주의 광풍 속에서 이 자리를 수성하긴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포기하기란 어렵다. 중국 시장은 나날이 성장세다. 2013년 중국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총 3억6000만대에 달할 것이며, 2014년에는 이보다 25% 증가한 4억5000만대가 출하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중국 제조업체나 화웨이와 샤오미도 반길 레노보 진출이 달갑지만은 않다. 레노버는 이미 대규모 제조와 연구 단지를 신설하는 등 규모의 경제 달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경우 화웨이와 샤오미, HTC 등에게는 삼성보다 더욱 넘기 어려운 적이 될 전망이다. 

 2. 당분간의 레노버

당분간의 레노버도 부침을 겪을 수 있다. 레노버는 모토로라의 제조기술 등을 활용하여 남미나 중국 신흥시장에 진입해 좋은 성과를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미 삼성, LG전자 등은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부문의 시장을 선도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올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나 스마트 홈 사업에 전력을 쏟고 있다. 그밖에도 애플과 구글은 OS를 활용하여 스마트 TV나 사물인터넷 등을 접목해 운영체제 시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레노버가 보급폰 외에 차별화된 스마트 시장(가전, 자동차,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포트폴리오는 거의 없는 상태다. 이 경우 레노버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종속률이 높아지고, 스마프포트폰 시장의 전진이 없을 때는 레노버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