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의 속도가 빠르다. 지난 4월14일 외환시장의 달러 환율이 1112.3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한때 1600원에 육박하던 환율이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원화 가치는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으로의 외국인 투자 자금 유입으로 강세를 보여 왔다.

이날은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한국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하락 폭이 더욱 커졌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기업에는 불리한 반면 내수 기업에는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투자의 관점에서 특히 관심을 가질 만한 내수 업종은 무엇일까?
해외 원재료 구입 비중이 높은 내수 기업이나, 에너지 관련 기업, 환율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금융주, 그리고 통신 관련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인다.

에너지 관련 기업의 경우 작년 한해 고환율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현재는 악재가 해소되고 있어 실적 기대감이 크다.

금융주와 통신주의 경우 환율 중립적이지만 최근 수출 기업 중심으로 상승한 증시에서 소외되었던 만큼 상대적 매력도가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통신주는 마케팅 비용 절감을 요구하는 정부 정책의 효과도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진 지난 주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이 금융, 철강, 전기가스, 식음료 등의 업종에 대해 순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들 모두 원화 평가 절상의 수혜 업종이다.

특히 지난 한 주 간 금융주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8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과거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할 때 수출주보다는 금융, 통신, 에너지 등 내수업종에 대한 순매수 강도를 높였던 적이 많았다.

원화 대비 미 달러화의 약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미국의 대규모 재정 적자와 무역수지 적자 누적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투자은행들도 우리나라의 기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을 1050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1월 이후 외국인 순매수가 7조 원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 시장의 대표 업종 전반에 걸친 순매수 행진이다. 지난 주 이후 외국인의 포트폴리오가 환율 하락 수혜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환율 변화와 외국인 순매수 포트폴리오 변화에 대응하여 상대적으로 소외 받았던 보험, 증권, 은행 등의 금융주, 통신주, 해외 원재료 비중이 높은 내수 소비 관련주 및 전기, 가스, 석유 등 에너지 관련주에 대해 관심을 가질 만하다. 현 시점의 투자는 큰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정용 에셋디자인투자자문(주) 대표(www.assetdesign.co.kr)
최정용 대표는 고려대학교 가치투자연구회 1대 회장을 지냈으며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재무론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