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9일. 장기간의 파업 끝에 지난 20일 경영 정상화에 들어간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아직도 흔들흔들한다. 노동부 집계상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된 지리한 노조 파업, 지난해 6월경 주식 거래 정지 등의 후유증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거래가 재개된 이후에도 골든브릿지의 주가는 하염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2012년 4월에 시작된 파업을 2 년여간 이어가게 될 줄은 당사자들도 몰랐을 것이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파업이 장기화된 일차적인 원인은 사용자 측에서 임단협(임금+단체협약)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상준 골드브릿지 회장은 통상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에 ‘성과급제’로 맞대응했고,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을 고용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원인은 사용자 측에 치우친 당국의 태도였다. 금융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파업을 방치했고, 법원은 당시 불법 대체근로에 대해 ‘합법’ 판결을 내렸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체인력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파업에 지치고, 생활고에 찌든 노조 소속 근로자들은 속속 회사를 떠나거나 회사 측과 타협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파업 사례를 보면, 당국의 편향(偏向)적이고, 관조(觀照)적인 태도가 파업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12월 18일에 나온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과 지난 1월 23일에 정부가 발표한 노조지침도 연장선상에 있어 제2의 골든브릿지 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1) 사용자 의사나 회사 측의 관행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통상임금 범위 결정 2) ‘신의칙’이라는 추상적 법규에 기초하는 임금 청구 기간 등 판결문은 애매모호한 점투성이다. 최근 허점투성이인 판결의 구멍을 더 크게 만들고 있는 것은 정부다.

통상임금이란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을 말한다. 급여명세서의 기본급이나 직책·직무수당 등이 포함된다. 통상임금은 휴일·야근수당이나 퇴직금 등을 계산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오르면 퇴직금도 같이 오른다. 사용자들이 통상임금의 덩치가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이유다.

통상임금의 범위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함으로써 노조에게 유리해 보이던 판결문에는, 단서가 달렸다. ‘특정 시점에서 재직 중인 근로자에 한해 지급하면 통상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이다.

만약 매년 12월마다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는 회사에서 A라는 근로자가 9월에 퇴직다고 가정해보자. A에게 6월에 지급할 정기상여금의 절반을 계산해 퇴직 때 지급했다면 이는 통상임금이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통상임금이라고 볼 수 없게 된다. 그야말로 사용자의 자의나 사규에 따라 통상임금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노동자들이 물음표를 띄운 것은 당연지사.

이런 와중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23일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발표함으로써 논란에 불을 붙였다. 고용노동부는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에서 “재직 중인 근로자에 한해 복리후생수당을 지급했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은 정기상여금에도 적용시켜야 한다”며 확대 적용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침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사업장은 전체의 3분의 1정도로 추정된다. 나머지 3분의 2는 이 조건 때문에 정기성·일률성을 갖춘 정기상여금이라도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고용부는 또 ‘신의칙에 따라 추가 임금 청구가 제한된다’는 판결문의 내용을 ‘노사가 새로운 합의를 한 때(기존 임협 기간 만료 시)까지’라고 해석했다. 판결 취지상 노사가 그동안의 임금 체계와 관행을 바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 합의 시까지 사업주가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지 않더라도 임금 체불로 보지 않게 된다.

임금 청구 기간을 고용부의 입장처럼 해석하다면 ‘노사 새 합의 시’의 해석이 애매모호해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임금 청구를 꺼리는 사용자 측이 합의 시점을 무기한 연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고용부 지침은 애초에 정치적인 성격이 강했던 판결 내용을 더 사용자 측에 치우쳐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시대의 획을 그을 것이라 기대했던 통상임금 판결이 이렇게 삼천포로 빠지고 있다. 정부는 한쪽 입장에 치우친 반쪽짜리 행정지침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양쪽 다 안고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원활한 노사 합의가 이뤄지고, 골든브릿지 사태와 같은 파업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