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기업실적 우려, 환차손 3대 악재 불구··· 돈 버는 '그룹주'

코스피지수는 양적완화(QE) 축소(Tapering), 환율 불안, 기업 실적 우려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양적완화 축소의 실행 여부가 이미 결정된 지금, 환율과 실적 우려를 극복한 기업만이 향후 탄탄대로가 예상된다. 이런 때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의 묘(妙)가 필요하다. 어떤 그룹주를 담을까.

환율 불안기가 지속되고 있다. 2014년 개장 전만 하더라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미국과 유로존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강세로 출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다. 올해 증시가 강세로 출발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KOSPI는 첫 거래일에만 2.2% 급락했다. 기업의 체감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연준의 테이퍼링이 시작된다는 점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기업의 2013년 4분기 실적 우려와 원화 강세도 하락 압력을 강화시킨 변수였다.

시장에서 KOSPI 상장기업 실적 전망치는 지난해 9월부터 하향조정이 꾸준하게 이뤄졌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조정 폭이 더욱 확대됐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라는 기존의 틀도 유지됐다. 새해 첫날, 한국의 12월 무역수지는 흑자로 발표됐고,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완화적 통화정책의 연장을 시사했다.

이에 수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연초 주식시장은 실적과 환율에 따라 움직인다. LIG투자증권은 투자 전략을 수립할 때  ‘환율’과 ‘기업 실적’이라는 두 변수를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013년 4분기 실적, 삼성·롯데·SK ‘양호’ vs 현대차·LG ‘저조’

현재 KOSPI 상장기업의 2013년 4분기 영업이익은 총 31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삼성을 비롯한 10대 그룹의 상장기업 시가총액은 KOSPI 전체 시가총액의 60.1% 비중을 차지한다. 중소기업도 대부분 대기업의 공급망에 종속돼 있는 상황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0대 그룹의 81개 기업은 GICS(Global Industry Classification Standard) 업종별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지만, 대부분 경기민감업종을 포함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삼성은 산업재 25%+금융재 25%+IT 25%+경기소비재 12.5%+소재 12.5%로, 현대차는 경기소비재 40%+소재 30%+산업재 20%+금융 10%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 SK는 유틸리티, 에너지, 소재가 각각 18.2%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LG는 산업재와 IT가 27.3%, 롯데는 필수소비재 42.9%가 주력 사업이다.

SK와 LG 그룹은 업종이 다양화된 점이 특징이다. SK 그룹은 SK가스, SK텔레콤 등 유틸리티와 통신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LG 그룹에는 LG생명과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가 포함돼 있다. 한편 롯데 그룹은 10대 그룹 중 경기방어업종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음식료과 유통 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장 영향력이 강한 10대 그룹주 비중을 늘려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각 기업의 실적과 환차익 여부를 점검해보자. 대기업의 주요 사업은 대부분 성숙기에 진입했기 때문에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안정적 수익’ 확보의 가능성이 기업의 주가에 더 민감하게 작용할 것이다.

10대 그룹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LG, 현대중공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을 포함한 SK, 롯데 그룹은 지난해 4분기를 기준으로 4분기 연속 영업이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대차 그룹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 현대건설 등 산업재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개선되겠지만, 현대차, 기아차 등 자동차 기업의 마진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진했던 현대중공업, 한진 그룹의 실적은 올해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경기 개선, 저금리 기조 유지, 유가 안정화 등의 변수가 조선과 운송업으로 구성된 이들 그룹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 환차익을 얻어?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그룹주’ 주목

국내 경기의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기업 실적 부진과 원화 강세 우려로 연초부터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실적이 양호하고 원화 강세가 부정적이지 않은 기업의 주가는 반등할 수 있음을 방증한다.

손익계산서를 통해 환율 효과도 확인하자. 예를 들어 엔화 표시 부채가 많은 기업은 원화가 엔화에 대해 강세일 때, 외화환산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환차익(외환차익, 외화환산이익)이 발생한 그룹은 현대중공업, 한진, 롯데, POSCO, 한화다. 4분기는 원화 강세 구간이었기 때문에 해당 그룹의 환차익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장치산업이 없는 롯데 그룹의 환차익을 주목할 만한데, 이는 일본과의 재무적 연계성 때문이다. 롯데 그룹 내 시가총액 1위인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까지 597억원의 환차익을 얻었다.

김대준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원·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영업이익의 10%에 달하는 374억원의 이익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환율 불안기에 안정적이다. 실적과 환율 효과를 조합하면, 롯데 그룹주가 현재 환경에서 투자 매력이 가장 높다. 영업이익률은 개선되고, 환차익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그룹주는 내수 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어 원화 강세의 수혜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차익 확보와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현대중공업과 한진 그룹주의 전망도 밝다. 저금리와 낮은 유가는 조선과 운송업에 가장 우호적인 변수인데, 향후 재무 리스크가 완화된다면 관련주의 기대수익률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LG, 삼성, 현대차 그룹은 지난해 환차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제품에 대한 경쟁 강도가 격화되는 국면에서 영업외적인 손실도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익 훼손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