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컴퓨터學

인텔이 내놓은 컴퓨터 ‘에디슨(Edison)’은 펜티엄급이다. 크기가 디지털 카메라에 끼워 사용하는 SD 메모리카드와 같다. 선폭 22나노미터급의 집적도를 가진 이 컴퓨터는 모든 사물에 끼워 넣을 수 있는 크기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통신이 가능하고 리눅스 운영체제로 돌아간다. 앱을 설치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가 달린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채용하면 스마트폰과는 별도로 독립 구동이 가능한 웨어러블 컴퓨터가 된다. 손톱만 한 크기의 지능컴퓨터가 넘쳐나는 세상이 곧 도래할 것이다.

사물들을 제어하고 데이터를 교환할 수도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월프람(Wolfram) 언어와 거의 모든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매스매티카(Mathmatica)를 탑재하기로 돼 있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공지능 웨어러블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새해 벽두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소비자 가전박람회(CES2014)는 세계 최고의 기술기업들이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세상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올해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핵심기술은 커넥티드 카, 웨어러블 디바이스, 그리고 사물인터넷이었다.

이 기술들은 사람과 사물을 서로 연결시켜준다. 탁상용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던 인터넷 세상에서, 모바일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들이 직접 정보를 교환하는 소셜 네트워크 세상을 거쳐 앞으로는 사람과 사물이 모두 연결돼 정보를 서로 교환하게 되는 만물인터넷 세상이 도래했음을 알려줬다.

이 기술들은 모두 CPU 기술개발에 의존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컴퓨터 CPU는 매년 더 작아지고, 더 빨라지고, 기능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그 변화 속도를 지배하는 것이 바로 무어의 법칙이다.

무어의 법칙은 인공법칙이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의 회장이었던 고든 무어가 1965년에 한 전자잡지에 컴퓨터 처리속도 발달에 대해 발표하면서 유래됐다. 처음엔 집적회로의 부품수가 매년 2배가 된다고 했다. 당시엔 적어도 10년 동안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무어의 법칙은 자연현상을 지배하는 자연법칙과는 다르다. 그런데도 지난 50여 년간 이 법칙이 유지되는 비결은 무어의 법칙이 지속되려면 언제까지 무슨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기술개발 로드맵을 만들어 기술자들이 실천해왔기 때문이다. 이 법칙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무어는 1975년에 2년마다 2배로 트랜지스터가 늘어난다고 목표를 완화했다. 그 후 다시 인텔의 데이비드 하우스가 1.5년마다 트랜지스터의 성능이 2배로 증가한다고 수정해 지금까지 전해져 온다.

이렇듯 기술상황에 맞춰 산업의 표준을 정해 놓고 모든 기술경쟁자들이 장기적인 기술개발 목표로 삼아왔다. 즉, 무어의 법칙은 스스로 미래를 예언한, 그러나 반드시 실천해야 할 규율과 같은 인공법칙이다.

무어의 법칙은 단지 트랜지스터의 성능만을 언급했지만 집적회로와 관련된 처리속도, 픽셀 밀도, 센서의 강도, 메모리 용량 등 디지털 지표들이 모두 무어의 법칙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디지털 기술들이 컴퓨터 처리속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 처리속도는 업무처리 속도에 영향을 미치면서 세상의 모든 시스템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젠 무어의 법칙이 컴퓨터와 관련된 법칙에만 머물지 않고 모든 기술개발 속도, 나아가서는 사회발전 속도, 심지어 글로벌 경제규모에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CPU 전문 제조사인 인텔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 CPU 집적도를 높이기 위한 선폭기술을 예시해왔는데, 현재 가장 최신기술은 22나노미터 선폭으로 만든 CPU로 4GHz 속도를 낸다.

세상 사람들은 무어의 법칙이 거의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한다. 무어도 2005년에 한 모임에서 “이 법칙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만약 이 법칙대로 계속 지수함수로 컴퓨터 처리속도가 증가하게 되면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적도 있다.

컴퓨터 산업도 이 법칙을 지속하기엔 너무도 많은 도전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 고민을 담은 주장이 무어의 제2법칙이라는 ‘록(Rock)의 법칙’이다. 록의 법칙은 컴퓨터가 빨라질수록 무어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CPU 제조업체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고 기술적 난도(難度)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칩을 개발하고 제조하고 시험하는 비용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투자비도 월등히 증가하고 있다. 물론 록의 법칙이 기술 개발에 직접적인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어의 법칙을 지킨다고 한들 개발업체가 얻는 보상은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속사정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선폭 5나노미터까지 실리콘 반도체가 이어진다

또한 무어의 법칙은 적지 않은 물리적 한계점들을 지니고 있다. 인텔의 로드맵에 따르면 2014년 중반에 14나노미터급, 2016년에 10나노미터급, 2018년에 7나노미터급, 그리고 2020년에 5나노미터급 제품을 시판해 무어의 법칙을 이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선폭을 줄이려면 다양한 기술 혁신이 수반돼야만 한다. 칩 구조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는 선폭의 한계가 1.5나노미터라고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조기술 면에서 현재의 실리콘 산화물 반도체로는 선폭을 5나노미터 이하로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바일 컴퓨터가 확산되면서 PC용 CPU 수요가 지난 2~3년 사이에 급격히 줄고 있는 점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PC용 CPU 생산을 주로 하던 인텔의 전략도 모바일이나 웨어러블 CPU 쪽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CES에서 기조 연설자로 처음 등장한 인텔 CEO 매튜 크쟈니치는 공장장 출신의 엔지니어다.

투박한 표정으로 인텔의 신제품들을 차례로 소개한 그의 말은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매우 진지했다. 그가 엄지와 검지로 치켜든 컴퓨터 에디슨(Edison)은 펜티엄급이다. 크기가 디지털 카메라에 끼워 사용하는 SD 메모리카드와 같다. 선폭 22나노미터급의 집적도를 가진 이 컴퓨터는 모든 사물에 끼워 넣을 수 있는 크기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통신이 가능하고 리눅스 운영체제로 돌아간다. 앱을 설치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가 달린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적용하면 스마트폰과는 별도로 독립 구동이 가능한 웨어러블 컴퓨터가 된다.

사물들을 제어하고 데이터를 교환할 수도 있다. 특히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월프람(Wolfram) 언어와 거의 모든 수학문제를 풀어내는 매스매티카(Mathmatica)를 탑재하기로 돼 있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공지능 웨어러블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손톱크기의 지능컴퓨터가 사물 속으로 들어간다

월프람은 과학기술 계산 소프트웨어로 명성을 쌓아온 지식 클라우드다. 지금까지는 가정용이나 개인용 소형전자기기들이 단순한 버튼 조작에 의존해 작동됐다면 월프람 언어로 무장한 에디슨 컴퓨터는 이 모든 디바이스들을 모든 상황에 대응할 줄 아는 똑똑한 지능기계로 갑자기 탈바꿈시켜주는 대변혁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즉, 모든 사물이 스스로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물이  자체적으로 지능을 갖게 되는 놀라운 시대가 도래한다는 뜻이다. 월프람 인공지능 언어를 탑재한 에디슨 컴퓨터를 소형 전자기기에 삽입하면 사물이나 인체로부터 원격 센싱한 데이터를 자체 컴퓨터에서 처리해 다양한 분석결과를 서비스하는 비즈니스도 얼마든지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는 22나노미터 집적도를 가진 컴퓨터이지만 올 하반기엔 14나노미터급, 그리고 2016년도엔 10나노미터급 컴퓨터로 바뀌게 되면 에디슨의 크기도 스마트폰 메모리와 같은 크기인 마이크로 SD 메모리 카드 수준으로 작아질 것이다. 몇 년 후면 아기 손톱만 한 컴퓨터가 모든 일을 처리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런 작은 컴퓨터가 모든 사물에 삽입돼 모든 것을 제어하고 작동시키는 작용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어의 법칙은 컴퓨터 과학의 상징과 같다. 이 법칙이 모든 기술의 변화와 사회 변화를 급속히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돼왔기 때문이다. 이런 힘이 2020년까지 충분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2020년까지는 만물이 지능컴퓨터가 되는 만물인터넷 기술이 급속히 퍼져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직경이 1 센티미터 정도인 컴퓨터나 메모리 카드가 모든 사물에 삽입될 수 있는 시점도 머지않은 듯싶다. 수년 내에 지금까지 경험했던 개념들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서비스들을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들은 재능 있는 가상세계의 비서를 채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업은 물론이고 도소매업, 제조업, 물류업, 사무실 업무, 공공서비스 등 모든 일상 생활환경이 지능화되고 자동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순한 가정이나 그럴듯한 전망이 아니다. 엄청난 지능컴퓨터 파도가 마치 쓰나미처럼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대비하지 못하면 쓸려 나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