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오현석 팀장은 홍익대 대학원을 나와 현대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 지난 2003년부터 삼성증권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수급에선 외국인이, 업종에선 IT와 자동차가 주인공이다. ‘수급·종목·심리’가 맞물리고 있어 거칠 것 없이 달려 나가는 형국이다.

잘 나가는 시장이기 때문에 거꾸로 접근해서 복병을 찾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단기적으론 프리어닝 시즌에 주가가 실적 호전 기대를 미리 반영했다는 점과 엔화 약세가 속도감을 더해가고 있다는 점이 조정을 부추길 요인이다.

중기적으론 미국 주택경기의 재(再)하강 가능성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프리어닝 시즌의 주가 강세.
3월 중반 이후로 1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상향 조정됐다. 반도체 가격 강세와 자동차 신차 효과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요한 점은 최근 급등을 통해 실적 호전 기대가 주가에 미리 반영됐다는 것이다.
단기 매매의 관점에서 본다면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파는 꼴’인데, 정작 실적 발표 시즌에 차익 실현 매물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둘째, 엔화의 가파른 약세.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3월 초 달러 대비 88엔까지 하락 했던 엔/달러 환율이 93엔까지 올라왔다.

불과 한 달 만에 엔화는 달러 대비 5.7% 정도 가치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에 원/엔 환율은 1297원에서 1206원으로 7.1% 하락했다. 항상 그랬듯이 시장은 환율 변수에 있어 방향보다 속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단기에 원/엔 환율이 추가 하락한다면, 주가 조정의 좋은 빌미가 될 수 있다.

셋째, 미국 주택경기 재하강 가능성.
포괄적인 측면에서 미국 경제는 정부에서 민간으로 성장 주체의 이전이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민간부문 내에서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기업에서 가계로 온기가 확산되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사정이 사뭇 다르다. 연체율과 공실률이 높은 수준에서 맴돌고 있고, 주택 판매도 과거 회복 경로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2분기 후반 이후 주택 경기가 시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시장에서 불거질 수 있는 몇 가지 복병을 제시했다. 이들 복병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다만, 뒤늦게 환호하고 성급하게 대응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