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민의 글로벌 ICT세상의 이슈 트랙커]

스마트홈,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생태계 지배전략을 구사해야 할 때

올해 CES 2014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기술은 서비스가 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로 융합될 수 있는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을 지향한다는 것. 즉, 사물통신(M2M, Machine to Machine)이었다.  상이한 성격의 사물이더라도 만물인터넷(IoE)의 패러다임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로 융합돼 일상생활에 확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이제 ICT 산업에서 새해를 알리며 주목해야 할 기술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 언론은 앞다투어 CES에서 소개되는 신기술과 제품들을 보도하였으며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기술주의 가치가 급상승하는 등 전 세계의 관심이 CES가 진행되는 라스베이거스의 날씨처럼 뜨겁게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CES는 규모의 성장뿐만 아니라 새로운 ICT 패러다임의 시작을 알린다는 점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CES의 주인공은 비디오레코더(VCR), CD플레이어, 디지털 위성방송, HDTV 등을 개발한 삼성전자, 소니와 같은 가전제조사의 몫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인텔과 같은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자동차회사까지 참여하는 등 참여 대상이 다양화되었으며 모든 업체의 서비스가 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로 융합될 수 있는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을 지향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CES에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와 사물통신(M2M, Machine to Machine)에 대한 관심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표면적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용자가 몸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데이터와 명령을 전달하는 개념이며, 사물통신은 사람의 간섭을 배제하고 사물들끼리 스스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제어까지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서로의 연관성이 적어 보인다. 하지만 만물인터넷(IoE)의 패러다임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로 융합될 수 있다. 사용자는 사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데이터통신을 스마트 워치나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해 사물에 적합한 제어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사물통신의 융합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먼저 실현되고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공간은 바로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 집이다. ICT에서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개념을 스마트홈(Smart Home)이라 명명한다.

스마트홈의 정의, 사물인터넷 시장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新성장동력

스마트홈은 홈네트워크에 연결된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스스로 정보를 생성하고 분석하여 가정 내 구성원에게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집을 의미한다. 1990년대 말에 ‘사이버아파트’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초기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의 고도화와 스마트폰과 스마트TV와 같은 가정 내 기기의 발전에 힘입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스마트그리드와 원격진료서비스, 통합 보안 솔루션 등 응용 서비스들이 가미되면서 앞으로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홈 사업은 가정에서 모바일 디바이스와 냉장고, 세탁기, 조명 등의 개별 제품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ICT 기술로 제어가 가능하게 하는 ‘통합 시스템’ 구현이 핵심이다. 이른바 집(Home)이라는 공간이 모든 사물(Things)을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Platform)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플랫폼을 장악한 사업자가 모바일 생태계를 통제하며 엄청난 권한과 수익을 거머쥐는 것을 경험해왔다. 따라서 스마트홈 플랫폼 시장을 미리 선점할 경우 그 시너지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이동통신연합체인 GSMA는 전 세계 스마트홈 관련 시장이 2016년에는 44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홈의 현주소, 통신사업자ㆍ가전제조사ㆍ플랫폼 사업자가 뛰어들고 있는 춘추전국의 시대

초기 스마트홈 산업은 홈네트워크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통신사업자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모바일 네트워크와 스마트폰의 확산에 따라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가전업체, 플랫폼사업자 등이 스마트 가전과 같은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앞세워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의 상황은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가정 내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스마트 홈서비스를 패키지로 융합하여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AT&T는 ‘Digital Life’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보안 카메라, 온도조절기, 잠금장치, 에너지 관리, 누수 관리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가전업체들은 ‘커넥티드 가전과 스마트폰 조종’이라는 개념으로 스마트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CES 2014에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하여 TV와 청소기,냉장고등을 원격제어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시연하였다. 글로벌 플랫폼 업체인 구글과 애플은 자사 플랫폼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휴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연구개발에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업자, 가전제조사, 플랫폼 사업자 모두 독자 기술방식을 고집하면서 기기 간의 연결성이 부족하고 표준화를 위한 사업자 간의 비용 및 역할분담이 갈등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 관점에서 볼 때 지불의향을 이끌어낼 만한 실용적인 니즈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계로 지적 받고 있다.

스마트홈의 경쟁상황, 융합을 앞세운 플랫폼 사업자의 생태계 장악이 우려에서 현실로 가시화

최근 스마트홈 사업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와 빅데이터 비즈니스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실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전까지 스마트홈의 개념은 가전을 연결하여 손쉽게 모니터링 및 제어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래의 스마트홈은 가전기기와 스마트기기가 네트워크를 통해 연동되면서 가정 내 거주자의 사용내역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로 연결되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전보다 지능화된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따라서 클라우드와 빅데이터에 경쟁우위가 있는 플랫폼사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부족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제조사 인수와 제휴 확대 등으로 극복하고 있다. 구글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금액으로 13일 스마트홈 온도조절장치와 화재경보장치를 만드는 네스트(Nest)라는 벤처회사를 32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인수하였다. 또한 대형 가전업체인 파나소닉과 제휴하여 2012년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가전제품들을 출시하였는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레인지, 에어컨, 냉장고 등을 제어할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를 통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요리 안내, 제조방법 설명,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구글은 하드웨어에 맞는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과 제조부분에서의 리더십을 모두 가지겠다는 야심을 공표한 셈이다. 반면 파나소닉과 같은 가전업체는 단순한 제조기술만 있으니 이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스마트홈의 미래, 실질적인 플레이어 간의 협력으로 글로벌 표준화를 위한 규모의 경제 실현

국내 가전 제조사들과 솔루션 개발사들은 자사의 스마트홈 기술을 설명할 때 다른 제조사들과 3rd Party 사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는 엄연히 상대방에게 자사의 기술 표준을 채택하고 생태계를 형성하자는 논리를 펼치고 있으며 서로가 규격화를 위해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이러는 사이에 구글, 애플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모바일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파워를 앞세우며 시나브로 표준화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ICT 시장에서 ‘글로벌 표준’을 선점한다는 것은 곧 글로벌 패권을 장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홈의 ‘글로벌 표준화’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며 아직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가전 제조사에 유리한 부분이다. 이제 제조사들은 거시적인 안목으로 진정한 의미의 협력모델을 구축해야 하며 정부는 3rd Party 생태계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이루어 국내 스마트홈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