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서도 입소문 마케팅의 효과는 적용된다. 내부자인 직원들을 마음으로 설득하고 사로잡아야 고객도, 인재도 몰려든다. 즉, 일에서 전진하고 있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직원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이해하고 그 일이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믿을 때 고객도 잡고 능률도 오를 것이다.

미국의 온라인쇼핑몰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는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주니 고객들을 무한감동시킨 서비스의 전설들이 저절로 탄생했다”고 말한다. 그는 경영자의 임무를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그들 자신의 색깔을 지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실행할 수 있도록 관료적 사고방식 등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 같은 기업 문화가 알려지면서 이 회사의 라스베이거스 본사를 찾는 견학손님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견학을 통해 자포스 문화가 어떤 것인지 눈으로 본 사람들 중에는 고객, 또는 직원이 되겠다고 지원하는 이도 다수라고 한다. ‘내부고객’인 직원을 춤추게 함으로써 고객 확장은 물론 인재 영입의 양수겹장 효과를 누리는 사례다. 이처럼 직원 제일주의, 내부고객 만족 우선의 법칙은 이제 21세기 조직경영철학의 1조 1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공자가 말한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 원칙과도 통한다. 공자는 가까운 사람을 만족시켜줘야 먼 사람들도 찾아들 수 있다며 가까운 자, 내부자 만족 우선의 법칙을 강조한다.

-葉公問政 子曰 近者悅 遠者來(섭공문정 자왈 근자열 원자래-자로편-)

공자(孔子)가 초(楚)나라의 섭읍(葉邑)에 이르렀을 때 초나라의 섭공(葉公) 심제량(沈諸梁)이 공자에게 지방을 잘 다스리려면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 국민의 수는 곧 국력의 상징이자 리더의 성과 지표였다. 채나라 제후인 섭공이 어느날 “선생님, 날마다 백성들이 도망가니 천리장성을 쌓아서라도 막을까요?”라고 묻는다. 섭공 심제량은 병법과 법술에도 능한 군사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당시 초나라는 부함이란 지역을 전진 기지로 삼아 주래로 이주해 가지 않은 채나라 백성과, 거듭된 전쟁으로 떠돌던 여러 나라 유민들을 포섭해 초나라 변경 주민으로 받아들이고자 했다. 초나라가 식민지 건설 및 유민 포섭 정책을 추진할 총독으로 채나라에 파견한 인물이 섭공이다. 외교에 힘쓰느라 내치를 신경 쓰지 않아 민심을 수습하지 못하면서도 백성 수는 불리고 싶어 ‘담을 쌓아’ 이탈을 방지하면 어떨까 고민하는 섭공의 모습에서 직원들의 이직이 스트레스고, 좋은 인재를 불러들이고 싶은데 쉽지 않아 고민하는 요즘 리더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오죽하면 모 경영자는 직원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란 말만 하면 겁이 나 피한다고도 한다. 사표 낸다는 이야기일까봐 간이 콩알만 해져서다. 공자는 잘하고는 싶지만 현실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섭공에게 이렇게 코칭해준다.

“가까운 지방에 있는 사람들을 기뻐하게 만들고 먼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 덕택을 입으면 기뻐하게 되고, 그 풍속과 교화를 들으면 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까운 지방에 있는 사람이 기뻐한 다음에야 먼 지방의 사람이 오게 되는 법이다. 가까운 지방에 있는 백성들의 마음속에 지도자의 은혜가 스며들게 하면 기뻐하며 따르게 된다. 그런 성의가 쌓이면 먼 곳에 있는 사람들까지 불러들이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리더십에서도 입소문 마케팅의 효과는 적용된다. 내부자인 직원들을 마음으로 설득하고 사로잡아야 고객도, 인재도 몰려든다는 이야기다. 구성원을 조직에 대한 마니아로 열광하게 할지, 방관자나 훼방꾼으로 바깥에서 맴돌게 할지는 결국 리더 하기 나름이다.

평판학 전문가인 로사 전(Chun)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경영대학원 교수의 조언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는 “전도유망하던 회사의 매출액이 떨어지고 있을 때 비상대책회의에서 논의할 것은 최고의 전략 수립, 매혹적 마케팅 방안이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평판(internal reputation)’을 끌어올리는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외부 평판보다 내부 평판 결과가 형편없이 나쁘게 나온 회사 치고 성과가 높이 나온 회사가 없더란 지적이다. 내부 평판이 나쁘다는 것은 직원이 비전을 같이하지 못한 채 ‘오합지졸’로 따로 논다는 것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성과와 직원이 비전을 같이한 채 ‘일체 단합’한 조직을 어떻게 당해내겠는가.

공자의 ‘근자열 원자래’ 원칙에서 눈여겨볼 것은 열(悅)이란 글자다. 열(悅)과 락(樂)은 모두 기뻐하는 마음이지만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논어>의 ‘학이편’ 첫 구절에 나오는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를 돌아보자. 悅은 배우고 익히는 것을 통해 얻는 즐거움, 즉 내면의 즐거움이나 자부심에 가까운 감정이다. 반면에 樂은 인간 세상, 혹은 ‘호혜적’ 관계에서 생겨나는 정서다. 열은 스스로 기뻐하는 것이다. 노력하고 배우고 익히는 가운데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기쁨, 때론 ‘이거였구나’ 하면서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무릎을 치는 기쁨, 이것이 내적 성숙으로 나아가는 공부의 기쁨이다. 열이 자열(自悅)이라면, 락은 동락(同樂)이다. 중국 송대의 철학자 정이천(程伊川)은 悅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고 樂은 외면에 있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구분하자면 열은 내적 성장을 통해 얻어지는 자부심이라면, 락은 관계를 통한 조화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펀(fun)리더십, 긍정의 리더십이 유행이다. 하지만 조직은 친목계나 동창회가 아니다. 회사는 성과창출을 목표로 모인 구성체다. 일의 재미와 일상의 재미는 차원이 다르다. 일 자체의 가치, 자부심의 悅이 전제되지 않은 채 ‘우리가 남이가’ 식의 술판 회식, ‘호프 데이’, ‘등산행사’ 등으로 빚어내는 樂은 신기루이고 모래성이다. 자부심, 일 자체의 가치, 일을 통한 성장의 自悅이 있은 후에 同樂도 발생한다. 悅이 없는 樂만을 북돋고 모방한다고 한들 일하기 편한 직장일망정 위대한 직장이 되긴 힘들다.

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창의력 전문가인 하버드 경영대학의 테레사 아마빌레(Teresa Amabile) 교수는 업종이 서로 다른 7개 기업에서 연구 개발 등 제품 혁신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238명에게 매일 일기를 써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에 걸쳐 이메일로 제출하도록 했다. 그날그날의 감정과 업무의 진전 정도 등에 대해서도 7점 척도로 평가해 매일 제출하도록 했다. 직장인의 기분이 날마다 어떻게 바뀌고, 그것이 창의성과 성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기 위해서였다. 조사에 참여한 238명이 해당 사건을 겪은 날 ‘기분이 좋았다’고 대답한 비율을 실제 분석해보니 직원들이 기쁨을 느끼는 1위 요인은 작은 성공(업무문제 극복, 목표 설정) 76%, 다음으로 자율성보장-업무지원 43%, 그다음이 칭찬과 인정 등 좋은 대인관계 25%의 순이었다. 또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에서도 업무상 퇴보할 때 13%, 업무지원 부족 6%, 대인관계 훼손 0%의 순서로 나타났다. 즉, 기분을 좋게 하는 것도, 나쁘게 하는 것도 결정적 변수는 ‘관계’가 아니라 ‘업무’ 즉, 업무상의 진전 혹은 좌절이었던 것이다.

아마빌레 교수는 이 연구의 종반에 전 세계 수십 개 기업 700명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5가지 요소, ‘공로에 대한 인정’, ‘명시적인 인센티브’, ‘대인간 지원’, ‘작은 성공을 이루도록 지원하는 것’, ‘명확한 업무목표’ 등에서 무엇이 가장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게 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중요도를 물어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참가한 임원들은 ‘인정’이 첫 번째고 ‘진전’이 가장 낮은 순위라고 대답해 직원들이 대답한 현실과 간극을 보였다. 업무상 작은 성공을 이루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대답한 임원은 700명 가운데 35명뿐이었다.

리더들이여, 직원을 진정으로 기쁘게 하는 것(근자열)은 리더의 명확한 목표설정과 자율성 부여를 통한 작은 성공 지원이다. 지시보다 지원, 성과보다 성취를 중시하라. 이 같은 내면의 성취감은 급조 모방한 가시성 이벤트로도, 입에 발린 칭찬이나 엄지손가락 치켜올리는 어설픈 긍정 모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에서 전진하고 있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라. 직원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이해하고 그 일이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믿을 때 가장 열심히 일하고 가장 기분 좋아진다. 悅과 樂의 구분, 이것이 근자열 원자래의 기본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