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용의 기세다. 지난해 중국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사들인 해외기업은 500여 개.

올 들어서도 중국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행렬은 꼬리를 문다. 중국 저장성에 있는 ‘지리자동차’는 미국의 포드자동차에서 볼보를 사들였다.

미국 경제에 봄기운이 서서히 퍼지고 있는 점도 중국 경제의 호재다. ‘팍스 시니카’ 경제(중국이 주도하는 경제)의 부상은 통화를 비롯한 자산가치의 상승을 수반한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안화를 둘러싼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외환은행이 지난 2008년 4월부터 판매 중인 ‘中위안화 보통예금’은 지난 3월19일 현재 잔액 기준으로 1216만 9886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상을 예상하고 이 상품에 가입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위안화 예금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위안화 예금에는 따로 금리가 붙지 않는 반면 거래 수수료가 발생한다. 위안화 절상 폭이 금리와 수수료를 상쇄하고도 남아야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예금자들은 은행 창구에서 원화를 위안화로 바꾸어 입금하거나, 출금한 위안화를 원화로 바꾸어 인출할 수 있다는 것이 외환은행 측의 설명이다.

위안화 투자 증가는 자산 포트폴리오 변화를 엿보는 ‘창(窓)’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 포지션을 줄이고, 위안화 자산 소유를 늘리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금값이 올 상반기 중 조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포지션 변경에 한몫 했다. 헤지펀드들이 재작년 리먼브러더스발 금융 위기 이후 달러화, 스위스 프랑화를 비롯한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며 리스크를 줄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자 국내 증권사들도 위안화 투자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산은자산운용도 중국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에 베팅하는 ‘산은 위안화 오퍼튜니티 채권형’펀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펀드는 대부분의 자산을 ‘AAA’급 국내 우량 채권 등에 투자하고 일부를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의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장외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산은자산운용도 중국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에 베팅하는 ‘산은 위안화 오퍼튜니티 채권형’펀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국내 증권사, 위안화 투자 DLS 선보여
삼성증권도 4월 초 위안화 강세에 투자하는 파생결합증권(DLS)을 출시했다. 위안화 투자자의 증가는 중국 경제의 오늘을 상징한다.

중국은 여전히 값싼 공산품이 주력 상품이다. 하지만 싸구려 상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죽제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명품 상품의 생산 지역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중·미 양국의 경제 협력도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중국은 대미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고, 미국은 국채를 발행한 돈으로 자국의 소비를 지탱하며 경제 시스템을 뜯어고친다.

두 나라의 경제가 거대한 ‘밸류 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을 형성하는 이른바 ‘퓨전 경제’의 시대로 돌입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양대 초강대국의 ‘오월동주(吳越同舟)’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위안화 절상 압력을 전방위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절상 가능성을 흘리는 중국 관료들의 발언과 현지 언론의 보도도 꼬리를 문다.

미래의 구글, IBM은 중국에서
위안화 절상은 수출 주도의 중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긴축 기조로 돌아서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올 들어 중국 펀드를 중심으로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에 돈을 묻어두라고 조언한다. 올해 국내 운용사들의 중국 펀드 출시가 줄을 잇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 중국 펀드가 가장 많이 출시됐으며, 특히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가 주류를 이뤘다.

투자 후보군(pool)은 방대하다. IBM연구소는 10년간 중국 기업 60개 가량이 유명 다국적 기업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미래의 구글이나, 빅블루 IBM 혹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에서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중국의 화웨이는 휴대용 무선 공유기 시장에서 한국 제품들을 압도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고 있다. ‘옥석’ 구분이 관건이다.

중국 현지에서 리서치 센터를 운영하는 제임스 트리폰(James M. Trippon)의 블로그(www.chinastockdigestblog.com), 머니앤마켓(Money and Market) 같은 권위 있는 사이트를 자주 방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의 블로그(www.jimrogers.com)에서 투자 동향을 주시해보는 것도 대안이다.

김혜준 대우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금융 위기 극복 과정에서 중국 증시가 러시아나 다른 해외 이머징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측면이 있어 다시 오를 여지가 남아 있다”며 반등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