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음식은 나는 것은 비행기, 네 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 다 식재료로 사용한다.” 다양한 재료와 종류도 많다는 중국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말이다. 그만큼 못 먹을 것이 없다는 중국이 음식물 쓰레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주인은 넉넉하게 대접하고 손님은 음식을 남겨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늦은 일요일 오후, 아파트 현관을 지나는데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긴다. 지금 살고 있는 6층짜리 저층 아파트는 세대수가 많지 않아서 층별로 쓰레기 수거함이 없고 1층 현관 옆에 있는 큰 플라스틱 쓰레기통을 이용한다. 매일 청소차가 와서 수거해 가지만 주말에는 수거 차량이 오질 않아서 일요일 오후쯤 되면 이런 악취를 풍긴다.

파란색 플라스틱 쓰레기통 안에는 보고 버린 신문지에 각종 음식들이 담겼던 플라스틱 박스, 음식물 쓰레기 등이 한데 뒤엉켜서 악취를 풍기는 것은 물론 바닥에도 음식물 쓰레기가 흩어져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상주하는 도둑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투를 찢고서 음식을 먹다가 흩어놓은 것이 분명했다.

이전에 살던 고층 아파트에서는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었다. 층별로 있는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세대별로 쓰레기를 버리면 청소부들이 매일 쓰레기통을 수거했다. 전체 아파트 세대가 아니고 층별로 나온 쓰레기였기 때문에 악취가 적었고 도둑고양이가 음식 쓰레기를 헤집는 일도 없었다.

몇몇 주민이 음식 쓰레기 냄새라도 막자면서 쓰레기통에 뚜껑을 달 것을 제안해 보았으나 이 경우 음식 쓰레기와 기타 쓰레기를 분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주민 대부분이 분리수거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귀찮다, 혹은 왜 굳이 문제가 없는데 바꾸느냐는 태도를 보여 결국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는 없던 일이 됐다. 분리수거를 해서 놔둬봤자 청소부가 결국은 다 한곳에 몰아넣기 때문에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강력한 지지를 얻은 것이 더 큰 이유였다.

분리수거가 일반화되지 않은 중국에서 쓰레기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편인데 특히 음식물 쓰레기는 그 양도 어마어마하고 오염에 미치는 폐해가 크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은 정확한 수치가 없지만 대략 연간 5억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 중 음식물 쓰레기가 약 10% 내외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 음식물 쓰레기는 연간 약 5000만 톤이 발생된다고 한다.

기업이나 식당 등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그나마 처리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지만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처리가 되지 않은 채 배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음식물 쓰레기가 하수구로 배출되면서 인근 강의 수질오염과 함께 토양오염까지 야기하고 있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는 수분이 있어서 소각하기도 쉽지 않고, 태울 경우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서 대기오염까지 유발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실제 먹는 양보다 과도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중국 특유의 음식문화가 일조하고 있다.

중국 식당에 가면 서너 명이 5~6개의 요리를 시켜서 먹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두 명의 커플이 들어와서도 4~5개의 요리를 시키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중국 가정에 초대를 받아가도 상황이 비슷하다.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차려진 음식은 애초에 다 먹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한 상 가득 차린 이유다. 음식을 싹싹 먹어버리면 주인이 충분히 손님에게 대접을 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주인은 난처한 입장에 처하는 것이다. 대접받는 입장에서는 주인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라도 음식을 남겨야만 한다. 이 때문에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160억위안 이상(약 2조9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부패 척결과 함께 낭비를 없애자고 강조하며 접대용으로 과도한 음식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막도록 지시했다. 또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 위주로 분리수거법령 및 벌금형 등을 적용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음식물로 파는 행위도 엄격히 처벌한다. 최근 하수구에 버린 기름을 모아 거른 후에 만든 음식 쓰레기 재활용 식용유를 식당 등에 판매한 일당에 중국 법원이 최고 형인 사형을 선고하면서 엄중 처벌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중국의 음식 쓰레기 문제는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알아두면 좋은 중국의 풍습>

중국에서는 설 음식으로 무엇을 먹을까?

한국에서는 새해 첫날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새해에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전통음식을 먹는다.

중국의 북방지역에서는 만두를 먹는다. 중국어로 만두는 쟈오즈(饺子)인데 전해의 마지막 날 온 가족이 쟈오즈를 빚어서 새해가 오는 것을 기념하며 함께 식사를 한다. 이는 쟈오즈의 ‘쟈오(饺)’가 교차하다, 바뀌다는 뜻인 ‘쟈오(交)’와 발음이 같아서 전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다.

남방지역에서는 니엔까오(年糕)라는 떡을 먹는다. 니엔까오는 좀 더 발전된 한 해를 의미하는 ‘니엔까오(年高)’와 발음이 같아서 설 음식으로 먹는다. 또 다른 남방 설 음식은 탕위엔(汤圆)으로 찹쌀로 새알 모양의 알심을 빚어서 끓인 탕이다. 새알심은 안에 소가 없이 찹쌀로 만들기도 하고 소로 단팥이나 땅콩, 참깨 등을 넣기도 한다. 둥근 알심이 있는 국이라는 뜻의 탕위엔은 전통적으로는 명절 때 먹는 음식이었으나 최근에는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평소에도 후식으로 인기가 높다.

후식으로 먹는 탕위엔에는 주로 달콤한 맛의 소를 넣은 알심을 넣어서 만든다. 검은 참깨에 설탕을 섞어서 달콤한 맛이 나는 알심의 탕위엔이 가장 흔하며 사탕수수를 넣은 알심, 단팥이 든 알심, 땅콩과 설탕을 넣은 알심 등의 탕위엔이 있다. 이런 제품들은 슈퍼마켓에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