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지역 공인중개사 체감전망

‘부동산 바닥이요? 이미 지났죠.’ 기자는 강남3구 지역 공인중개사 4곳을 찾아가 집값 바닥이 언제냐고 물었지만 이들 모두 한목소리로 바닥은 이미 지나갔으며 분위기는 신도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강남구의 경우 설 직후부터 급매물이 빠지면서 호가 상승으로 이어져 집값은 바닥권에서 이미 탈출했고 가격 오름세가 한차례 지나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서초구와 송파구 지역의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이들 역시 작년 12월 말에서 올해 1월 초순 즈음해서 집값은 바닥을 쳤고 호가 역시 오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기 신도시인 분당지역의 경우도 강남3구의 후광 효과를 보고 있는 듯했다. 강남3구에 비해 조금 늦은 2월 중순에 들어서 급매물이 빠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호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강남3구 지역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현장 분위기는 봄바람과 함께 해빙무드가 완연했다. 그러나 추격 매수세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은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이 매수자들의 심리를 자극하면서 급매물을 사들이고 있는 것 같지만 현재 형성된 호가로는 매매가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들은 호가가 추격 매수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강남3구의 부동산 투기지역 해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모든 규제를 풀어놔야 불경기에 강남3구를 중심으로 부동산 매매 시장이 활성화되고 이것이 인근 수도권 신도시로, 지방으로 서서히 파급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신지은 강남구 압구정 / 골드웰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급매물 소진, 호가 서서히 상승”

강남구를 대표하는 압구정지역의 경우 매도자들이 생각하는 집값은 약 15억원 정도로 이는 지난해 상반기 수준이다.

실제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기준점으로 놓고 볼때 작년 연말까지만 하더라도 115㎡ 아파트 한 채 가격은 약 11억5000만원 정도였지만 실제 거래되는 가격은 약 14억원. 호가도 약 3억5000만원이 오른 15억원 선으로 형성돼 있었다.

신지은 골드웰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현재 시점에서 급매물은 모두 소진됐다”면서 “현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는 급매물이 모두 팔리고 호가가 서서히 오르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바닥이 찾아 왔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부동산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지금이 집을 구입하기 가장 적기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호가라고 해서 모두 팔리는 것은 아니지만 약 14억원 선에서 실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15억원에 형성된 호가의 아파트도 조만간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신 대표는 “호가가 계속 오르면서 매수자들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면서 “각종 경기지표가 좋지 않은 관계로 호가가 실거래와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즉, 각종 호재로 인해 호가는 형성됐지만 매수세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다시 거래가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투기지역 해제가 된다면 아파트 거래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박순애 서초구 잠원 / 부동산 명가 대표
“바닥 탈출했지만 매매는 소강 상태”

박순애 부동산 명가 대표는 경기가 하강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때 가장 낮은 가격의 아파트 매물이 팔린 시점을 급매물로 보면 된다고 조언한다.

박순애 대표에 따르면 서초구 지역은 작년 말 급매물이 소진되기 시작하면서 호가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일반 아파트를 기준으로 봤을 때 약 5000만원에서 7000만원 정도가 상승했고 재개발 아파트의 경우는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이 오른 상태다.

박순애 대표는 “작년 연말 즈음해서 35평 기준으로 일반 아파트의 경우 약 6억원 선에서 거래가 됐으며 재건축 아파트는 약 8억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바닥이라는 기준점이 다소 모호하지만 급매물이 빠지고 호가가 서서히 오른 것으로 볼 때 바닥은 이미 끝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매매가격은 주변 여건과 노후도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기 때문에 포괄적인 개념이다”며 “전반적으로 봤을 때 바닥이라고 생각되는 작년 연말보다 약 5000에서 1억원가량 상승한 것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바닥권에서는 탈출했지만 매도자와 매수자의 생각 차이로 인해 매매가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박순애 대표는 “1월 설 명절 직전에는 급매물을 위주로 매매가 성사됐지만 그 이후부터 매도자들의 분위기가 호전되면서 호가가 조금씩 오르더니 현재는 거래가 뜸한 편이다”고 밝혔다.

아파트를 구입하는 시기에 대해서는 오는 6월 이전에 구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고 하더라도 구입을 할 것이라면 더 이상 저울질하는 것보다 지금 매수하는 방법을 택하라고 조언한다.

배영준 송파구 잠실 / 영진 부동산중개사무소 소장
“추가 규제완화 있어야 상승 기대”

유럽 등 선진국의 위기가 또 터졌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제위기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바닥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굳이 바닥이라고 한다면 이 지역은 벗어난 지 오래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에 위치한 영진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배영준 소장의 말이다. 배 소장은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발표, 제2롯데월드 발표 등 이전부터 부동산 시장은 최저점을 찍었고 이 같은 발표 등은 이미 바닥을 찍은 부동산 시장의 호가만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배영준 소장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은 115㎡ 재개발 기준으로 12억원 정도에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흥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 가격은 각종 악재가 터진 작년 12월 말경에 8억5000만원보다 약 3억5000만원이 오른 가격으로 지난 2006년 말 13억6000만원보다 2억6000만원 하락한 것. 때문에 앞으로 가격 상승이 잠재되어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 현 기조라면 쉽사리 매매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간신히 형성된 호가는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즉, 정부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민간아파트 상한제 폐지 등을 발표한다면 부동산 시장에 활성화를 조금이나마 기대할 수 있겠지만 여론의 눈치를 보고 주저한다면 집값은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지적이다.

배영준 대표는 “지난 1월 말부터 매도 우위세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형성됐다”며 “정부가 남아 있는 부동산 규제를 전면 해제시킨다면 매매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경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 뱅크 부동산 대표
“추격 매수세 없으면 다시 하락할 수도”

급매물이 모두 소진된 것으로 볼 때 부동산 바닥권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을 운영하는 노경호 대표의 생각이다.

노 대표는 강남3구 지역에서 지난 1월 말 설 명절을 전후로 급매물이 빠졌고 현재 분당, 안양 등 신도시로 확산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양도세 감면혜택 등과 저금리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자신이 운영하는 부동산에서 급매물 위주로 하루 20여통의 매매 문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비춰볼 때 매수세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분당구의 경우 올해 초 158㎡ 아파트를 기준으로 놓고 볼 때 약 6억5000만원 선까지 급매물이 나왔으나 현재는 1억원가량이 오른 7억5000만원 선에서 흥정이 오가고 있다.

노경호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등으로 인해 급매물들이 자취를 감췄다”며 “1월 말 설 명절 전에는 단 한 건의 문의전화도 없었지만 설 명절 이후 급매가 조금씩 소진되더니 호가가 올랐다”고 밝혔다.

향후 부동산 경기에 대해서도 대세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과 추격 매수세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도 내놨다.

가격 하락을 막고 부동산이 더욱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현재 바닥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확대되고 있는 추세기 때문에 강남3구의 부동산 규제만 완화된다면 현재의 호가가 실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노 대표의 생각이다.

홍성일 기자 (hsi@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