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동결 장기화 전망에 엇갈리는 채권 장·단기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9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2.50%)으로 동결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거듭 확인한 가운데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명실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 강도는 어느 때보다 강했다”며 “GDP갭률의 마이너스 폭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경기 개선에 대한 확신과 물가 전망에서도 자신감을 보이며 시장의 금리인하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 회의를 계기로 채권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는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며, 채권시장도 변동성을 줄이며 약세 분위기로 방향성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김 총재 발언 이후 채권시장은 약세로 전환됐다. 외국인과 은행권이 금리동결 이후 국채선물 매도를 주도하면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3.7bp 상승한 2.895%, 10년물 금리는 2.9bp 상승한 3.674%에 마감했다. 채권시장은 한은 입장이 확실해지자 국내 정치권 발언과 엔저원고에 의한 경기회복 훼손 가능성 등을 통해 매수 모멘텀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단기물 약세, 장기물 강세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금리인하라는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장기물이 정상적으로 돌아와  장·단기 스프레드가 축소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환율시장은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 지난주 골드만삭스 리포트 영향으로 달러 매수 성향이 강해 원∙달러 환율이 올랐지만, 한국은행의 금리동결에 따른 실망감으로 1061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달러 강세는 유효하고 자산시장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070원 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외환시장의 쏠림현상과 투기세력을 막기 위해 외환당국이 개입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1060원 하단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대호 현대선물 연구원은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을 누르고 있었지만, 증시 불확실성에 따른 외인 이탈 우려로 원∙달러 환율 상단이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거래량 급증과 함께 환율 방향성이 뚜렷하게 위를 향하고 있어 향후 거래와 변동성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