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너드 케인스 1·2》
- 로버트 스키델스키 지음 - 고세훈 옮김
- 후마니타스 펴냄 - 각 권 3만5000원, 3만원

지난해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 표지를 장식한 사람은 바로 존 메이너드 케인스였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자신이 케인스주의자라고 밝혔다. 케인스가 사망한 지 63년이 지난 지금, 그의 전성기가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그의 이름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호명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찾는 좌파 경제학자들에게도, 사고 후 수습을 원하는 우파 경제학자들에게도 케인스는 현재형으로 불려나오고 있다.

전쟁과 대공황의 터널 속에서 자본주의의 수정을 주장했던 케인스는 과연 오늘날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케인스는 단순한 이론가나 사상가가 아니라 재무부 관리로서 직접 회의장을 뛰어다니며 수많은 정책과 대안을 제시했던 활동가였다. 그 점이 그에 대한 기대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케인스의 경제학은 화폐와 시간이 개입되는 한, 경제 주체로서의 인간 행위는 무지와 불확실성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인간의 예측은 불안정하다. 따라서 시장은 본래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시장에 대해 케인스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정부다.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통해 유효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경기침체 시에는 통화정책이 효과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비가 위축되고 대규모의 인적·물적 유휴 자원들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이자율이 낮고 돈이 넘쳐도 유동성 선호의 심리 때문에 구매력은 저하된다. 또한 투자는 활성화되지 않으며, 고용은 늘지 않는다.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갇혀 있고 자원의 불완전고용 정도가 심할수록 정부에 의한 적극적인 적자재정의 창출이 필요하다는 게 케인스의 생각이다. 정부의 적자재정 창출은 민간투자를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간 자원의 상실분을 몇 배로 메울 정도로 승수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케인스가 이 시대에 왜 이렇게 자주 불려나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패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케인스는 구원의 빛으로 번쩍이고 있다.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걸출한 역사가 로버트 스키델스키가 30년에 걸쳐 완성했다. 세밀한 자료 조사는 물론 실존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케인스의 삶이 오롯이 되살아났다. 또한 이 책은 20세기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그 내막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학과 역사학의 행복한 결합을 보여준다.

이재훈 기자 huny@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