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지수 무려 48% 승승장구한 하이닉스

‘거침없다’. 이보다 SK하이닉스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다. 최근 하이닉스의 주가와 실적을 보자면 머릿속에 이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난해 중국 공장 화재 등의 악재로 시장은 우려했지만, 견조한 실적과 펀더멘털로 주가까지 상승하고 있다.

지난 9일 SK하이닉스는 전날 주가가 3.17%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그동안의 꾸준한 주가 상승에 힘입어 시가 총액 순위도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중국 공장 화재 악재를 말끔히 털어낸 데다 삼성전자와 달리 실적개선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다는 분석이다. 최근 IT부품주에 우려를 끼치는 엔저 현상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주가 강세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의 성장세는 재작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3년 전까지 채권단의 관리를 받았고 지난해 1분기까지 영업적자로 허덕였지만, SK그룹에 인수된 후 안정적인 투자와 R&D 등으로 180도 변신에 성공했다. 대외여건도 우호적이었다. 일본 엘피다 파산으로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이 막을 내렸고 정보기술(IT) 기기의 급속한 발전으로 모바일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수요자 위주 시장(Buyer’s Market)’에서 ‘공급자 위주 시장(Seller’s Market)’으로 전환했다.

실적이 이 같은 현재 상황을 대변한다. 지난해 2분기 매출 3조9333억원, 영업이익 1조1140억원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1조16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한 분기 만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률도 30%에 달해 분기마다 실적 개선을 뒷받침했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12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7위에 머물렀으나, 2013년에는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물론 지난해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중국 우시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공장 화재로 공급 부족 우려가 제기돼 D램 가격이 상승하면서 악재가 호재로 변모하는 행운을 잡았다. 이러한 실적을 반영한 듯 주가도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로 인해 시가 총액이 지난해 9월 말 21조5000억원에서 지난 9일 종가 기준 27조6978억원을 기록하며 시가 총액 순위 3위로 올라섰다.

향후 SK하이닉스의 실적도 기대해볼 만하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요 측면에서는 PC와 DTV 부진에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성장세로 모바일 메모리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Window XP 서비스 종료에 따른 기업용 PC의 Up-Grade D램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공급 측면에서도 글로벌 D램 시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강’과 미국의 마이크론이 ‘1중’을 형성하는 구도로 완전히 재편돼 과거처럼 과잉공급으로 인한 가격하락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며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저 위기로 IT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일본 경쟁업체가 거의 없는 데다 메모리 산업이 승자 독식 과점시장으로 재편된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가 공급하는 D램은 미국 마이크론 대비 원가 경쟁력이 20% 이상 뛰어나고 공정 기술력에서도 차별화돼 있다”며 상승곡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더욱이 지속적인 R&D로 기술력이 크게 향상돼 시장 상황에 휘청거리지 않을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과 펀더멘털을 갖추게 됐다. 과거 메모리 시장의 선두기업인 삼성전자와 1년 6개월가량의 기술 격차를 보였지만, 최근 신제품 개발과 공정미세화로 그 차이를 6개월 정도로 줄였다. 1조원이 넘는 연간 R&D 투자와 기술개발센터 설립으로 20나노급 8기가비트(Gb) LPDDR3 D램과 6기가비트(Gb) LPDDR3 제품을 세계 최초로 연속 개발했고, 지난 연말에는 20나노급 8기가비트(Gb) LPDDR4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D램의 세대를 바꿀 LPDDR4를 최초 개발했다는 점은 분명 괄목할 만한 부분”이라며 “앞으로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선전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삼성SDI, BMW를 보라

삼성 SDI는 전방사업인 스마트폰 시장 둔화로 실적 악화가 우려됐다. 하지만 2차 배터리 전지와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로 주가는 점차 상승곡선을 그렸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돌입하면서 스마트폰 가격경쟁으로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인 2차전지와 AMOLED(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 단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4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올해 1분기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유는 전기자동차 2차 전지와 ESS 판매가 본격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승철 신영증권 연구원은 “모든 IT 업체들이 모바일기기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BMW, 테슬라, 폭스바겐 등 전기차 신모델 출시가 잇따르면서 2차전지가 IT와 자동차 산업 사이의 교집합으로서 부각된다”면서 “여기서 삼성 SDI의 잠재적인 기술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 SDI는 2013년 11월부터 판매되는 BMW 전기차 i3에 2차전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2014년 발매 예정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i8 역시 삼성SDI의 2차전지가 채택될 예정이다. 이 연구원은 “BMW 이외에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신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 SDI 추가적인 공급계약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영업적자를 기록한 삼성 SDI는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되는 2014년 후반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