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古代) 군인들은 전쟁터에 나서기 전 반드시 갑옷과 방패 등 보호장구를 갖췄다. 보호장구를 갖춘 군인과 비무장 군인이 전쟁터에서 싸우다 함께 부상을 당한다면 그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피부 역시 동일하다. 근래 피부장벽 또는 피부 보호막이라는 용어가 자주 들린다. 피부 장벽 혹은 피부 보호막이라고 불리는 것은 바로 각질층이다.

사전적 설명을 통해 우선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각질층은 피부의 제일 바깥층이다. 죽은 세포들이 케라틴화 된 층으로 매일 떨어져 나가는 15∼20개의 세포들이 빽빽하게 겹쳐 구성돼 있다.

기저층에서 생성된 세포는 각화작용에 의해 죽은 세포가 되지만 세포막이 존재하므로 물리적 자극이나 장애,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저항력을 갖는다.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며 피부 산성막의 영향으로 세균의 침투를 막아준다.

피부과 전문의로서 덧붙이자면  각질층의 주요 역할은 외부환경으로부터 세균, 곰팡이, 알레르기 유발 항원 외 각종 자극물질들이 피부내로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보호막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피부의 수분이 증발하지 못하게 막아준다.

각질층 구조는 마치 벽돌담과 같다. 각질층의 기본 구조는 각질세포와 각질세포 간 지질로 구성돼 있다. 영어권에서 'Brick and Mortar Model'(벽돌과 회반죽 모델)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각질세포에는 자연보습인자(Natural Moisturizing Factor, NMF)라는 것이 있다. 자연보습인자는 필라그린을 분해과정에서 발생하는 산물인 PCA, urocanic acid, 아미노산이 주성분이다. 대기의 수분을 끌어들여 각질층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비유하자면 자연보습 인자는 각질층 안에 존재하는 '물먹는 하마'나 마찬가지다.

각질세포 간 지질은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이 각각 1:1:1의 비율로 구성돼 있다. 피부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는 비닐막 역할을 한다. 피부에서 수분의 유지는 각질세포내의 물먹는 하마 즉, 자연보습인자의 수분 흡인력과 증발을 막아주는 비닐막 역할을 하는 각질세포 간 지질의 역할에 기인한다.

사우나에서 각질을 제거하는 행위는 바로 피부 보호장벽을 스스로 무너트리는 행위다. 각질층이 파괴되면 곧바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피부건조 증상이다.

지나치게 샤워를 오래하는 경우, 세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 건조한 환경, 과도한 스트레스, 영양결핍, 염증성 피부질환이 발생하면 피부건조증이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샤워는 최대 10분 내 마쳐야 한다. 세제 사용은 최소화하며 머리를 감을 경우 샴푸가 몸을 타고 내려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보습제를 선택해 사용해야 하며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영양섭취, 피부 질환의 조기 치료라는 공식을 숙지하는 것이 피부건강에 도움이 된다.

특히 피부 트러블로 내원한 여성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늦게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숙면은 피로 회복에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보약과 같은 존재다. 피부는 신기한 것이 조금만 관심을 보이면 곧바로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피부미인은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2014년 새해는 피부에 대한 올바른 관심과 이해를 통해 보다 건강하고 상쾌하게 시작해보자.

 

글 ┃박준홍 오월의아침 피부과  원장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대한 피부과학회 정회원, 대한 피부과의사회 정회원, 제7기 대한 피부과의사회 학술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