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은 대서양 참다랑어(참치)의 수출입 금지 여부를 둘러싼 국제 표 대결에서 판정승 했다.

회나 초밥 재료로 참치를 즐겨 사용하는 일본이 참치 없이는 자국 식문화도 붕괴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필사적으로 로비전을 펼친 결과다. 일본은 전체 참치 어획량의 80%를 싹쓸이 하는 그야말로 ‘참치대국’이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일본인의 참치 사랑은 점차 식어가는 추세라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젊은 일본인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입맛이 변해가면서 참치 종주국으로서 일본의 위상도 예전만 못해졌다는 지적이다.

14세 중학생 이쓰노 유타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그는 일본의 기성세대와 달리 참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참치는 물론 스시, 초밥 등 생선을 재료로 한 모든 음식을 싫어한다. 그는 생선보다는 고기, 피자, 햄버거 등을 좋아하는 평범한 일본의 청소년이다.

일본인은 모두 생선을 좋아할 것이라는 외국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일본 내 생선 소비는 꾸준하게 감소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인의 1인당 생선 소비량은 지난 2006년 처음으로 육류 소비량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일본 가계의 평균 월간 해산물 소비는 74달러로 2000년 이래 2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참치 같은 생선에 의존한 산업 규모가 큰 일본은 변해 버린 일본인들의 입맛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과거에는 볼 수 없던 각종 수산물 관련 프로모션을 동원, 해산물 소비를 권장하고 있다.

어부 복장을 한 유명 연예인이 생선 섭취를 권유하는 노래를 부르고, 대형마트는 이 노래를 매장에 틀어놓는다. 시민단체는 학생들을 바닷가나 수산시장으로 데려가 관련 교육을 하고 ‘피시 마스터’라는 수료증을 발급해주기도 한다.

일본인의 생선 사랑이 식어버린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유타의 경우처럼 청소년들의 입맛이 서구화됐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

맞벌이로 바쁜 젊은 엄마들이 손질하기 어려운 생선을 반찬으로 내놓는 걸 꺼려하면서 어려서부터 생선을 먹는 습관도 자리잡지 못했다.

또 일반적으로 해산물 가격이 육류보다 비싼 편이기 때문에 해산물 소비는 경기 침체 이후 더욱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발간한 연간 어업백서를 통해 청소년들의 생선 외면이 DHA나 EPA와 같은 영양소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미현 아시아경제 기자 grob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