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L 진행에 있어 제작사 마케팅 PD의 역할이 궁금한데요.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필요한 소품이나 장소 등을 PPL의 형태로 협찬 받아 제작비를 조달하고, 이 과정에서 감독과 광고주의 의견이나 요구사항을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드라마 제작에 앞서 시놉을 기초로 하여 PPL을 어떤 형태로 드라마에 배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도 주요 업무입니다.

본격적인 PPL 정식 판매를 앞두고 제작사들의 고민이 늘어가고 있다는데요.
기존에는 광고주와 제작사간에 직접적인 거래가 이뤄졌으나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KOBACO가 대행을 맡게 되면서 제작사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습니다.

방송사와 광고주가 KOBACO를 끼고 광고 계약을 맺게 되면 그 수익은 일단 방송사가 갖게 됩니다.

방송사 측에서 제작비 지원은 약속했으나, 수익을 분배할 구체적이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국의 제안을 100% 수용하기란 힘들죠.

또 광고주의 의견이나 요구 조건이 제작사에 직접 전달되기 어렵다는 것도 현장 담당자로서 애로사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새롭게 마련된 PPL의 가격책정 방식은 어떻게 보십니까.
코바코가 제시한 간접광고 가격 산정 방법대로라면 PPL 단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에는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브랜드 노출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으나, 이제는 브랜드, 상품, 조연급, 주연급, 스토리텔링 등 다섯가지의 노출 요건을 단계별로 충족시킬수록 금액은 높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PPL의 장점이 상쇄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PPL을 광고나 마케팅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해 왔던 중소기업들의 활동은 위축되고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만이 독점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일부 제작사들은 PPL이 본격 허용되면 협찬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는데요.
외주제작사의 경우 만성적인 제작비 부족 문제를 협찬 고지 형식의 자막광고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실에서 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이 가능한 PPL이 확대되면 반대급부로 광고주들의 자막광고 집행 빈도와 가격이 낮아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겠죠.

PPL 정식 허용으로 인한 향후 관련 시장의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PPL이 활성화되면 제작비 조달이 원활해진다는 측면에서 드라마 제작 환경은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제작사 입장에서도 PPL 시장 확대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KOBACO에서는 사전조사를 통해 제작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방송국에서도 구체적인 수익 배분 원칙을 마련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현실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