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미화기자

2004년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가 10년 만에 폐지됐다. 반면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기준은 기존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 즉, 부동산 자산가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대신 고소득자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걷겠다는 의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양도세 중과 제도 폐지로 시장 활성화는 미미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반면 과표기준 변경으로 연간 3200억원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 폐지 및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 변경 등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 1일 의결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2003년 10·29 대책에서 처음 발표됐으며 2005년 8·31 대책에서 그 범위가 확대됐다. 부동산 활황기에 투기적 수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다.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 매매 시 양도차익은 일반 소득세율인 6~38%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즉, 두 채 보유자는 양도세율 50%, 세 채는 60%를 부과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진 2009년부터는 1, 2년 단위로 유예를 거듭했다. 부동산 활황기에 만든 제도로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유예하는 것보다 폐지해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즉,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유예해 유명무실한 제도를 아예 폐지,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정책적 혼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걷자는 것이다.

주택 세 채를 5억원에 구입한 후 6억원에 팔면 1억원의 양도차익 발생, 60%에 해당하는 양도세로 6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했다. 그러나 제도 폐지로 최고 세율을 적용해도 3800만원만 내면 된다. 이런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사람, 즉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36만6000여 명이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측한다. 양도차익이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상황이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실장은 “시장 활황기에는 양도세 중과 폐지가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지금은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됐다”며 “정책적인 불안을 없애는 의미일 뿐 직접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활황기 때 만들어진 불합리한 제도를 없애야 한다. 아울러 부동산 관련 세제 혜택 등 추가 대책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현실에 맞지 않는 부동산 제도들을 폐지한 후 시장 활성화를 위한 추가 혜택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소득세법 개정으로 고소득자는 세부담이 증가할 예정이다. 2011년 말 최고세율을 당시 35%에서 38%로 올리면서 이 세율을 적용하는 ‘3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했다. 이번에는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확대한 것이다. 따라서 과표구간 1억5000만원 이상 소득자는 최고세율인 38%를 적용받는다. 과표구간이 조정되면서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납세자는 9만 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로 인한 세수 증가 효과는 연간 3200억원으로 추산된다.

소득세 과표가 3억원인 봉급생활자의 경우 현재는 9000만원의 소득세를 낸다. 그러나 최고세율 기준점이 1억5000만원으로 바뀌면 9450만원으로 450만원을 더 내야 한다. 기준점을 넘는 금액인 1억5000만원에 대한 세율이 3%p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 세무 관계자는 “부동산 활성화 대책의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고소득 직장인의 증세는 현실화됐다”며 “시장 활성화를 통해 세금을 더 걷는 방법 대신 고소득 직장인의 지갑만 훔친 셈”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