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위기의 시대에 자신감을 보여라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어쩔 줄 몰라 발만 둥동거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 한다. 이럴 때일수록 리더는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위기에 맞서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않는 꿋꿋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리더의 대처 능력은 위기 상황에서 구성원들을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는 지지대가 되어줄 것이다.

전미개오(轉迷開悟). 교수신문이 선택한 2014년 희망의 사자성어다. ‘미혹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자’는 의미다. 미망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는 것은 어느 때나 어느 계층에나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다. 하지만 오리무중의 위기상황일수록 미망을 깨치고 두려움과 공포를 깨치고 일어나도록 이끄는 위대한 위기극복의 리더십이 더 절실하다.

공자가 위기극복의 멘토로서 위대한 것은 ‘위대한 철학자’여서가 아니라 ‘위대한 실행가’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광(匡)이란 지역에선 양호란 인물로 오인돼 포위되기도 했고, 진과 채나라 사이에서 포위돼 며칠씩 굶기도 했다. 공자가 위대한 것은 ‘위기로 점철된 삶의 여정’에서 늘 일관되게 리더로서의 의연함, 자부심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공자는 과연 크고 작은 위기상황에서 어떤 철학과 자세를 보여주는지 돌아보자.

첫째, 리더라면 흔들림 없는 소신을 보이라. 공자의 위기대처 소신을 보여주는 것은 한마디로 임난불구(臨難不懼)다. 어려움이나 곤경에 처해도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않는 꿋꿋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그는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또는 광땅 지역에서 포위를 당해 위기에 처했을 때도 늘 군자로서의 위엄과 규율, 자부심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비록 겉모습은 ‘초상집 개’같은 초라한 모습이지만 기개는 ‘하늘의 도’를 전수받아 아무도 어쩔 수 없는 군자로서 변함없는 굳은 소신과 규율, 자신감을 내보인다.

司馬牛問君子 子曰 君子 不憂不懼 曰 不憂不懼 斯謂之君子矣乎 子曰 內省不疚 夫何憂何懼

(사마우문군자 자왈 군자 불우불구. 왈 불우불구 사위지군자의호 자왈 내성불구 부하우하구?-안연-)

사마우가 군자에 대해 물으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는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하셨다. 사마우가,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을 군자라고 일컬을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마음속을 반성하여 가책을 느끼지 않으니 도대체 무엇을 근심하며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라고 하셨다.

소인은 염려는 하지 않고, 걱정과 조바심만 낸다. 반면에 군자는 미래에 대한 전망과 위기에 대한 대비는 하지만 조바심과 걱정에 애를 태우지 않는다. 공자는 이 같은 ‘불우불구, 내가 올바르면 세상이 나를 어쩌랴는 임난불구(臨難不懼] 의 정신을 위기상황에서도 그대로 행했다. 평화 시에 리더는 철학과 가치관을 말하는 철인(哲人)만으로 리더십 유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위기 시엔 강철 같은 자기관리와 규율의 철인(鐵人)모습을 아울러 보여주어야 한다. 3인칭의 ‘그들이 가라사대’가 아니라 1인칭의 실행 스토리를 시연해 보여야 구성원이 믿고 따른다.

군자니까 강한 절제감을 갖고 위기를 견딜 수 있다며 가치관에 대한 프라이드와 자기규율의 소신을 보인다. 아무리 어려워도 하늘을 찌를듯한 자부심과 자신감은 공자의 또 다른 위기, 광땅에서 포위당한 위기에서도 어김없이 휘날린다.

子畏於匡. 曰文王旣沒 文不在玆乎 天之將喪斯文也 後死者不得與於斯文也 天之未喪斯文也 匡人其如予何

(자외어광 왈문왕기몰 문부재자호 천지장상사문야 후사자불득여어사문야 천지미상사문야 광인기여하-자한편-)

공자가 광(匡) 땅에서 포위되어 그 일행은 죽음을 두려워해야 할 곤경에 빠져 있었다. 공자께서는 그 난 중에서도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문왕(文王)께서 이미 돌아가신 지 오래지만, 그 문(文)이 여기 나에게 있지 아니한가? 하늘이 이(斯) 문(文)을 버리시려 한다면 그대들이 살아남는다더라도, 그대들은 내 몸에 있는 이 문(文)을 더불어 하지 못하리라! 만약 하늘이 이 문(文)을 정녕코 버리지 않으신다면 광(匡) 사람인들 감히 나를 어쩌랴.”

공자는 자신이 문왕의 학문과 사상을 전수받았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공자는 평소 자부심을 그다지 높게 드러나지 않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생사의 갈림길 앞에서 비로소 진심 어린 자신에 대한 평가, 자신의 학문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다.

이 사건은 노나라의 양호[삼환씨(三桓氏) 중 계손사(季孫斯)의 가신(家臣). 일찍부터 많은 재물과 인력을 자기 휘하에 모아 계손씨는 물론 삼환씨의 가신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을 구축했음]가 송나라의 광이라는 지역을 공격했을 때 벌어진 일이다. 양호는 포악하고 파렴치한 만행을 저질러 많은 사람의 원한을 샀다. 그 후 공자가 광을 방문했는데, 갑자기 많은 사람이 공자를 둘러싸더니 마구 욕을 퍼붓고는 가두어 죽이려고까지 하였다. 사람들이 그렇게 흥분한 것은 양호와 공자의 생김새가 상당히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공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거문고 연주를 계속했다. 공자의 제자 자로가 사람들의 무리를 헤치고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즐거우실 수가 있습니까?” 이에 공자는 의연히 대답한다. “물속을 다니면서 교룡(蛟龍)이나 용을 피하지 않는 것은 어부의 용기요, 육지를 다니면서 외뿔소나 호랑이를 피하지 않는 것은 사냥꾼의 용기요, 흰 칼날이 눈앞에서 맞부딪쳐도 죽음을 삶처럼 여기는 것은 열사(烈士)의 용기다. 자신이 곤궁하게 된 것이 운명임을 알고, 뜻대로 되려면 시세를 만나야 함을 알고, 큰 어려움에 임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성인의 용기다(知窮之有命, 知通之有時, 臨大難而不懼者, 聖人之勇也). 유(由: 자로의 이름)야, 편히 앉아 있거라, 나의 운명은 정해져 있느니라. ”(출처:장자 추수편)

광땅에서의 공자의 자부심에 찬 행동은 또 다른 기록으로도 전해진다. 공자가 송나라에 갔을 때 광 지방 사람들이 갑옷을 입은 군사들과 함께 공자를 에워쌌다. 이에 자로가 분노하여 창을 휘두르면서 그들과 싸우려고 하자 공자는 이를 막고 말했다.

“인과 의를 닦으면서 어찌 그처럼 습관을 벗어나지 못하는 행동을 하려 드느냐? 시와 글을 강론하지 않고 예절과 음악을 익히지 않는 것은 나의 잘못이라고 하겠지만 만일 선왕의 일을 따르고 옛 법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나의 죄가 아니다.”

공자가 자로에게 분부하여 노래를 시키자 자로가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했는데 공자는 이 노래에 화답하여 세 곡조를 끝냈다. 그러자 이것을 본 광 사람들은 갑옷 입은 군사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말았다. 이에 공자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높은 언덕에 올라보지 않고 어찌 넘어지고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깊은 샘물을 보지 않고 어찌 물에 빠지는 것을 걱정하며, 넒은 바다를 보지 않고 어찌 험한 파도와 세찬 바람을 걱정하겠느냐? 모르고 실수하는 까닭이 이 세 가지에 있는 것이니 선비로서 이 세 가지를 삼가서 행한다면 자기 몸에 화가 미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의 가장 큰 도전은 구성원들이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우리의 조직을 위해 분명히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모두 공유할 수 있을 때 상처는 회복되고 위기는 극복된다. 리더의 결의 표명이 없는데 구성원들이 리더를 따라줄 리 없다. 리더 스스로의 결의표명, 자신감 표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기극복의 출발점은 마음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직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선 리더부터 강한 자신감을 보여야 한다.

리더십이란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활력과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자신이 믿지 않는 물건을 고객에게 팔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이 신봉하지 않는 승리 마인드를 구성원에게 설득할 수는 없는 법이다. 폭풍은 거세더라도 이를 무릅쓰고 배는 항해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고 리더가 소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결단을 촉구하고 모든 관계자가 희망을 갖고 나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위기 시 리더가 자신감을 갖고 보여주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