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한류 열풍은 엄청나다.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모든 것들이 중국에서 유행을 이끌고 있다. 화장품과 옷은 기본이다. 이제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따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중국인들이다. 하지만 긴장을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지금의 한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 내 한국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해보자.

겨울방학을 맞아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사무실 직원들 몇 명이 쭈뼜거리며 말을 걸어온다. 지난해 졸업생으로 올해부터 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한 직원이 대표로 나서 상기된 얼굴로 부탁이 있다고 한다.

뒤에 서 있는 2~3명의 직원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면서 앞의 직원을 부추기기며 빨리 말하라고 재촉한다. 무슨 부탁이기에 이리 뜸을 들이나 하고 편하게 말하라고 했더니 그제야 겨울방학에 한국에 돌아갈 예정이냐고 묻는다.

이렇게 싱거운 질문을 하려고 주저했나 하고 의아해지려는 순간, 한국에 갔다 올 계획이 있으면 자신이 필요한 물품 몇 개를 사다 줄 수 있냐고 물어온다. 그제서야 여러 명의 직원이 서로 쿡쿡 찔러가며 말을 하도록 부추긴 이유를 알았다.

20대 초반의 또래인 이들은 평소 좋아하던 한국 제품을 사다 줄 것을 부탁하고 싶었던 것이다. 부탁을 해도 되나 싶어 주저하던 그들에게 흔쾌히 그러라고 말했더니 뒤에 서 있던 나머지 직원들도 앞다퉈 자신들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서 부탁을 해왔다.

이미 컴퓨터로 정리한 필요물품 목록까지 가지런히 만들어온 이들은 최근에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 화장품의 구매를 원했다. 어머니를 위한 설화수, 자신이 쓸 라네즈와 더페이스샵, 동생에게 필요한 에뛰드와 미샤 등 한국 제품들의 브랜드를 줄줄이 꿰고 있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아직 판매되지 않는 한국 브랜드의 이름까지 대면서 사달라기에 깜짝 놀라 어디서 그런 정보를 알았냐고 물으니 인터넷이나 잡지 등에서 손쉽게 한국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단다.

특히 한국 유명연예인들이 사용한다는 제품들은 금방 소문이 퍼져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중국에 오기 전 한국 제품이나 한국 드라마가 인기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일부에서 인기를 과장한 것이겠지’라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었다. 한류 열풍으로 국내 연예인들이 중국에서 인기 있다는 소리도 언론의 호들갑 정도로 생각했으나 실제로 그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중국에서 만나는 한국인 중 많은 사람이 “한류가 인기인 지금 중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운이 좋은 것”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과거 한국에서는 일본 음악과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고 한때는 홍콩 영화들이 한국팬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지금은 한국의 문화와 상품들이 중국의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들이 즐겨 사용한다는 제품들도 함께 인기를 얻었다. 더불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이는 한국인의 패션과 생활모습 등을 따라 하고 싶은 욕심에 한국 상품의 구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앞서 학교 직원이 구매를 희망했던 화장품들은 상대적으로 희고 깨끗한 한국 여성들의 피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구매를 한다. 중국의 쇼핑몰에서 한국화장품 매장 1~2개 정도는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의류도 한국 제품이 인기다. 이랜드 그룹의 티니위니는 워낙 널리 인기를 얻어 대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적어도 3~4명의 학생들이 곰돌이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모습을 볼 수 있다. 30~40대 성인여성들도 티니위니의 가방이나 액세서리를 하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TV 프로그램의 인기는 더욱 높다. 강의를 듣는 교실의 대학생 중 최소한 4~5명은 한국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매일 챙겨 보는 골수팬이다. 한국 연예인들이 인기라고 하니 드라마나 음악 프로그램을 주로 보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로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도 매우 높다.

‘런닝맨’이나 ‘우리 결혼했어요’와 같은 TV 프로그램은 중국 젊은이들이 워낙 좋아해 출연진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누가 제일 좋은지 투표까지 하는 정도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한국 문화와 한국 제품의 인기는 많은 한국인을 으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새해에도 이 같은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중국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어야만 한다.

무조건 한국 제품이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성공한 선발주자를 따라 무작정 중국시장에 진출한 일부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모쪼록 새해에도 한국의 문화와 제품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국의 문화>

‘도시거주권’이 뭐길래 위장결혼까지 할까?

중국의 많은 젊은이가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원대한 꿈을 품고 미래를 찾아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를 찾아간다. 그러나 이들을 맞이하는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 특히 대도시에 적을 두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을 보는 차가운 시선에 주눅이 들기 일쑤다.

도시 출신과 타지 출신을 가르는 기준은 ‘후코우(戶口)’때문이다. 후코우는 우리나라의 호적과 비슷하지만 거주지를 자유롭게 이전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지역의 후코우를 가진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의료시설과 좋은 학교, 상대적으로 쉬운 대학 입학 등의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가난한 농촌지역의 후코우를 가진 사람들은 이런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에 후코우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58년이다. 농촌지역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 후코우를 지정하고 농촌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했다. 도시에서 일하는 외지인들은 자녀들을 도시지역의 학교에 보낼 수 없어 조부모가 있는 시골에 떼어놓거나 혹은 도시에서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후코우가 없는 외지인의 경우 주택 구입이 사실상 어려운 것도 문제다.

중국의 젊은 여성들이 꼽는 결혼하고 싶은 신랑감의 조건으로 ‘상하이나 베이징의 후코우’를 가지고 있는 남자를 꼽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에서다. 집을 구매하려는 외지인들을 위해서 후코우를 가진 사람과의 위장결혼이 성행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