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 대부분은 시장을 긍정적으로만 본다.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거나 누군가를 그렇게 믿게 만들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책 등 인위적인 방법으로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제 거짓말을 멈추고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

새해를 맞아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다퉈 2014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주장과 자료들을 내놓고 있다. 낯선 광경이 아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비슷한 점은 또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연구소, 은행권, 정보업체 등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내놓는 그해의 전망들이 하나같이 획일적이었다는 점이다. 상반기는 주춤하거나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하반기에는 반등한다는 ‘상저하고’ 전망이 그것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이들이 내놓은 부동산 전망은 대부분 빗나갔다. 주택 가격이 반등하기는커녕 계속해서 하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2013년에도 같은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집값 상승을 하나같이 점쳤지만 실제로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은 지난해 대비 약 1.5% 추가 하락했다.

시장에서 전문가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시장을 낙관적으로만 보려 한다. 정말 그렇게 믿기 때문일까? 아마도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거나 누군가를 그렇게 믿게 만들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은행권에 소속된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매매가 활성화돼야 대출 여신이 늘어나 은행 이자 수익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동산 불황기에도 어떻게든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다. 부동산 정보업체로 불리는 많은 회사가 중개업소 회원비로 운영된다. 그러니 부동산 거래 수수료로 유지되는 중개업소의 거래 활성화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요컨대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어야만 수익이 증가한다. 이 때문에 대중이 부동산 시장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전망을 내놓는 것일 수 있다.

문제는 언론이다. 증권업계에서 시장을 잘못 예측한 전문가는 곧 방송과 매체들의 외면을 받는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년 틀린 예측을 반복해도 여전히 떳떳하게 언론에 이름을 올린다. 그것은 그들이 소속된 회사에서 생산하는 소위 부동산 통계라는 것 때문인데 집값이나 전세 시장과 관련된 통계가 대부분이다. 그런 자료를 필요로 하는 언론매체에서 자료를 이용하는 동시에 그곳에 소속된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하는 식이다.

우리나라 신문사나 방송사들은 부동산 기사의 90% 이상을 주택이나 아파트 관련 내용에 할애한다. 그렇다 보니 주택 통계가 절실히 필요하다. 정확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런 통계를 생산하는 업체에 자료를 요청하는 형식이 된다. 또한 자연스럽게 그곳에 소속된 전문가가 기사에 등장하게 된다. 따라서 몇 안 되는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부동산 관련 기사의 대부분에 이름을 올리는 형식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전문가는 대부분 장수한다. 게다가 제멋대로 시장을 분석하고 심지어 정책 방향을 좌지우지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하지만 실상 그들이야말로 주택 가격이 떨어져 거래가 줄어드는 것을 누구보다 두려워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그토록 다양한 논리들을 갖다 붙여 어떻게든 집값 하락을 막아보려고 열심히 주장한다. 언론은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통계 등의 축적된 정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의존하는 구조다. 정부를 비롯해 기업체 혹은 개인들까지도 부동산 관련 정보의 언론 기사 및 방송 자료 의존도는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었다.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복지 시대에 맞는 부동산 복지를 실현하고 싶었고 경기 진작을 통한 부동산 활성화라는 희망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4ㆍ1 부동산 종합 대책이다. 새 정부가 발표한 최초의 경제 정책이다.

이를 틈타 시장의 온기를 기대하는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집값 띄우기 정책을 요구했고 이는 기사를 타고 각종 방송과 매체, 온라인을 점령했다. 정책을 기획하고 입안하는 정부 관계자와 국토부는 그렇게 언론을 통해 연일 터져 나오는 목소리를 부동산 시장 전체의 목소리로 착각하는 큰 우를 범하고 말았다. 4ㆍ1부동산 대책과 8ㆍ28 전월세 대책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건설업계, 은행권, 중개업계, 부동산정보회사 그리고 집으로 돈을 벌었거나 벌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에 불과했다.

결국 취득세 한시 감면 종료 직후 거래 절벽이 현실화되었고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서 정부는 부랴부랴 며칠 전 ‘제2차 장기 주택 종합 계획’을 발표하며 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더는 인위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공급 중심의 투자 수요 시장이 아니라는 것과 장기적으로는 복지와 어우러져야 하는 시장임을 지금이라도 이해했다니 다행이다.

사실 부동산 가격 사이클은 언제나 경기 사이클과 거의 일치하게 움직여왔다. 아직도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정책 효과만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역대 부동산 정책으로 가격을 큰 폭으로 떨어뜨렸거나 상승시켰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적절한 타이밍을 찾지 못해 정책 실기로 이어지면서 의도와 반대의 결과를 낳은 사례는 많았다.

이명박 정권 당시 주택 시장 활성화와 거래 증가를 목표로 수없이 많은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인구 감소, 가계소득 감소 등으로 이미 실수요자 외에는 집을 사려는 계층이 거의 사라진 부동산 시장에 대고 집을 사야 한다고 수십 차례 목 놓아 외친 꼴이었다. 오히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커지면서 시장에 내성이 생기게 만들었다. 새 정부 역시 같은 시도와 실패를 1년간 경험했으니 인위적 부양 정책으로 시장을 살려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 것이다.

대외 여건이나 경제 전반의 분위기로 봐서 향후 수년간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다시 상승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상승 주기에 접어들더라도 2008년 이전의 집값을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제 부동산 업계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주택 시장의 변화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런 변화에 대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당장 집값이 오를 것처럼 분위기를 조장해 집을 사게 만들 수 있는 건 부동산 상승기 혹은 집이 부족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주택 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수도권에 3만 세대 이상의 미분양마저 쌓여 있는 상황이다. 집을 사야 하는 이유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를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너무 자주 그러다 보면 옛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처럼 오히려 더 거래를 위축시키고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

차라리 이제는 주택이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편이 낫다. 대신에 입지, 교통, 학군 등 주거 요건이 뛰어난 곳에 잘 지은 주택을 공급해 실수요자의 구매를 유도한다면 지금보다 분양 성적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 물론 그러려면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라는 공식도 깨져야 하고 추가적인 집값 하락에 따른 어느 정도의 시장 충격도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그게 무섭다고 ‘집주인이 위험해지면 전세입자도 위험해진다’는 등의 괴상한 논리를 앞세워 집값을 억지로 떠받치려 한다면 그 어떤 토끼도 잡을 수 없게 됨은 물론 선진국형 부동산 시장으로 가는 길이 더 멀어지게 된다.

필자는 최근 수차례 미국을 방문해 미국 부동산 시장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또한 전문가와 투자자들을 만나 다양한 통계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이미 세계대전 이후부터 금융과 부동산 시장이 정립화되기 시작한 미국은 수십 차례의 부동산 시장 사이클을 경험하면서 이제 급등과 급락에 대한 기대감이나 우려보다는 철저하게 수요자의 필요와 만족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국 서부 지역의 집값이 4~5%가량 올랐지만 누구도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2005~2007년 사이 애리조나주에서는 집값이 200%까지도 올랐었지만 그때 돈 번 사람들 중 다수는 아시아, 남미 출신의 투자자나 부동산 업자들이었다.

우선 신문 지면만 봐도 한국처럼 부동산 관련 기사가 많지도 않거니와 주택에 대한 얘기는 자주 접하기 힘들다. 주간 부동산 시황 같은 건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조급하고 경직되기 쉬운 반면에 선진국은 여유와 안정 속에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도 집을 사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5년 내지 10년 후의 부동산 가격 혹은 가치를 염두에 둘 뿐 당장 오르고 내리는 데 대해 민감하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대신에 자신이 거주할 주택의 실용적 측면이나 면적, 교육 환경 등은 꼼꼼하게 따진다. 집을 살 능력이 있고 필요로 하는 사람만 집을 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제대로 된 부동산 시장의 구조가 아닐까?

당분간 정부는 시장이 자숙할 기간을 갖도록 가만히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언론과 그에 편승하고 있는 업계 그리고 전문가 집단은 그동안 수많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한 책임을 통감하고 이제는 거짓말을 멈춘 뒤 조용히 있거나 시장 낙관론자라는 옷을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신이 업계와 시장에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불편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직시하고 다른 길을 택해야 할 때다. 새 정부의 첫해 부동산 정책은 바로 그들 때문에 실패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