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국부펀드 설립, 글로벌 에너지 자산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른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가운데 유일하게 국부펀드를 갖지 못한 인도가 마침내 ‘행동’에 나선 것.

중국이 국부펀드를 앞세워 해외 자산 사냥에 공격적으로 나선 데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는 석유부와 재무부를 중심으로 국부펀드 조상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국영 석유업체 사이에 국부펀드 설립 요구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구체적인 검토에 나선 것.

인도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국가적 차원에서 에너지 자원 확보를 지원해주기 위해 나설 전망이다. 석유부 및 관련단체들은 278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국부펀드 조성에 투입할 것을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인도는 지난 2006년에도 국부펀드 설립을 검토했지만 중앙은행의 보수적인 성향 때문에 불발됐다.

인도 국영석유공사(ONGC)의 R.S 샤르마 회장은 “국부펀드가 인도의 해외 에너지 자원 확보 능력과 생산력을 높일 것”이며 “국내 에너지 수요도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는 석유 수요의 7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체 생산량은 하루 70만 배럴에 불과하지만 수입량은 하루 평균 200만 배럴 이상에 달하는 상황. 인도 업체들이 해외자원 확보에 성공하면 현재의 석유수입에 따른 비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국부펀드 조성이 확정될 경우 중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2006년 인도와 중국은 글로벌 에너지프로젝트 입찰에서 가격경쟁을 피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한바 있다.

지난해 중국 에너지업체들은 중국의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China Investment Corp)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자원 확보를 위해 300억 달러 이상 투입했다. 이들 업체들은 CIC의 지원 이외에도 별도로 글로벌 에너지 투자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상황이다.

이에 인도도 에너지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ONGC는 러시아 사할린 등의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의 지분 20%를 보유했으며, 러시아 임페리얼 에너지도 21억 달러에 인수했다.

지난 주에는 러시아 에너지기업 가즈프롬과 로즈네프트 등과 제휴를 맺었으며, 앙골라, 나이지리아, 수단 등 아프리카 진출도 꾀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의 알빈 마하잔 천연자원담당 대표는 “해외자원 분야에서 인도는 중국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며 “인도의 외환보유액이 중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인도 업체들의 국제적 활동을 지원할 만큼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인도의 행보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을 포함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신흥국은 안정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대규모 원유 수입국인 동시에 경상 및 재정 적자를 내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조민서 아시아경제 기자 summe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