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0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그룹 창립 42주년 기념행사장에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인회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대우(DAEWOO)가 재건할 수 있을까. 이 의문은 최근 옛 대우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잇따라 새 주인 찾기에 속도를 내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최근 유난히 ‘대우’의 소식이 줄기차게 들려오는 것도 대우의 이름을 가지고 훌륭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등의 기업들 때문이 아닐까.

또 대우의 세계 경영을 잇기 위한 각종 행사가 이어지면서 혹여 대우의 재건이 모색되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얘기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옛 대우맨들은 매년 3월에 창립 행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그룹 해체 10년 만에 행사를 가진 이후 대우그룹은 다시 재계의 화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룹의 실체는 없어졌지만 주력 계열사들이 속속 경영 정상화를 통해 매각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대우의 세계 경영’을 되돌아보자는 움직임이다.

지난 3월 22일에는 옛 ‘대우맨’들이 대우그룹 창립 43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였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74)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참석했다.

지난 2008년 1월 사면을 받은 김 전 회장은 지난해 고 김수환 추기경 장례식장과 그룹 창립 42주년 행사에 참석한 후 베트남으로 출국해 요양과 더불어 사업 기회를 모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중 재기하나? 낭설에 그치나?
지난해부터 김 전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사면 이후 여러 대우맨의 입을 통해 ‘올 봄 귀국설’ ‘귀국 후 재기설’이 돌았다.

김 회장은 창립 기념행사에서 “대우를 위해 몸 바쳐 일했던 임직원들에게 마음의 빚이 크다. 대우의 도전정신만은 잊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 회장 재기설의 실체는 쉽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재기의 무대가 한국보다는 베트남,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옛 대우그룹의 네트워크가 강했던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그가 주로 머무는 지역이나 숙소가 대우인터내셔널을 비롯해 옛 대우의 주력 계열사들의 해외지사가 위치한 지역에서 자주 목격돼 이들 기업들을 위한 고문역을 맡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가능케 하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신병 치료차 머물렀던 베트남은 김 회장의 새로운 사업 무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그가 현지에 건립한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에 기거했던 데다 그간 베트남에서 쌓아온 네트워크 및 고위층 인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김 전 회장에게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하노이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입안했고, 2005년 귀국 이전 베트남 국토개발 사업을 자문할 정도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을 기점으로 삼아 태국과 중국을 오가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인터내셔널이 획득한 미얀마 가스전도 김 전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 재건에 33조원 소요될 듯
대우 재건에 무려 33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우그룹 출신 한 인사가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제안한 ‘대우 재건 프로젝트’에서 추산한 자금 규모다.

이 돈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및 사장단에 대한 정부의 추징액 23조원과 그룹 재건 소요 자금 5조원, 일반 투자 약 3000억원을 유치 받아 2년 반으로 예정한 재건 활동이 성공할 경우 10배의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3조원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33조원 프로젝트는 연구회 차원에서 내놓은 정식 의견은 아니지만 공식·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대우’를 부활시키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사업 재개를 거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대우그룹이 6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남기고 무너지면서 정부와 온 국민이 떠안아야 했던 고통이 아직도 한국 경제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 개인의 건강 문제와 주변에서 도울 인사들이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한 ‘노병’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17조 9000억원의 추징금 미납 역시 큰 걸림돌이다. 다만 김 전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명예 회복을 꾀할 개연성은 크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