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문을 연 1월 1일,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포뮬러원(F1)의 황제’ 미하엘 슈마허가 스키를 타다 다쳐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뉴스다. 전 세계 F1 팬들은 슈마허가 하루빨리 일어나길 바란다는 애틋한 댓글을 남겼고, 일부 언론에서는 ‘F1 경기에선 체력이 필수인데, 슈마허도 깨어날 체력을 충분히 갖췄다’며 회복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치기도 했다.

F1은 흥미로운 스포츠 중 하나다. 선수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우승을 일궈낼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서킷을 돌거나 추월할 때의 과감한 판단력과 추진력은 선수의 몫이나, ‘기술력’을 중요한 요소로 꼽는 이들이 더욱 많다. 어떤 자동차를 탔나, 모터와 타이어는 어떤 것을 장착했는지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는 것. 기술력이 없다면 승리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얘기도 있다. 또 주행 중 차고지에 들러 타이어를 교체하거나 머신을 일부 수리하는 ‘피트스톱’때 크루들 간의 호흡력도 단 0.01초 차를 가르는 F1에선 중요하다. 선수·크루·기술력,  3박자의 역사가 곧 F1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1 이야기를 꺼낸 건 요새 IT업계를 빗대 설명할 수 있어서다. IT도 그렇다. 잘나가는 대기업 하나(선수)가 있다고 해서 성장하지만은 않는다. 수많은 크루(스타트업)와 호흡을 맞춰가며, 새로운 서비스를 재현하고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하드웨어·소프트웨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이 많아질수록 다양한 분야와 범주에서 IT를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은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키워 무조건 인수하려는 단편적인 모습을 볼 때면 아쉽지만, 생태계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선 좋은 평가받을 만하다고 본다.

구글도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2년 전부터 돕고 있다. 앱센터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진행하고 있는 ‘K스타트업’ 발굴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얼마 전 관계자로부터 ‘올해 구글의 국내 스타트업 지원이 불투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구글 측이 계약 갱신을 앞둔 시점에서 ‘한국 외에도 다양한 나라의 스타트업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일 수 있다’며 슬쩍 발을 뺐다는 것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구글 플레이로 엄청난 수익을 거둬가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앱 분석업체 ‘디스티모’가 최근 발표한 ‘2013년 리뷰’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 수익 2위 국가는 한국이다. 또 국가 및 플랫폼별 수익을 보더라도 한국은 애플 앱스토어보다 구글 플레이의 수익 비중이 월등히 높다. 한국은 2013년 11월까지 759%의 성장률을 보이며 앱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280%)·일본(245%)에 비해 3배가량 높은 수치다. 정확한 국가 분포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 성장률을 봤을 때 국내 수익이 앱 시장 매출에 큰 기여(?)를 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는 지난해 30%였던 앱 시장 비중을 올해 37%로 끌어올렸으며, 1200만달러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에 국내 스타트업 지원을 머뭇거리는 구글이 얄밉다. 심지어 런던과 텔 아비브에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구글 캠퍼스’를 설립했으며, 최근 베를린에도 100만유로를 내놓은 ‘스타트업의 인큐베이터’ 구글이 아닌가. 그러니 형평성을 들먹이는 구글의 국내 행보는 오히려 소극적이라고까지 느껴진다.

지난해 9월 구글은 국내 포털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 서비스 권고안에 대해서도 구글은 논외였다. 누릴 건 누리지만 의무와 책임감에선 한 발을 뺀 구글의 행태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