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 SK텔레콤 사장


“통신시장의 성장 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은 산업 생산성 증대다”
최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앞으로의 컨버전스는 이종산업으로 직접 진출하는 게 아니라 이종산업과 윈윈하는 전략”이라며

“글로벌 사업 역시 현지 이동통신사업자(MNO)가 되기보다는 현지 MNO 및 이종산업체들과 협력하는 모델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동통신의 역사를 새로 쓰기 위해 컨버전스 전략을 도입했다.
국내 이동통신 선구자 SK텔레콤은 눈부신 성장 가도를 달렸다.

1984년 납입자본금 2억5000만원, 임직원 32명에 불과했던 중소기업은 2008년 말 현재 매출 11조7000억원, 가입자 2300만 명의 종합 정보통신기업으로 탈바꿈했다.

SK텔레콤은 그러나 고속성장 이후 정체기에 접어든 이동전화시장, KT-KTF 합병 이후의 통신시장 지형 변화, 방송과 통신간 융합 등으로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SK텔레콤이 전환기에 뽑아든 대안은 ‘IPE’(산업의 생산성 증대)다. 이는 기존 컨버전스 및 글로벌 전략의 수정판이다.

또 제로섬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통신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한 ‘통신기업 이후’(Beyond Telco) 전략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이 꺼내든 IPE는 네트워크와 커뮤니케이션 기반 기술을 유통, 물류, 금융, 교육, 헬스케어, 제조 등 이종산업에 적용해 해당 분야의 산업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IPE전략은 시장 측면에서 기존 개인 고객 위주의 B2C 시장을 법인과 공공분야 등 B2B와 B2P 시장으로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IPE 전략은 다른 이종산업체와의 협력관계가 필수란 점에서 기존 이통사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 구상과 이통사의 기득권 강화란 측면에서만 추진됐던 컨버전스 사업에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나아가 IPE전략은 현지에서 직접 MNO가 되겠다는 글로벌 전략의 대체를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은 이와 관련해 차세대 유무선 네트워크, 혁신적 사용자 환경, 비즈 앤 오픈 플랫폼, 스마트 테크놀로지, 이종산업 간 융합 기술 등 5대 기술 핵심과제(5nGINE)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 분야 투자 금액만 향후 5년간 3조원으로 잡았다.
이 과정에서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SK텔레콤의 해외 및 국내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도 다양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현지 MNO에 대한 지분 투자 및 인수 대신 IPE에 필요한 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으로 M&A의 패턴이 바뀔 것이란 분석이다.

SK텔레콤은 IPE 전략을 통해 오는 2020년 매출 규모 40조원을 기대하고 있다. 40조원 가운데 현재 MNO 중심의 사업에서 20조원, IPE를 통한 국내 및 해외 매출이 20조원이다.

정 사장은 “향후 5년간 IPE를 통해 5조원의 매출 발생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후에는 기술과 시장의 변화를 봐가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IPE 전략은 최근 글로벌 IT업체들의 생존 전략과도 그 궤를 같이 한다.
IBM의 경우 ‘스마터 플래닛’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IT시스템을 통한 범 세계적 통합과 협업을 표방하고 나섰다.

독일 메트로의 퓨처스토어나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구축한 하이테크 의료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통신사로서는 호주 텔스트라가 기업에 네트워크 기반 ICT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의 Sensing (RFID, NFC등), Networking(4G, WiFi, Zigbee 등) 기술을 활용해 산업 전반의 신경계 역할을 함으로써 타 산업의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근력을 증대시켜 궁극적으로 파트너들의 생산성 증대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유통, 물류, 금융, 교육, 헬스케어(Healthcare), 제조(자동차), 주택/건설, SME(Small and Medium Enterprise, 중소기업) 분야를 8대 핵심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하여 관련 사업 모델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정 사장은 “향후 SK텔레콤이 산업의 신경계 역할을 함으로써 타 산업의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근력을 증대시켜 궁극적으로 파트너들의 생산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IPE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추구하는 IPE의 또하나의 모델은 동부그룹의 모바일 오피스 구축사업이다.

SK텔레콤은 지난 달 동부그룹의 모바일 오피스 구축을 위해 동부CNI와 모바일 솔루션 개발업체인 모빌씨앤씨와 ‘동부그룹 기업용 모바일 오피스 공동 사업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동부그룹 모바일 오피스 구축 사업은 현재 동부CNI가 그룹 내 다수 계열사를 대상으로 제공중인 그룹 통합 EP(Enterprise Portal) 서비스를 모바일 상에서 구현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 모바일UC(Unified Communication) 등을 포함한 스마트폰 기반의 동부그룹 전사 모바일 인프라로 확장될 계획이다.

이 사업을 통해 동부그룹 임직원들은 올 상반기부터 현재 사내 인트라넷에서 이용하고 있는 메일, 전자결재, 게시판, 일정, 명함, 주소록 관리, 임직원 조회 등 기본 서비스는 물론, 업무 프로세스 관리시스템인 BPM(‘T-Sche’)까지

사무실에서는 물론 외부에서도 스마트폰(T옴니아2)을 통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모든 업무관리의 실시간 처리를 통한 업무 효율성 향상, 현장 중심의 업무 프로세스 변화,

간결한 의사소통 문화 정착, 서비스 품질 향상 등 기업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다양한 분야의 변화가 예상된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