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연초를 전후해 제과·음료 업체의 가격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오리온은 초코파이 가격을 4000원(12개 기준)에서 4800원으로 20% 올렸다. 당초 3200원에서 1년 반 만에 1600원이나 뛰었다. 오리온의 발표 태도는 빈축을 살 만했다. “초코파이 가격을 2008년부터 4년 6개월간 동결했다”는 회사 측의 말은 ‘1년 4개월 만의 인상’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7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12년 초코파이 가격은 평균 28.4% 인상됐는데, 실제 원재료 인상률은 16.7%에 머물렀다”면서 “오리온이 원가상승을 이유로 지나치게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등 전 부문에서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지만 가격 조정 품목은 최소화했다는 게 오리온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식품 업체들이 통상 10% 안팎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에 비해 초코파이는 과도한 인상률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해태제과도 에이스를 비롯해 7개 제품 가격을 평균 8.7% 인상하기로 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10월 일부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앞서 코카콜라 역시 지난해 12월 24일 평균 6.5% 가격을 인상했다. 매년 한 번꼴로 이런다. 롯데칠성을 비롯한 나머지 음료업체도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 이명박 정부 이후 주요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억눌려온 만큼, 연말과 연초 시기를 틈타 잇따라 인상 시도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업체들에 따르면 원재료 가격과 제조비·물류비 상승, 유통환경 변화에 따른 판매관리비가 증가했다는 게 공통된 이유다.

그런데, 음료의 주원료인 설탕 및 원당 가격은 3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과자의 주원료인 밀의 경우 국제 밀 가격의 공급량은 늘고 수요는 줄고 있다. 국내 설탕시장은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이 전체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업체가 전체 가격을 정하는 것도 문제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또 다른 ‘가격 연례행사’가 있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기분을 내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악용해 두 배 이상 뻥튀기 된 ‘특별(바가지) 가격’이 제시됐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의 ‘Clock식스틴’ 레스토랑은 평소 1인당 5만원부터 시작하던 가격이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는 24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롯데호텔 ‘라세느’의 1인당 저녁 식사 가격은 9만9200원. 그러나 이 시기에는 15만7300원을 내야 뷔페를 즐길 수 있었다. 서울 신라호텔 ‘파크뷰’ 역시 1인당 10만원에서 연말에는 15만73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비자가 봉이 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레스토랑의 경우 크리스마스 특별 메뉴 구성이나 와인 증정 등의 꼼수로 가격인상을 합리화한다. 앞서 언급했던 식음료 업계는 원가상승을 이유로 꼽는다.

그러나 기업은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그들만의 리그에서 나와 ‘소비자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 가격을 올렸으며 충분한 시기를 두고 가격인상에 대해 소비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지난해 돼지고기 값이 내려가자 한 고깃집 사장님은 메뉴의 가격도 내렸다. ‘솔직한 사장님의 고백’에 소비자는 감동했다. 단순히 가격을 올렸다고 아우성하는 게 아니다. 기업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만들 시간에 솔직한 고백과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