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글로벌 투자시장의 기상도는 어떻게 나타날까. 훈풍과 삭풍이 오가는 글로벌 투자시장의 기상도를 국가별, 대륙별, 투자대상별로 그려봤다. 국가별 투자 유망처와 ‘맞춤형’ 투자 전략에 대해 국내 상위 증권사 5곳의 전문가에게 물었다.

지난해 경제는 경기 회복, 양적완화(QE) 축소(Tapering),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Money Move), 부채 조정, 부동산시장 안정화 조짐, Tail Risk의 축소 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연초, 개장하자마자 2000p를 넘기며 상큼한 출발을 했던 코스피지수는 상반기 내내 부진과 기업 실적 악화, 외국인 매도에 시달리며 상고중저하고의 V자 그래프를 그렸다.

코스닥과 중소형주는 유가증권시장이 부진을 보일 때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틈새시장이라는 꼬리표를 이번에도 떼지 못했다. 이머징 국채에 쏠렸던 자금은 조금씩 빠져나와 단기 금융상품이나 예·적금 등에 머물렀다. 2014년에는 세계 경제 예상성장률 2.91%를 기록,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지만 모멘텀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증시 키워드 ‘Money Return’

2014년 글로벌 주식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Money Return’이 될 것이다. 이는 채권시장에서 주식·부동산 등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이동(Money Move), 국내외 경제 회복(Recovery) 산업 업황과 기업 실적의 호전(Turn-around) 등의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2일, 버냉키 쇼크를 전후로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에는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된 이후 글로벌 유동성은 주식보다는 채권시장으로, 그리고 지역별로는 선진국(DM)보다 신흥국 시장(EM)으로 몰렸었다.

그러나 5월 이후 유동성의 흐름은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머징에서 선진국으로 완전히 역전됐다.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져 주식>채권 투자 트렌드가 생기고,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파생상품 투자의 매력도는 가장 하위로 떨어졌다. 사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의 이동은 5월 이전부터 이미 조금씩 감지되고 있었다. 미국 국채금리는 5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했고, 2008년 이후 줄곧 빠져나가던 선진국의 주식형 펀드 플로는 2012년 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수년간 지속된 초저금리에 인내하던 자금들이 드디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선진국 부동산 가격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위험자산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유럽의 부동산이 미국식 회복 경로를 따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영국, 뉴질랜드 등은 부동산 가격이 안정을 찾은 지 오래됐고, 폴란드와 아일랜드 역시 가격 반등 조짐을 보임을 보이고 있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선진국의 경제 회복, 아직도 낮은 금리 레벨 등에 따른 선진국 중심의 주식시장 선전 흐름은 향후 1~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은 2014년, 2015년 증시에 대해 각 9%가량 상승이 기대된다.

선진국 주식시장이 뜬다··· 유럽> 미국> 일본> 아시아태평양순

주식시장에서는 선진국 주식이 신흥국 주식보다 선호될 것이다. 선진국 주식 중에서는 유럽> 미국> 일본> 아시아태평양순으로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신흥국 채권> 선진국 채권의 우열 관계가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부상하면서 네덜란드,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독일 주식이 선두 그룹에 포진하고, 미국과 일본의 서열은 다소 밀려났다. 일본을 제외한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선진국은 더 뒤처졌다. 유럽의 경기 회복과 중국의 연착륙으로 아시아태평양 증시도 바닥권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럽 재정 위기의 주범이었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때문에 남유럽 증시 회복 가능성에 더 낮은 점수를 주는 전문가도 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PIGS 증시는 일단 지난해 저점을 찍었지만 반등이 어렵다. 내수경기는 여전히 침체돼 있고, 신흥국으로의 수출 의존도가 높다. 또 환율 변동에 따른 잠재 리스크, 열악한 고용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머징 주식시장은 대체로 좋지 않다. 하지만 전략 신호가 Risk-On으로 바뀔 가능성이 엿보여 기회는 있다. 따라서 2014년에는 전년과 같은 선진국 증시와 이머징 증시 간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은 완화될 전망이다. 단, 이머징 증시 내에서의 선별적인 구도는 유지될 전망이다. 이머징 주식 중에서는 한국 주식이 선전하고 있고, 인도, 콜롬비아, 체코, 페루, 헝가리, 칠레 주식 등이 투자 메리트가 높다. 반면, 인도네시아, 멕시코, 남아공,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등의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머징 마켓 투자는 ‘채권’이 답이다! 브라질, 인도, 터키, 남아공, 한국, 멕시코 등 주목

채권시장은 글로벌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 시장의 채권은 선진국 대비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다. 특히 1) 재정위기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국가, 2) 해외자본 이탈의 충격을 겪은 국가, 3) 성장률 자체가 하향돼 있는 EM 국채는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브라질 채권을 필두로 인도, 터키, 남아공, 한국, 중국, 멕시코 등 채권이 강세를 보일 것이다. 2013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채권 투자도 ‘환율’이 핵심 변수다. 환율 변수로는 남아공, 터키, 인도, 폴란드, 베트남 등의 국채가 매력적이다.

선진국 채권 선호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채권 중 포르투갈, 캐나다,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이 매력도가 높은데, 정상화의 관점에서 ‘장기 가격’ 변수가 중요하다. 가격 측면에서는 유럽 재정위기국과 뉴질랜드, 호주 국채가 장기적으로 볼 때 매력적이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있다. 이머징 경제는 출구전략의 파장, 상품가격 약세, 주요국의 경상수지 적자 누적으로 블루빛 미래를 가지고 있다는 것.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년 양적완화 이후 진행됐던 채권의 강세장은 거의 마감된 것처럼 보인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공 투자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은 2014년 글로벌 자산배분 비율을 한국 국채 22.4%, 한국 주식 22.1%, 한국 IG 11.9%, DM 주식 11.6%, EM 주식 9.1%, EM 국채 6.9%, REIT 5.2%, CRP 4.4%, DM 국채 3.7%, DM IG 2.7%로 제시했다.

미래에 뜨는 섹터? 헬스케어 > 필수소비 > 금융 > 산업재 > 에너지 > 경기소비

지역별·투자상품별 차이는 존재하지만, 글로벌 시장 전반적으로 훈풍이 불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대비, 대부분 업종에서 업황이 회복되고 2014년에는 기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헬스케어 > 필수소비 > 금융 > 산업재 > 에너지 > 경기소비의 순으로 강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으로 소비재의 투자 메리트가 높고, 글로벌 제조업의 부활로 산업재도 뜨고 있다. 금융 리스크의 완화와 글로벌 차원의 부채 조정이 진행되면서 금융도 선두권 유지가 가능하다. 또 이머징 증시의 회복 가능성을 감안하면 소재업종에 대한 중장기적인 접근도 가능할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모바일, 반도체, 레저/엔터테인먼트를 유망 섹터로 꼽았다. 모바일 환경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하면, 디바이스보다 서비스와 플랫폼이 유망하다. 다만 다시 테이퍼링이 시작되고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할 때, 모바일 서비스 기업들의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반도체 시장은 과점화 완성으로 공급자 위주의 시장으로 바뀌었다. 경쟁 저하로 적정한 수요·공급 다이내믹스가 유지되면서 안정적인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다. 레저/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일반인들의 레저 욕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2014년 초과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우리투자증권은 반도체, 자동차 부품, 은행, 엔터/미디어 섹터가 유망하다는 의견을 냈고, 신한금융투자는 은행, 유틸리티, 제철, 유통, 메리츠종금증권은 수출 관련 섹터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