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금융계 파워엘리트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애연가’이다. 한 줄의 담배 연기는 시름을 허공에 실어보내고 ‘상념’을 잊게 하는 ‘애인’이자 오래된 ‘친구’이다. 그런 황 회장이 최근 담배를 끊었다. 연기 한 모금을 음미할 여유를 잃어버릴 정도로 복잡한 그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요즘 금융시장 환경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점이 부담거리이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위협에 국내 증시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은 자금을 빼고 있다. 황 회장으로서는 은행 의존도가 높은 지주사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도 안고 있다.

황 회장의 비서들은 한가지 업무가 늘었다. ‘보스’의 허전한 속을 달래줄 군것질거리를 부지런히 채워넣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는 증권사 인수합병 의지를 자주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신한금융지주를 끝으로 막을 내린 금융권 ‘빅4’의 올해 인사와 조직개편은 동시대 지주사 회장들의 고민을 가늠하게 한다. ‘수성’과 ‘성장’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당면과제다.

‘영업’과 ‘재무’, 그리고 ‘전략’이 인재 발탁의 3대 키워드였다.‘사막에서 난로를 팔 수 있는’ 영업통들이 약진을 했으며, 마른 수건도 쥐어 짜는 재무통들이 인사권자를 사로잡았다.

이번 인사에서 발탁된 정징한 우리은행 부행장은 축구광으로 널리 알려진 영업통이다. 지금도 “영업부에서 담금질했던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고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토로할 정도이다. ‘전략통’들도 약진했으며, 두가지 분야에 뛰어난 ‘하이브리드(Hybrid)형’ 인사들도 관심을 끌었다. 발밑을 살필 수 있는 세심함은 기본이다. 장막 안에서 천리 밖을 살필 수 있는 경륜도 갖춰야 한다. 국민은행 경영기획 그룹소속 최인규 부행장이 대표적 실례이다. 전략·재무 부문의 수장이다.

최 부행장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삼국시대 촉나라의 군사전략가이자 승상이던 제갈공명을 꼽는다. 유비를 위해 ‘정족지세(鼎族地勢)’의 전략을 헌책했으며, 승상으로서 나라의 살림살이도 꼼꼼히 챙긴 ‘팔방미인’이 그의 ‘귀감’이다.

이번 인사에서 노조위원장 출신 CEO로 화제를 불러 모은 ‘이휴원’ 굿모닝신한증권 신임사장도 배포 큰 영업통이자, IB(투자은행, Investment Bank) 분야를 이끌어온 전략가이다.

지점장 시절 단일 지점 사상 최고 규모의 스타타워 빌딩 인수자금을 론스타에 대출할 정도로 통큰 행보를 보여왔다는 평이다.

한편 이번 인사를 전후해 단행된 금융지주사 조직개편의 방향도 관심을 끌었다.
보험, 은행, 카드를 비롯한 금융지주 자회사들의 시너지를 정조준한 이른바 ‘따로 또 같이’ 경영이 지주사 회장들을 사로잡은 화두였다.

이번 인사의 결과 연세대 출신들이 임원 명단에서 상당수 탈락한 것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이코노믹 리뷰>는 2009년 4대 금융지주사 인사로 부상한 ‘파워엘리트’, 그리고 조직개편의 의미 등을 집중 분석했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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