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평창동은 성북동, 한남동과 더불어 부자들이 모여 사는 서울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제각기 다른 모습을 띤 개성 있는 대형 고급주택들이 어우러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평창동 일대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옛 비봉공원 72만여㎡ 토지의 개발제한이 40년 만에 풀렸기 때문이다. 고급주택들이 들어서 있는 곳을 제외한 210개 필지의 개발이 허용, 또 다른 고급주택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부자들이 다시 평창동을 주목하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 평창동 어제와 오늘

평창동 일대는 1971년 북한산 비봉공원이 해제된 이후 조성된 주택단지 일부가 민간에 분양되면서 개발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이후 환경훼손 및 난개발 방지를 이유로 급경사지와 수목이 밀집한 곳에 대한 개발을 제한했다. 사실상 토지주의 손발이 묶인 셈. 그러다 보니 평창동의 고급주택 이미지와 달리 허름한 주택이나 텃밭이 군데군데 위치해 있다.

2006년 5월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때 개발 허가 기준을 완화하도록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하면서 개발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재산권 보호를 앞세워 개발하자는 토지주와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이후 시는 18차례의 위원회와 전문가 자문, 환경단체 간담회, 연구 용역을 거쳐 절충점을 모색했다.

서울시는 제7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미개발지의 개발을 허가하는 ‘평창동 일대 주택지 조성사업지 지구단위계획 구역 및 계획결정’을 지난 4월 26일 확정했다. 개발제한이 풀린 곳은 북한산국립공원과 인접한 산복도로 북쪽 15만3665㎡를 제외하고 그 아래 72만3062㎡다. 이미 주택이 들어선 곳을 제외하면 총 210개 필지, 10만7147㎡가 대상이다.

지하층을 1층까지만 허용, 주차 문제 등으로 다세대나 다가구주택을 조성하기가 쉽지 않다. 건물용도도 단독주택, 아동관련시설, 전시장, 주차장, 공용건축물만 들어설 수 있도록 하여 고급주택가의 경관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집은 도로에서 2m 이상 후퇴해서 짓도록 했으며 뒷면은 자연 상태를 그대로 보전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고급주거지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 평창동 고급주택 시세

평창동은 주택수요에 비해 땅 공급이 부족한 곳이다. 최근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거래가 활성화되고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평창동 주택은 워낙 고가에다 거래도 드물기 때문에 시세를 매기기 어렵다. 개성들이 강한 주택들이 많고 소위 있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서 맞춤형으로 집이 지어지기 때문이다.

지역 부동산의 시세를 가늠해볼 만한 기준으로는 고급타운하우스 가격이나 빌라 그리고 토지가격의 변화 정도가 있다. 먼저 평창동 일대에 들어서 있는 고급 타운하우스는 3.3㎡당 2000만원 내외에서 시세가 움직이고 있다. 이번에 개발이 허용된 지역인 세검정로 건너편 남쪽에 위치한 롯데캐슬 로잔은 2009년 3월에 입주한 새집이다. 공급면적은 218~282㎡ 중대형으로 가격은 면적에 따라 13~19억원까지 다양하다. 3.3㎡당 2000만원 초반 가격에 분양됐으며 실거래가격은 3.3㎡당 2000만원 내외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이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평창동 오보에힐스는 이번 개발 허용지역과 인접해 있다. 공급면적이 454~482㎡의 대형으로 구성되어 있는 고급타운하우스다. 가구마다 잔디 마당과 최대 90㎡ 규모 테라스가 제공돼 단독주택 부럽지 않은 형태를 자랑한다. 분양가는 1가구당 30억~36억원 선(3.3㎡당 2200만원 내외)이며 현재 시세는 30억 내외로 추정된다.

이 일대 고급 단독주택의 매매금액은 대부분 1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면적이 큰 대형 물건이 많은 탓이다. 3.3㎡ 단위 면적당으로 나눠보면 1000만원 선으로 토지면적 약 500㎡(150평) 단독주택을 가정하면 약 15억원가량에 거래되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초 토지면적 497㎡ 주택이 15억원 선에서 실거래가 이뤄진 바 있다.

반면 평창동 일대의 빌라는 3.3㎡당 1200만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되어 있으며 아파트는 이보다 약간 높은 수준인 3.3㎡당 1250만~1500만원대에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평창동 롯데낙천대 공급면적 111㎡(전용 84㎡)의 시세는 4억~4억5000만원 수준으로 최근 2~3년 시세 변화가 없다. 매물도 별로 없고 찾는 사람도 드물어 변화가 쉽지 않은 구조다.

 

▷ 평창동 투자가치와 향후 전망

판교신도시 등의 단독주택지 가격이 최근 급등하면서 땅값만 3.3㎡당 1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평창동 일대의 택지 가격은 건물을 포함한 가격이 3.3㎡당 10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신도시는 유동인구가 매우 많고 저층은 임대나 월세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 1층은 상가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배후 지역의 유동인구가 이동하는 길목에 주택지가 위치하기 때문이다. 반면 평창동 일대에 들어서는 주택에 상가를 유치하거나 부분으로 임대를 주기는 만만치 않다. 평지를 선호는 일반 주거단지와 달리 평창동 일대는 산비탈에 주택이 위치해 있어 주택지를 지나다니는 도보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

20억을 호가하는 단독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수요층도 한정되어 있다. 일반적인 도시의 경쟁상황과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평창동의 가치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대체지역인 성복동이나 한남동 그리고 강남의 저밀도단독주택지와의 입지 및 가격적 경쟁력을 따져봐야 한다. 이들 지역이 고급 주거단지로 성장한 데에는 친환경적인 주거여건, 재벌기업 본사와의 접근성 그리고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가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평창동 옛 비봉공원 주변 72만여㎡은 충분히 친환경적이다. 주변 북한산 봉우리의 산세가 좋은 데다 주변에 박물관, 미술관 등의 문화적 소프트웨어를 잘 갖추고 있다. 종로, 광화문 등 대기업 밀집지로의 접근성도 흠잡을 데가 없다. 강북권의 고급주택수요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 지역의 급매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꾸준한 데다 미개발지 개발로 인한 주거환경 정비 효과를 덤으로 기대할 수 있다. 개발이 진행되면 서울에 몇 안 되는 고급 주택지로서의 희소성이 재부각되면서 20~30% 정도 가격이 뛸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렇다고 해도 최고는 아니다. 우리나라 30대 기업 총수의 절반이 남산에 자리 잡은 한남동과 성북동에 살고 있지만 인근 평창동에 둥지를 튼 재벌은 없다. 그리고 개성 없는 소규모 주택이 대거 지어질 경우 평창동이 가지는 부촌의 장점이 희석되면서 다른 지역에 수요를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부동산 불황기에 덩치 큰 집을 단기투자 목적으로 사는 사람은 없다. 평창동 수요층은 예술성을 갖춘 실수요이기 때문에 그 눈높이에 맞는 차익 정도를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이 지역에서 집을 짓는 수요층은 땅값으로 많은 돈을 치르기보다는 건축비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주택을 제외한 순수 토지가격이 3.3㎡당 1000만원을 넘어서면 투자나 거주 매력을 못 느낄 가능성이 있다.

리얼투데이 김광석 이사(www.Realtoday.co.kr)리얼투데이 김광석 센터장은 현재 영암, 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주택과 산업단지, 계량분석 전문가로 부동산 정보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닥터아파트 정보분석팀장, 유니에셋 리서치센터 팀장, 스피드뱅크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