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부분 종신보험은 45세 이후 연금전환이 가능하다. 종신보험만으로도 경제활동시기에는 조기사망에 따른 위험을, 은퇴 이후에는 장수리스크에 따른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종신보험 연금전환이 아닌, 정기보험과 연금보험으로 각각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 평소 꼼꼼하기로 소문난 35살의 직장인 A씨는 최근 주계약 1억원의 종신보험 가입을 고민 중이다.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노후 준비 상품인 연금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없다. 따라서 우선 종신보험에 가입한 후 60세에 해약,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연금보험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 반면 담당 컨설턴트는 종신보험을 향후 연금으로 전환하면, 100세 시대 노후까지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다고 설득한다. 한참을 고민하던 A씨는 컨설턴트 제안대로 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본지에 문의했다.

많은 보험소비자가 조기사망의 위험과 오래 사는 위험을 모두 보장하길 원한다. 조기사망 위험은 종신보험으로, 장수에 따른 위험은 연금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정해진 재원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으로 인생의 두 가지 위험에 대비하는 방법을 찾는다.

종신보험은 평생 피보험자의 사망에 따른 유가족의 재정적 위험을 보장한다. 아빠가 종신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가족은 만약의 경우에도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높다. 따라서 가입할 때 신중해야 한다.

자녀가 대학에 입학, 경제적으로 독립할 시기가 되면 사망보험금의 의미가 조금은 퇴색한다. 가장이 조기 사망하더라도 자녀들의 삶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배우자는 자녀가 부양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전환, 이후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는 게 최근 트렌드다.

실제로 가장이 60세 정도 되면 자녀들이 취직을 하는 등 경제적 독립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시기에 종신보험 해약환급금을 연금 형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연금으로 전환하면 해약환급금을 연금처럼 매달 지급받아 이 자금으로 돈 없이 오래 사는 위험인 장수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35세 남성이 종신보험에 가입, 60세가 되면 해약환급금은 100%가량 된다”며 “총 납입보험료가 1억원이라면 해약환급금도 1억원 정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종신보험을 해약한 후 다시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연금전환을 신청하는 것이 보험소비자에게 더 유리하다”고 일렀다.

즉, 60세에 종신보험을 해약한 후 다시 연금보험에 재가입하면 사업비를 두 번 떼는 셈이다. 따라서 종신보험에 쌓여 있는 적립금을 연금형태로 받겠다고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 종신보험 VS 정기+연금보험, 더 유리한 것은?

이미 종신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상속 자산이 많지 않은 대부분 소비자는 A씨처럼 보험전략을 세우는 게 유리하다. 즉 노후대비를 위해 60세 무렵에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이후 해지환급금으로 연금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것보다, 종신보험을 그냥 두고 연금전환을 신청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아직 종신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연금전환 전략보다 정기보험과 연금보험 두 가지 상품에 동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요컨대 60세까지는 납입보험료 부담이 적은 정기보험으로 사망보장을 받고, 노후를 대비해 종신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차액으로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보험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본지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주요 생명보험사 세 곳의 설계사에게 의뢰, 40세 표준체 남성이 20년 동안 1억원을 보장받는다고 가정,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의 보험료를 알아봤다.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의 보험료 차액이 적게는 17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 이상 발생했다. 따라서 이 차액으로 연금보험에 가입, 60세 시점에 종신보험 연금전환과 비교해 어떤 전략이 더 유용한지 알아봤다. 다만 연금보험의 경우 납입기간 등이 동일하지 않아 교보생명의 ‘교보100세연금보험’으로 통일, 설계했다.

결과는 종신보험에 가입 후 60세에 연금전환 전략을 선택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저렴한 정기보험과 노후대비 상품인 연금보험에 각각 가입하는 게 유리했다. 실제로 적게는 350여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 이상 차액이 발생했다. 물론 종신보험 주계약 금액을 더 높게 설정할수록 차액은 더 커진다. 다시 말해 종신보험 주계약 1억 보장이 아닌 2억으로 설정할 경우 차액은 더 커진다.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의 납입보험료 폭이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종신보험의 가입 목적은 사망보장이다. 따라서 사망에 따른 위험보험료가 책정돼 보험료의 일부가 빠져나간다. 반면 연금보험은 사망보험료가 없다”며 “최근 한 가지 상품으로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형 상품이 많다. 그러나 초기 가입부터 원래 목적에 맞는 상품에 가입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즉, 그의 말을 요약하면 평생 사망보장을 받고 이후 상속세 등의 재원이 필요하다면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 그러나 상속자산이 많지 않은 서민이라면, 자녀가 경제적 독립할 시기까지는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저렴한 정기보험으로 사망보장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대신 종신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차액을 연금보험에 투자하는 것이 노후 생활을 더 풍족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또 다른 보험 전문가는 위와 같은 설계에 대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고 알렸다. 만약 지금보다 금리가 더 떨어진다고 가정, 최저보증이율로 시뮬레이션하면 ‘정기+연금보험’ 전략보다 종신보험 한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그는 “보험은 장기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며 “만약 지금보다 금리가 더 낮아진다고 가정하고 최저보증이율로 시뮬레이션한다면 종신보험 한 가지 상품에 가입하고 연금전환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 금리는 미국보다 약 2% 높을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다. 따라서 현재 가입하는 보험이 최저보증이율로만 적용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