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 이사 교체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KB국민지주를 이끌 차기회장 인선절차도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대표와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의 ‘공정성’ 시비로 막을 올린 ‘민관 대충돌’의 드라마가 주연 배우들의 오디션과 더불어 다시 흥미를 더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 자천타천으로 KB금융지주의 회장 물망에 오르내리는 인물들은 부지기수이다.
당사자 대부분은 그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자산규모 1위의 이 거대금융그룹의 수장이 누가 될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후보물망에 오르고 있는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과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의 경쟁력을 분석해보았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라는 공통점에 더해, 각각 녹색경영의 전도사, 국제 금융분야의 대가라는 강점을 갖추고 있다.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은 녹색경영을 은행 경영에 접목할 풍부한 노하우도 갖추고 있다. 그는 대구은행장 재임시절 ,총수익의 4.5% 규모, 130억원 정도를 지속가능경영에 꾸준히 지출했다. 녹색경영을 은행경영에 접목할 노하우도 풍부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기도 하다.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40년 외길인생 걸은 정통 금융맨
녹색 경영에서 성장의 길 찾아

“대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입니다. 이 지역 은행에서만 40년을 일했습니다. 그런 제가 (다른 분야)에서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웃음) 나이(44년생)도 적지 않고요. 은행장으로 재임하며 지역 사회와 교류하고, 지속가능경영의 ‘주춧돌’을 놓았으니 그 결과에 만족할 따름입니다.”

KB금융지주의 회장 물망에 오른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이 한 행사장에서 최근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이 전 대구은행장은 대구시내에 개인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동대구역에서 택시로 20여분이 걸리는 거리이다.

이 전 행장은 후배인 하춘수 은행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책을 읽거나 지인들을 만나는 등 소일을 하고 있다. 그런 그는 요즘 KB국민은행의 차기 회장후보로 하마평이 무성하다.

대구 도심의 센트로 펠리스에 있는 개인 사무실은 그의 사랑방이다. 비서실장을 지낸 대구은행 담당자를 비롯한 그의 지인들이 종종 이 사무실에 들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이 전 대구은행장은 자신을 둘러싼 무수한 하마평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가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회자되는 배경에는 이 전 행장의 뛰어난 경영성과가 있다. 국내 금융산업을 좌지우지하는 4대 금융지주사의 공세에 맞서 작은 지방 은행을 반석위에 올린 성과를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

대구은행은 무려 16개 은행이 각축전을 펼치는 이 지역에서 4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가 취임하던 지난 2005년, 이 지방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753억원 수준이었다. 퇴임 직전 순익은 그 3배에 달했다.

그가 취임초 녹색경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괄목상대의 성과를 올린 점도 주목대상이다. 이 전행장은 “작지만 알차고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을 숙고한 결과, 그 정답은 ‘녹색경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국내 금융기관 중 지속가능보고서를 발표하기는 대구은행이 처음이다.

이명박 현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기도 한 그는 부임 초부터 지속가능경영을 새로운 경영화두로 제시하며 자산 경쟁에 ‘올인’하던 국내 금융 산업 게임의 법칙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이 전 행장은 녹색경영을 은행 경영에 접목할 풍부한 노하우도 갖추고 있다. 그는 대구은행장 재임시절 ,총수익의 4.5% 규모, 130억 원 정도를 지속가능경영에 꾸준히 지출했다. 녹색경영을 은행경영에 접목할 노하우도 풍부하다.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보다 녹색성장 시대를 이끌어가기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린에너지 연구생산 기반과 더불어 환경 클러스터(Cluster)도 잘 조성돼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이 전 행장은 재임 중 지속가능보고서에 친환경 용지와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화제를 부르기도 했다.
대구은행에 신입사원으로 입행해 무려 40년간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것이 강점이다. 고객사의 밥그릇과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손금처럼 들여다볼 정도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경북 김천이 고향으로 1944년생이다. 현 정부가 녹색성장의 기치를 높이 들면서, 녹색경영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경영자들이 꼬리를 문다.

하지만 정작 이 분야에서 수익을 내는 업체들은 드물다. 이 전 행장은 대형은행과 경쟁할 밑천으로 일찌감치 녹색경영 노선을 정하고 이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낸 점이 강점이다.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은 경남 진해가 고향으로 1945년생이다.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지냈으며,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딴 뒤 미시간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
“브랜드는 잘 몰라도
환율예측은 잘 할 수 있지요”

“환율 예측은 잘 할 수 있지만 브랜드 분야는 저보다 더 전문가분들이 많아서 말씀드리기가 부끄럽습니다.” 요즘 금융권 인수합병의 중심에 선 또 다른 인물은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이다.

지난 3월 10일 아침, 리츠 칼튼 호텔에서 열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조찬강연회에 등장한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고려대 총장을 지낸 어윤대 위원장은 그의 말마따나 국제 금융전문가이다.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7년 8월, 이론서인 <국제금융>을 펴낸 바 있는 어 위원장은 이날 조찬 강연회에서도 원달러 환율 문제로 말머리를 열었다. 어 위원장은 현정부들어 가장 각광받는 연사이기도 하다.

이날 강의 주제는 국가 브랜드 전략. 이른바 국격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논의의 주제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4TCEO과정의 연사로 등장한 그는 이날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어 국가 브랜드 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금융권의 태풍의 눈이다.

황영기 전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KB금융 회장의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어 위원장은 또 유력한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물론 본인은 이러한 관측을 부인하고 있다.

어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KB금융지주 회장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금융지주사의 수장으로 거론되는 데는 현 대통령 출신 대학의 총장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자신도 국제 금융에 정통한 금융전문가 출신이기도 하다.

어 위원장이 외환위기 직전 <국제금융론>을 발표했고 국제금융센터 초대 소장을 지냈다. 현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비롯해 금융산업 재편에 나서면서 어 위원장을 비롯한 인사들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그의 역할론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그가 정부가 ‘KB금융지주 회장’과 ‘차기 한은 총재’ 두 가지 카드를 놓고 저울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한은 총재 경쟁에서 탈락하 경우 KB금융지주 회장 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국제 경영이나, 경영전략 분야에도 정통하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에서 자신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한 외국인 컨설턴트 관련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 때 쌀 수출국가로 유명했던 미얀마의 몰락을 화제에 올려 좌중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한 그의 강연회에는 여의도 증권사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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