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의 뚜껑이 열렸다. 결과적으로 테이퍼링은 악재보단 호재에 가까웠다. 조기 테이퍼링에도 외국인이 국내 주식 및 채권을 순매수하는 등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크지 않았다. FOMC 이후 미국 10년물 금리는 4bp 상승하며 약세장을 연출했지만, 국내 채권시장은 전반적으로 큰 쏠림현상이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시장은 이미 테이퍼링에 관한 우려를 선방영했고 외국인이 선물∙현물시장에서 순매수를 꾸준히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이후 테이퍼링 우려가 선방영돼 채권금리가 미국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이러한 선방영은 금리 추가 상승을 제한하며, 외국인이 매수로 복귀해 금리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채권금리의 박스권 등락을 고려할 때 채권 보유와 금리 상승 시마다 분할 매수를 통한 캐리 전략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한 소규모 테이퍼링이 오히려 정책 불안감을 해소했고, 향후 추가 자산매입 축소는 재량적 판단에 따라 이뤄질 것이란 점이 시장 안정요인으로 작용했다.

환율은 테이퍼링이 결정됨에 따라 달러 강세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FOMC 회의 당일 테이퍼링 이슈가 불거지자 원∙달러 환율은 1062원대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물론 상승변동성은 이전에 비해 확대됐지만 수출 네고물량과 정부 개입으로 상단을 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지난주 환율 급등에 대한 반작용과 고점 네고물량 등으로 상단이 제한되는 흐름을 연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10원대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 달러 인덱스는 상승하는 반면 엔화 약세 흐름은 심화돼 원∙엔 재정환율의 하락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달러화는 테이퍼링을 하며 방향성이 강세를 보일 전망이 큰 데 반해 엔화는 내년 4월에 추가로 통화팽창 정책을 추진할 움직임이 강해 추세적으로 큰 폭의 상승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만약 엔∙달러가 110엔 이상으로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면 원∙엔 환율이 1000원까지 밀릴 여지가 높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커진 상황이고 원화의 동반 약세 영향 등으로 10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