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큰 축, 우량기업들이 최근 속절없이 무너졌다. STX, 웅진, 동양까지. 믿었던 대기업들이 ‘부실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자 회사채 시장을 향한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A급 회사채도 불안하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으로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내년, 회사채 시장은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투자 시, 마지막 안전판인 ‘핵심투자위험알림문’을 확인하도록 하자.

대기업 부실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STX, 웅진부터 동양사태까지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했던 우량 기업들이 힘없이 쓰러지면서 회사채 시장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있다. 정부가 회사채 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2월 18일(현지시간) 미국이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의 단계적인 축소 개시를 발표해 금리 인상의 수순이 예상되는 내년, 회사채 시장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독이 든 장미, 회사채를 고를 때 어떤 것을 유심히 봐야 할까.

2013년, 회사채 시장 덩치 줄어들고, 양극화 심화돼 ‘울상’

2013년, 회사채 시장이 극심한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신용등급별 양극화로 시장 위축이 가속화됐다. 2011년 24조1410억원 규모였던 전체등급 회사채는 2012년 20조3550억원으로 소폭 감소하다 2013년 들어 절반 수준인 10조3920억원으로 급감했다.

신용등급별 양극화도 회사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A등급 회사채와 BBB등급 회사채의 순발행액은 각각 -2조5080억원, -1조6680억원을 기록했다. A등급 회사채의 경우 2011년 4조120억원, 2012년 5조8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순발행이 유력하다. 지난해 9월 이후 웅진, STX 및 동양그룹 등 주요 대기업 그룹의 크레디트 이벤트 발생으로 A등급 회사채마저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AA등급과 A등급 간 스프레드가 확대된 것이 주원인이다.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떨어지자, 회사채를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도 감소했다. 지난 10월까지 일반 회사채를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총액은 36조82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3% 감소했다.

반면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총액은 3조4829억원으로 141.9% 증가했다. 올해 전체 회사채 순발행액은 지난해(20조3550억원)의 절반인 10~12조원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까지 회사채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면 현금이 부족한 기업은 자산매각이나 유상증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회사채 시장, QE 축소→금리 인상, 정부 감시정책 강화로 숨 트인다

하지만 내년 초, 회사채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18일(현지시각) 미국 FOMC 회의에서는 QE 축소를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QE 축소가 시작되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12월 말까지는 연말효과로 인해서 회사채 시장은 동면기에 들어갈 것이다. 다만 내년 미국 연준의 Tapering으로 인해 금리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내년 발행회사들의 회사채 발행은 올해 초보다는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내년 초에는 부실업종의 회사채 만기가 집중돼 있어 새로운 회사채 발행이 늘 것으로 보인다. 17일 회사채 시장과 삼성증권에 따르면 2014년 일반 회사채의 만기도래 금액은 약 41조2000억원으로 올해 38조7000억원보다 2조50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3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월별로는 내년 2월 만기액이 5조5540억원으로 가장 많다. 4월과 5월에도 각각 4조5890억원, 4조5020억원이 도래하는 등 상반기에만 24조2000억원의 만기가 몰려 있다. 특히 업황 부진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운 BBB등급 건설업종은 2월에만 19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정부가 회사채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11월 5일 주채무계열 선정 및 재무구조개선약정 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다. STX사태와 기업어음·회사채 등 시장성 채무에 의존해왔던 동양그룹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동양사태를 겪으며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것에 자극받은 영향이 크다.

정부는 일단 주채무계열 선정과 재무구조개선약정으로 이뤄져온 채권단에 의한 대기업 관리의 그물을 더 넓혀 위험 징후 기업을 더 주시하기로 했다. 대기업들이 채권단 간섭을 피하기 위해 은행 대출 대신 시장에서 회사채 등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주채무계열에 선정되는 것을 회피해왔던 관행에 메스가 가해진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수시로 재무구조를 평가하고, 채권단의 감시망에서 벗어나려면 ‘협의 거부’ 여부를 시장에 공시해야 된다. 회사채 발행 시 핵심투자위험알림문에 ‘약정체결 거부로 인해 은행권 차입이 어렵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할 방침이다. 사실상 투자위험을 숨길 수 없도록 해 시장에서 자율적인 선택을 돕고 투자자의 혼돈을 막기 위한 것이다. 금융권과 금융당국은 일단 두산, 한진, 효성, 동국제강, 현대 등이 새로 추가되는 주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핵심투자위험알림문을 아시나요

회사채 등급이나 기업의 내부 사정에 대해 파악하기 힘든 투자자들이 회사채 시장에 투자하고 싶다면 필수적으로 핵심투자위험알림문을 확인해야 한다. 핵심투자위험알림문 게시 제도는 2011년에 만들어졌지만, 최근 정부 정책 발표로 활성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발행공시-증권신고를 체크하고, 관심 기업의 ‘증권신고서’를 열면 핵심투자위험알림문이 뜬다.

투자자가 정정신고서를 포함한 모든 증권신고서를 보기 위해서는 알림문을 확인해야 한다. 알림문 게시는 기업 규모나 회사채·증자 발행가액 등과 상관없이 의무화됐다. 투자자가 ‘더는 이 화면을 보지 않겠습니다’를 선택해야 창이 없어지고, 증권신고서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알림문은 해당 기업이 증권신고서 작성 시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투자위험란 내용을 발췌해 공시되며, 사업위험, 회사위험, 기타 투자위험으로 나뉘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투자자들이 증권신고서 내의 투자위험 부분을 잘 읽지 않아 투자위험도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알림문을 의무적으로 숙지한 후 투자에 임하도록 해 회사채 등 투자에 안정성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