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개혁의 신호탄을 울렸다.’ 이석채 전 KT CEO의 검찰 수사와 비자금 혐의 포착, KT 수익 악화 등 대내외 어려움을 겪고 있는 KT가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KT는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출신인 황창규 사장을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CEO추천인사위원회가 선정한 4명 후보 중에는 전 정보통신부 차관이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등 ICT 업계의 굵직한 인물들이 거론됐던 만큼 황 후보 선정에 대해 업계는 적잖이 놀란 입장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4인 중 황 사장이 될 거라고 내다보는 이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까지 말했을 정도다. 심지어 한 경쟁사는 “예상치 못한 인사에 내년 회사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까지 했다.

과연 그가 어려움에 봉착한 KT를 다시 궤도 위로 올려놓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의 법칙’→‘KT법칙’, 글로벌에 역량 집중

‘황의 법칙’. 황 후보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이 단어는 황 후보가 지난 2001년부터 7년 동안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를 이끌면서 삼성전자를 세계 1위로 올려놓은 저력과 경영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단어기도 하다.

‘황의 법칙’은 반도체 집적도(용량)가 1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으로 황 내정자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으로 재직 중인 지난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에서 발표한 것으로 이를 입증하기도 했다.

결국 황 후보가 내년 임시주총에서 승인을 받아 회장이 될 경우 KT도 ‘황의 법칙’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즉, 혁신과 공격적인 경영인 황의 법칙의 핵심이 KT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황 후보 선임으로 KT는 그간 미뤄왔던 글로벌 사업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KT는 르완다 등 아프리카 대륙에 ICT 환경을 개척해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렸으나 이석채 전 회장의 검찰 조사와 사임으로 인해 관련 부문 정비가 소홀했다.

황 후보도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눈치다. 후보 선정 소감문에서 황 후보는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와 같은 말로 해외 무대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십분 발휘할 것임을 전달하기도 했다.

 

‘삼성맨’, 철저한 능력과 성과 위주 인사

삼성 출신이라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바로 ‘인사코드’다. 삼성은 임직원 승진이나 채용에 철저한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내세웠다. 그래서 삼성 출신인 황창규 후보를 꼽았을 때 일각에서는 KT 안의 시끄러운 인사 등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도 했다. 현재 KT는 이석채 전 회장의 연임 등 ‘불통 경영’ 등으로 ‘원래 KT(원래 KT에 소속됐던 사람들)’, ‘올레 KT(이 전 회장이 키운 사람들)’로 회사 직원이 분열돼 있는 상태다.

동종 업계에서는 “삼성 DNA가 체화된 만큼 낙하산 인사 정리를 단칼에 해낼 수 있는 경영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제격”이라고 알고 있다.  황 후보는 지난 20일 KT임원들에게 “외부로부터의 인사청탁을 근절해야 한다”며 “인사청탁이 있을 경우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황 후보는 잘못된 인사를 바로잡으려고 하면서도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무노조였던 삼성에 비해 KT는 한국노총 중에서도 세력이 막강한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황 후보는 “회사 내 직원 봉합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는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