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석유 발굴 기대감에 브라질이 술렁이고 있다. 최근 주가가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주, 리오 주, 에스피리투산토주 등 앞바다 해저 암염층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굴됐다. 현재 16개의 시추구를 뚫었는데 16개 모두에서 유전이 발견된 것이다.
더구나 상파울루주의 산투스항 앞바다의 심층해저 유전에서 발견된 석유는 기존 리오주에서 생산되고 있는 원유보다도 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에서는 원유 수출국에서 석유 수출을 목표로 석유정유소를 건설하자는 분위기도 일어나고 있다. 기존 원유 수출은 부가가치가 낮으니 브라질에서 정제하여 석유를 수출하자는 것이다. 향후 브라질에서는 석유 정제 플랜트 수요가 크게 일어날 것 같다. 브라질은 석유 연관 산업 개발 수요도 있다. 우리 기업으로서는 브라질 개발 수요를 다시 평가해 볼 시점이다.
현재까지 브라질에서의 유전개발 방식은 브라질석유공사(petrobras)와 민간 투자그룹 간 합작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8월에 브라질 석유공사(Petrobras)가 발표한 Santos의 암염지하층도 브라질석유공사가 65%, 영국의 BG 그룹이 25%, 포르투갈의 갈프 에네르지아(Galp Energia)가 10%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개발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막대한 유전이 발견되면서 브라질에서의 유전개발 방식은 변화가 예상된다. 포퓰리즘이 강한 브라질로서는 새로운 개발 이익을 눈앞에 두고 가만히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석유개발 이익이 가시화되면서 정치권이 움직이고 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먼저 선수를 치고 나왔다. 해저 암염층 개발은 기존 브라질석유공사에 맡기지 않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으로 피력 중이다. 한편, 지난해 말 발견된 투피(Tupi) 유전은 추정 매장량 50억~80억배럴의 대규모 유전이다. 산투스에서부터 리오에 걸쳐 발견되고 있는 신규 암염층 유전의 전체 매장량은 500억 배럴 이상으로 추정된다. 브라질에 엄청난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룰라석유공사’ 건립해 자원 국유화 노려
그래서 룰라 대통령은 자본 공개가 이루어진 브라질석유공사보다는 정부 통제가 가능한 새로운 국영기업을 만들어, 이익을 교육이나 가난 해소 등 사회사업에 투자코자 한다. 현지 언론에서는 새로 신설되는 석유공사 이름을 ‘룰라석유공사(Petrolula)’라고 빈정대고 있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다. 국민 지지도가 80%에 육박하는 룰라 대통령으로서는 다시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신규회사 설립에는 비판적이다. 기존 브라질석유공사가 운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공사 설립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치가 경제개발에 개입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도 아직도 가난한 사람이 절반이라는 통계치가 말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계절이 닥쳐오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3선 출마가 금지된 룰라 대통령은 2010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후계자로 육성 중인 딜마 로세프(Dilma Roussef) 재무장관을 대리로 내세우고자 한다. 그간 수만 년간 지하에서 잠만 자다가 갑자기 나타난 해저 암염층 유전 개발 이익금 배분 문제로 브라질은 시끄러울 것 같다. 그래도 거래 수익 없이 부동산 보유자체만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과세하면서 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보다 향후 개발 수익금 배분을 가지고 논쟁하는 브라질이 너무 부럽기만 하다.

김건영 상파울루 KBC 센터장

사진설명-지난 10월7일 P-51 유전에서 원유생산에 들어간 것을 축하하는 룰라 대통령 부부.

오희나 기자 hnoh@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