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에 줄기가 흡사 뿌리처럼 생긴 소나무 분재를 선물 받았다. 작은 화분 안에 갇혀 있어 답답해하는 듯한 작은 몸집이 무척 안쓰러웠다. ‘어떻게 키워야 하나.’ 분재와는 첫 인연인 탓에 고민이 됐다. 그러다 결국, 싱숭생숭한 마음을 접고 산에 뿌리박고 자라는 소나무와 같이 대우해 주리라 결심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고, 볕이 잘 들어오는 베란다에 내어놓았다. 선선한 바람도 쐴 수 있게 문도 살짝 열어놓았다. 스스럼없이 뻗어나가는 가지와 선명한 초록색 잎이 바람에 흔들거릴 때마다 마음이 흡족했다.

한 달 뒤, 분재를 선물해줬던 지인이 방문했다. 분재를 본 그는 혀를 끌끌 찼다. “가지가 보기 흉하게 자라났으니 철사로 모양을 잡아줘야 한다”며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철사에 꽁꽁 묶인 분재는 그 후부터 잎 색깔이 천천히 갈색으로 변하더니, 지금은 거의 90% 이상이 변해 한눈에 봐도 칙칙한 것이 꼭 죽은 나무 같아 보인다. 관상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칭칭 감아뒀던 철사 때문에 생기를 모두 잃은 내 분재. 떠올릴 때마다 후회가 된다.

얼마 전부터 쏟아져 나오는 과잉 정책·법안을 보면 문득 분재가 생각난다. 국세청은 최근 현금영수증 신고 제도를 강화했다. 의무 발급 대상인데도 현금영수증을 소비자에게 발급하지 않은 경우, 해당 업체에 미발급 금액의 50%를 과태료로 부과하는 대신 신고자에게는 20%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신고 기한도 한 달에서 5년으로 장기화하고, 신고 기준도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축소했다.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업종도 법률사무소 등 기존 34개에 시계 및 귀금속 도매, 피부미용업 등 10개 업종을 추가했다. 더불어 신고 방법도 간편화했다. 소비자가 거래 내역만 입증하면 된다.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업종은 30만원 이상 현금 거래 시 소비자의 요청이 없어도 반드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

국세청은 “전문직을 포함한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율이 30~40%에 달하는 주된 원인은 현금 거래에 있기 때문에 제도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세금 탈루를 막고, 정부 곳간도 불려보자는 심산이다.

하지만 제도 강화로 심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포상금을 노린 ‘세금 파파라치’가 급증한 것이다. 포상금은 미발급 금액의 20%이지만, 건당 300만원, 개인별로 연간 1500만원의 상한선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이를 노린 가짜 신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

신고를 당한 업체엔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다. 수십, 수백 건의 미신고 거래가 줄줄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거액의 과태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 신고를 하는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처음부터 포상금을 노리고 현금 할인을 먼저 제시하는 소비자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인터넷상에 ‘현금영수증 재테크’라는 이름으로 자세한 기법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법과 정책을 활용해 강제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부작용만 늘린 꼴이다. 문제가 삐져나오지 않게 철사로 동여매니 업체들은 고사한다.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성실한 세금 납부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선순환적인 방법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영세한 자영업자는 높은 카드수수료율과 세금 때문에 카드보다는 현금을 선호한다. 중소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은 최근 2.0%에서 1.5%로 낮아졌지만 체크카드 수수료가 1.5%에서 1.0%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다.

채찍도 좋지만, 카드수수료율 인하와 더불어 현금영수증 신고 시 세금 혜택을 늘려주는 ‘당근’까지 주는 것은 어떨까.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가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