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쌈밥’이 대체 뭐기에…

기내식은 항공사 서비스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실제로 승객들이 가장 크게 반응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시아나 쌈밥을 먹어본 사람은 아시아나항공만 탄다는 얘기가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아시아나 쌈밥’이 뭐지?

 

이코노미석에 제공되는 영양 쌈밥(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지금 인터넷 검색창에 ‘아시아나쌈밥’을 쳐보라. 검색어가 자동 완성된다. 블로그나 카페 등 커뮤니티에 관련 후기도 줄줄이 뜬다.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기내식의 지존, 기내식의 정수”,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아시아나 쌈밥 기내식은 쌈 채소가 대박 신선해서 굿굿굿!”, “좁아터진 비행기 안에서 쌈이라니, 너무 번거롭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요!”, “쌈밥이 서비스되는 구간에 다른 메뉴도 있다던데, 그건 궁금하지도 않다.”
이는 극히 일부다. 모 뮤지컬 배우는 무조건 아시아나항공만 탄단다. 이유는 단 하나. 쌈밥 먹으려고. 아시아나 쌈밥, 맛이 대체 어떻기에 이리들 호들갑일까.

 

비행기 좀 탄다면 ‘아시아나 쌈밥’ 정도는 알아야

아시아나 쌈밥은 불고기와 채소가 함께 나오는 메뉴다. 물론 백반과 몇 가지 반찬, 국도 함께 나온다. 불고기는 등심부위를 사용했다. 쌈 채소로는 케일, 적상추, 깻잎 등 10여 종을 준비했다. 여기서 백미는 쌈장이다. 아시아나만의 특화된 쌈장인데, 감칠맛이 제대로다. 호두, 잣 등의 견과류를 기본으로 짠맛은 줄이고 담백한 맛은 살렸다. 쌈밥은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에서 제공되는데, 구성은 조금 다르다. 비즈니스석에서는 쌈밥 전후로 에피타이저와 디저트가 따라붙는다.

기내식으로 쌈밥을 제공하겠단 생각, 어떻게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반응이 좋은 한식 기내식은 비빔밥이 대표적이었다”면서 “비빔밥을 뛰어넘는 한식 메뉴를 개발하려는 노력으로 쌈밥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입 가득 복을 싸 먹으며 풍년을 기원하던 풍습에서 유래한 쌈밥은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전통음식이자 건강식으로 손색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 전통음식이지만, 외국인 승객의 반응도 뜨겁다. 한 블로거는 “기내식의 영원한 베스트셀러가 될 듯하다”면서 “예전에 만났던 영국 여성분이 쌈밥 기내식이 너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맛이 있더라도, 아무래도 외국인들에게는 먹는 방법이 생소할 터. 이에 따라 외국인 승객에게는 먹는 방법이 설명된 ‘취식 가이드’가 함께 세팅된다.

 

그 맛은?

이쯤 되니, 맛이 어떤지 알고 싶다. 애석하게도, 먹고 싶으면 일단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야 한다. 우선, 비즈니스석에서는 인천발 전 권역에 걸쳐 제공된다. 염두에 둘 점은 매 2개월 단위로 다른 메뉴와 순환 서비스된다는 것. 그리고 이코노미석의 경우 유럽, 미주, 대양주 등 장거리 구간에 제공된다.

지상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아시아나 쌈밥’. 일정상 직접 비즈니스석에 몸을 싣거나, 이코노미석에 앉아 대양주까지 날아가면서 시식 후기를 남길 수는 없었기에 이를 맛본 정영희 씨(32세)의 말을 빌린다. 정 씨는 “불고기의 육질은 부드럽고 간은 적당했다”면서 “채소가 매우 신선하고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견과류가 씹히는 쌈장의 고소한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면서 “남기기가 아까워 싹싹 긁어 먹었는데, 덤으로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까지 얻었다”라고 회상했다.

일반 승객에게만 인정받는 정도가 아니다. 상도 탔다. 아시아나 쌈밥은 2006년 국제항공케이터링협회(ITCA: International Travel Catering Association)의 머큐리상(Mercury Award) 기내식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앞서 소개한 블로거들의 반응, 호들갑이 아닌가 보다.

 

맛만 내면 끝? 아니다

맛뿐만이 아니다. 기내식은 비행기 안 특수 환경을 고려해 만드는 조리과학의 집합체다. 한번 조리한 다음 급속 냉각 후, 본연의 맛을 되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래 그대로의 맛을 얼마만큼 구현하느냐가 기술의 차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기내식은 조리 후 비행 중 취식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위생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쌈밥 메뉴의 경우, 불고기와 밥은 급속 냉각·보관 후 푸드트럭을 이용해 기내에 싣는다. 그렇다면 쌈 채소는?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채소의 신선도가 전체 품질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라면서 “수분 증발을 최대한 막고 아삭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탈부착이 쉬운 쌈밥 전용 커버를 덮어 탑재한다”고 전했다. 특히 채소는 매일 입고되는 걸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일일이 사람 손으로 씻어 다듬는다. 승무원들은 기내에 운반된 쌈밥을 기내 주방(갤리)에 있는 오븐에서 데우고, 쌈 채소 및 반찬을 곁들여 제공한다.

쌈밥을 비행기에 태우는 데 우여곡절은 없었을까. 예상외로 큰 시행착오는 없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다만 기내식 기물에 맞게 일정한 사이즈의 채소를 선별하고, 신선한 채소를 공급받기 위해 업체와의 장기간 협의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견과류를 첨가하는 쌈장과 일반 쌈장의 선호도 및 알레르기 부분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면서 “기존대로 추진하는 대신, 견과류 알레르기 주의 관련 문구를 표기해 알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쌈밥은 2005년 3월부터 제공되고 있다. 당시 ‘쌈밥 특별팀’까지 구성, 메뉴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쌈밥 TFT에서 일하다 지금은 정년퇴직한  한 팀원은 “오랫동안 노력해 개발한 메뉴가 사랑을 받아 매우 기쁘다”면서 “게다가 국제적인 항공협회의 상을 수상함으로써 한식의 세계화에 일조했다고 생각하니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기내식의 레전드’로 회자되는 아시아나 쌈밥. 언제까지 제공될까.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당사 기내식 서비스가 유지되고 고객들의 요구가 있는 한 계속 제공할 예정”이라면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한식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