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직접 구매(일명 직구)’가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추수감사절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쇼핑 시즌 블랙프라이데이 (Black Friday)를 시작으로 지난 2일에는 온라인 할인행사가 펼쳐지는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등으로 연말까지 세일이 이어진다. 계속되는 세일 기간, 구매대행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배송 건수가 평균 2배 가까이 올랐다. 아울러 해외직구 국내 소비자는 주로 30대 여성으로 약 80%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저렴한 가격을 선호하는 스마트 소비가 확산되면서 전 연령대로 퍼질 것으로 관측된다.

# 주부 김연희 씨(38세·여)는 지난 2일, 사이버먼데이를 맞아 가족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배송대행업체 사이트를 통해 해외직구로 대량 구매했다. 대행 사이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제품은 4살 난 딸에게 어울릴 만한 ‘아동용 갭 로고티’. 가격은 9.4달러로 한화 9800원대다. 국내에서 5만6000원대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약 83% 저렴하다. 딸만 예뻐한다고 살짝 삐쳐 있는 남편을 위한 아이템으로는 폴로에서 나온 패딩을 구매했다. 85.49달러로 한화로 약 8만9000원대. 지난번 한 쇼핑몰 사이트에서 24만원대 가격을 보고 살까 말까 망설였던 제품이라 주저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 약 63% 절약한 셈이다.

겨울철 가족의 건강을 지켜줄 비타민 제품 ‘귤젤리’는 1달러. 보통 7달러 선이었는데 세일 기간이라 그런지 가격이 참 착하다. 1달러면 당시 환율로 한화 1050원. 국내에서 약 1만3000원대에 구입했던 것이 생각나자 김 씨는 다시 제품을 돌려주고 환불받고 싶을 정도로 아까운 생각이 든다.

올 한 해 가족들을 위해 수고한 김 씨 자신을 위한 선물은 가방 ‘토리버치 엘라 토트’와 신발 ‘어그 트위드 플랫’. 가방은 68.25달러다. 이 제품은 한화로 치면 약 7만원이고, 국내에서는 40만원 선으로 약 83% 할인된 가격에 샀다. 겨울철 필수 아이템인 어그는 36달러. 한화 3만7000원대인데, 현재 국내 쇼핑몰에서는 15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으니 약 75% 정도의 저렴하다.

이처럼 해외직구를 통해 대량으로 구매할 때는 한 박스에 함께 포장돼 오기 때문에 5가지 제품에 대한 배송비로 20달러를 지불했다.당시 적용된 환율은 1050원. 김 씨가 구입한 품목을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직구로 구매했을 때>‘아동용 갭 로고티’ / 9.4달러 (한화 약 9800원)‘폴로 패딩’ / 85.49달러 (한화 약 8만9000원)‘귤젤리’ / 1달러 (한화 1050원)‘토리버치 엘라 토트’ / 68.25달러 (한화 약 7만원)‘어그 트위드 플랫’ / 36달러 (한화 약 3만7000원)9.4+85.49+1+68.25+36 = 200.14달러(한화 약 21만원)

<국내 최저가격대로 구매했을 때>‘아동용 갭 로고티’ / 5만6000원대‘폴로 패딩’ / 24만원대‘귤젤리’ / 1만3000원대‘토리버치 엘라 토트’ / 40만원대‘어그 트위드 플랫’ / 15만원대56000+240000+13000+400000+150000 = 85만9000원

 

이번 세일 시즌 해외직구를 이용해 김 씨는 약 64만9000원(85만9000원-21만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평균 약 75% 저렴하게 구입한 가격이다. 김 씨처럼 국내 유통 채널에서 가격이 저렴하거나 구입하기 어려운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직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미국 이어 독일까지 점령한 ‘직구 열풍’

2009년부터 몰테일, 아무, 유니옥션과 같은 배송 대행업체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품을 직접 주문하고 구입하는 ‘해외직구’가 가능해졌다. 처음 해외직구가 시작될 당시에는 일부 마니아층 사이에서 유아용품, 의류, 신발, 전자제품, 가방 등 패션 잡화 중에서 국내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제품들 위주로 구매가 이뤄졌다. 올해부터는 의류, 식품, 주방용품, 영양제 등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 주로 판매되고 있는 추세로 특히 대형 TV가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삼성과 엘지 LED TV의 경우, 50인치 이상이 국내에서 200만원대 이상에 판매되고 있는데 70만원 선에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 소비 트렌드가 유럽식 생활방식으로 변모함에 따라 미국 해외직구를 시작으로 주요 시장이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 몰테일의 경우 지난 8월 독일 센터를 오픈하면서 WMF 쇠비누, 네스프레소 머신 및 캡슐, 지멘스 전기스토브, 페레레로쉐 포켓커피, 일리 캡슐 머신 등 다양한 독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제품은 네스프레소 커피 캡슐 ‘카자르(Kazar) 모델’. 이 제품은 캡슐 1개당 0.39유로(한화 약 56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캡슐 1개당 935원에 판매되고 있어 약 40% 저렴하다.

독일 밀루파 사 제품인 ‘압타밀(Aptamil) 분유’는 1㎏당 19.45유로(한화 약 2만8000원).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통해 인기가 좋은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의 프리미엄 분유 I사 제품의 경우 800g에 3만5000원인 것과 비교해보면 눈길을 끌 만한 가격대다.

마지막으로 ‘지멘스(Siemens) 전기레인지(모델명: ET675MN11E)’는 약 400유로(한화 58만원 선)에 해외직구로 구매 가능하다. 국내에서 동급의 전기레인지 구입 시 150~300만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독일에서 수입 시 관세와 배송비 등을 합쳐도 90만원이면 살 수 있다.

특히, 올해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해외직구 열풍은 더욱 거세진 모양새다. 몰테일 측에 따르면 2010년 배송 대행 건수가 7만6000건 2011년도 57만 건, 2012년 84만 건으로 2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했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배송 대행 건수는 몰테일의 경우 지난해 2만7000건에서 올해는 4만 건으로 상승했다. 2010년 같은 기간 약 300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13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옥션에 따르면 해외쇼핑 대행사인 이베이쇼핑의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은 지난해 대비 70% 늘었다. G마켓의 ‘글로벌쇼핑’ 코너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0% 올라간 수치를 나타낸다. 카테고리별로 살펴보면 패션 및 패션잡화 매출이 120%, 화장품 및 액세서리 매출은 91%, 생활용품 매출은 82% 증가했다.

11번가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해외쇼핑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상승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블랙프라이데이 해외쇼핑이 주로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 위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올해는 몽클레어, 캐나다구스, 파라점퍼스 등 고가의 패딩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 크게 늘었다. 금융업계를 살펴보면 외국 소비 지출도 크게 늘어난 점을 알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를 보면 지난 3분기 외국 소비지출이 6조4938억원으로 2분기보다 11.2% 올랐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올해초부터 지난달까지 신한카드로 결제된 해외 온라인쇼핑 이용액은 2102억원. 전년 동기보다 35.1% 늘어난 수치다.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 일주일간 이용자 수는 3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명 늘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난히 올해 해외직구 이용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며 “소비자 직구 열풍에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와 마트 등에서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여는 만큼, 앞으로도 관련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핫딜’에 민감한 30대 여성이 주 소비층

배송 대행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대는 ‘30대 여성’이다. 몰테일에 따르면 고객의 76.8%가 30대고, 그 뒤는 16.2%로 20대가 차지했다. 뒤이어 40대(6.1%), 50대 이상(0.9%)순이었다. 아울러 여성 회원이 83.5%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남성 회원은 16.5%다.

몰테일 관계자는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알뜰하고 스마트한 소비성향과 관세 범위 이내의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 제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가 아니라 세일 폭이 큰 ‘핫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해당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현지 무료 배송 기간이나 할인 쿠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몰테일 이용자의 연령대가 30대로 가장 많고 성별은 여성이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30대 여성들’의 생활과 밀접한 주방, 유아, 아이 의류의 제품군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메프 역시 마찬가지다. 30대 여성으로 0~3세 육아를 하는 엄마 고객층이 가장 많다. 아울러 최근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20대 남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옥션 해외쇼핑의 경우에도 주 고객은 여성이며 30~40대 연령층이 가장 많이 분포돼 있다. 인기 카테고리는 패션, 유아 상품으로 특정 카페 및 소셜커머스에서 입소문이 난 상품들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있다고 한다.

해외직구는 국내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것에 비해 주문 과정이 불편하고 배송이 느리다. 환불, 교환, A/S 등 각종 고객 서비스를 지원받기 어렵다는 단점도 갖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직구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은 국내 유통 채널 대비 현저하게 저렴한 가격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해외직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비슷한 가격에 좀 더 독특한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가치 민감형’ 소비가 컸다면, 지금은 비슷한 기능에 좀 더 저렴한 ‘가격 민감형’ 소비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김종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소비자들이 갖춰놓은 소득이 줄어들면서, 국내에 비해 배송기간이 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저렴하게 수입해서 쓰는 소비활동이 계속해서 늘어나다가 올해 수면 위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몰테일을 필두로 배송대행 업체는 큰 규모로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 해외직구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규모의 경제가 커지면서 해외직구 대행업체가 물류 시스템을 갖추면서 국제 화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고, 과거보다 배송비 역시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과거 대량으로 해외에서 물건을 구입해야 저렴했다면, 이제는 업체들이 1~2개 아이템만 구입해도 배송비가 부담스럽지 않는 정도의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제는 국경이 없는 쇼핑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것. 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소비자의 10%가 직구 경험이 있는데, 올해 성장 추이를 보면 직구 이용자뿐 아니라 소비자가 구입하는 품목이나 수량 역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구매자 연령대 역시 넓어질 것이라는 게 김 연구원의 관측이다. 그는 “스마트폰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2030대가 주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5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사용하고 있지 않느냐”며 “직구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2030세대의 경우 본인 구매품목 외에도 부모님들 건강식품 등 다양한 물품을 구매해 다른 세대에게 전달하는 트렌드가 보여지기 때문에, 간접 경험을 통해 향후 연령에 관계없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제품이라도 해외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하는 비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지갑이 해외에서 열리기 시작하면서 내수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산업적인 측면으로 보면 수입 유통업체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실제 수입 의류의 경우 매출이 상당히 줄었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얘기다.

이와 관련, 김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해외직구로 구입할 수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해외직구를 선호하지 않거나 서비스, 환불과 A/S 등을 신뢰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상대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예를 들어 가구는 부피가 너무 크고 직구로 사기엔 어려움이 있는 아이템이다. 그는 “사업자가 단순한 판매 이외에 서비스와 가공 과정이 필요한 제품은 수입 사업자가 개입해야 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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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시 주의사항은?

1. 수입 금지 품목인지 확인의약품, 금은괴, 포르노그래피 등 원천 금지 품목 외에도 식약처에서 수입을 금지한 건강보조식품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2. 수량제한 및 용량 제한동일한 상품을 한 번에 두 개 이상 수입하는 경우에는 세관원의 재량에 따라 수입이 제한될 수 있다. 자가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 수량과 용량이어야만 문제없이 통관이 된다. 예를 들어 건강보조식품 6병, 향수 1병, 노트북 1대, 아이패드 1대와 같이 수량제한이 있는 제품을 그 이상으로 구입할 경우 세관원이 판단해 반송 및 폐기조치 할 수 있다.

3. 합산과세에 대한 주의 필요같은 구매처에서 한 번에 구매한 상품들이 면세 한도에 맞게 분할돼 국내로 수입되는 경우, 세관에서 불법적으로 분할돼 입항되었는지 여부를 확인, 합산해 과세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세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4. 배송대행업체의 물류센터 지역 확인으로 세금 줄이기미국의 경우 주정부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르게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아마존이나 다이퍼스 등 다양한 제품을 취합하는 쇼핑몰은 소비세가 면제지만 랄프로렌이나 갭 같은 단일 브랜드 쇼핑몰은 부과되는 경우가 많다. 뉴저지의 경우에는 의류와 신발 품목에 한해 소비세를 면제하고 있고, 오리건이나 델라웨어는 품목에 관계없이 모든 소비세가 면제된다. 해외배송대행 업체가 미국의 여러 주에 배송 대행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배송 대행지를 선택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적합한 물류센터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세금을 줄일 수 있다.

5. 목록통관의 소액면세제도 활용하기한미 FTA 발효 이후 목록통관이 가능하도록 지정된 품목에서만 쇼핑몰 결제금액이 200달러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면세처리 된다. 목록통관에 없는 품목은 일반 통관으로 15만원 이내다. 배송대행업체 및 관세청에서 제공하는 목록통관 대상품목을 확인하고, 목록신고 시 품목에 해당하는 제품과 함께 주문하거나 함께 배송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배송대행 신청 시 품목 선택을 정확하게 쓰면 도움이 된다.

6. 배송대행업체는 믿을 수 있는 곳으로영세한 배송대행업체의 경우 현지 창고를 임대하고 관리 대행을 시키는 등의 운영 방식을 채택해 제품 분실 가능성이 있다. 직접 물류센터를 관리하는 ‘직영 방식’의 배송대행업체를 이용한다면 분실 및 오배송으로 인한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