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실질적인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손해보험업계의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국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책임보험 보상 한도를 2억원으로 높이고, 점수제를 건수제로 바꾸는 등 제도 변경으로 내년 실질적인 자동차보험료는 20%가량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손해보험회사 주가도 덩달아 상승할 전망이다.

내년 손해보험(이하 손보)업계 주가는 쾌속 질주가 전망된다. 자동차보험료 인상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동부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의 주가가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자동차보험료의 실질적인 인상이 예견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그동안 손보업계의 골칫덩어리였다. 손보사의 수익률은 평균 자동차보험 20~30%, 장기손해보험(건강보험, 실손보험) 50~70%, 주택화재보험 등 나머지가 20~30%를 차지하고 있다.

장기손해보험의 수익률은 좋지만, 자동차보험(이하 자보)과 나머지는 수익률이 안 좋은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손보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다. 자보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자보 손해율은 보험회사의 영업수지를 결정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예정손해율보다 실제손해율이 높게 나타나면 적자를 보게 되며, 실제손해율이 낮으면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손보사의 포트폴리오가 장기보험 위주로 전환되며, 자보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내외로 급감했음에도, 워낙 손해율이 높게 유지되다 보니 실제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보 손해율은 80%를 초과했다. 실제로 2012년 4~8월 대당 보험료가 60만5600원에서 54만4700원까지 10.1% 감소하며 자보 손해율이 연 기준 6.3%p 악화됐다. 연간 손해율이 가장 양호한 시기인 4~5월에도 80%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했고, 9월에는 태풍 발생 없이도 손해율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당 보험료 급락은 지난 2012년 4월 자보요율 인하의 영향이 완전히 반영된 것이 표면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블랙박스, ABS, 마일리지 자보 도입, 에어백 장착 차량에 대한 할인 혜택 등 다양한 형태의 할인이 적용되며 요율 인하 압박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 심화가 자보 실적 악화를 더욱 촉진했다. 그동안 손보업계는 금융당국에 지속적으로 자동차보험 현실화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자동차보험은 유일한 의무보험으로 정부의 입김이 작용, 인상은커녕 할인 요인만 증가했다. 삼성화재가 온라인 자보 영업을 강화하며 M/S를 크게 확대하자 중하위권 보험사도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최근 삼성화재가 우량 가입자의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무사고 운전자에 대한 할인 폭을 더욱 확대함에 따라 타 보험사가 이에 동참했다.

요율 외에도 지급보험금 측면에서도 구조적인 변화가 일었다. 대인보다는 대물보험금에서 변화가 극심한데, 2008년까지만 해도 삼성화재의 전체보험금 중 대물수리비 비중은 25.4%였지만, 2012년에는 32.6%까지 증가했다. 핵심 원인은 수리비 단가가 높은 수입차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손보사가 외제차에 지급한 보험금은 총 4737억원으로, 전년의 4086억원보다 16% 늘었다. 같은 기간 국산차 지급보험금 증가율은 0.4%였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5% 이상이면 손보사는 영업비 등 투입 비용을 제하면 남는 것이 없게 된다. 자동차보험은 최근 흑자를 낸 적이 거의 없다. 실례로 유일한 자보 전업사였던 하이카다이렉트는 연이은 적자로 9월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금융위에 보험 종목 추가 신청을 내는 등 종합 손보사로의 업종 변경을 시도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인해 자동차보험만 판매하면 영업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탓이다.

또 지난 5월 금융위의 계약 이전 결정과 영업정치 처분을 받아 MG손해보험으로 보험계약 등을 이전한 바 있는 그린손보는 8월 금융위에 보험업 허가 취소를 신청했고, 10월 파산 신청을 했다. 더불어 RBC 규제 강화 및 이에 따른 영업력 저하에 시달리던 한화손보는 9월 16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공시한 바 있다.

자동차보험이 깎아먹는 수익률을 제외하고라도 손보업계 측에서는 자동차보험 수익률을 높이고 싶은 이유가 또 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 가입인 ‘미끼 상품’으로, 보험사가 노력하지 않아도 영업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관한 손보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자동차보험 현실화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이 중 올해 7월부터 실시됐던 자보 진료비 심사주체 이관은 대표적인 지급보험금 관리 정책이다. 기존 보험사나 공제조합이 직접 자보 진료비 적정성을 심사했지만, 의료비 과다 청구 및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진료비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정부의 새 정책으로 절차의 효율성과 투명성이 높아져 ‘나이롱 환자’로 불리는 자보부문의 모럴 해저드 현상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난 5월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도 일부 개정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체에 대한 렌트업체의 리베이트 제공 금지 및 이를 어길 시 최소 벌금 이상의 처벌 규정을 삽입했다. 과도한 외제차 수리비의 근거인 부품의 공급 독점 및 부품 정보의 비대칭성, 렌트업체와 정비업체의 리베이트 구조가 깨질 것이다. 실제로 책임보험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렸다. 외제차 수리비도 더욱 세분화했다.

최근 보험개발원은 공청회를 열고 점수제에서 건수제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 중이다. 정책당국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올릴 필요성이 있다. 무사고, 국산차 운전자의 보험료는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4월 시행됐던 자차보험료 변경과 11월 차량별 등급 조정도 요율 조정을 통한 손해율 안정대책의 일환이다. 이와 같은 당국의 조치로 점차 보험료 인상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이후 전체 요율 인상이 기대된다. 손보업계 한 전문가는 “2014년 이후 자동차 보험료의 실질적인 인상률이 약 20%를 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2014년, 자동차보험료 인상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 높다.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손해보험사 수익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대감으로 최근 손보사들의 주가가 올라가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10월 중순부터 상위 5대 손보사의 주가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다.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동부화재는 10월 중순부터 꾸준하게 주가가 오르고 있다. 현대해상은 지난 11월 29일에 3만3100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하락하다가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손해보험업계의 1위 기업인 삼성화재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상승세를 타다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보에 빠른 시장 참여자들은 내년에 자동차보험료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자동차보험료 인상이라는 호재를 맞은 손해보험업계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보 손해율 급등은 최근 손보사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부각됐었다. 손해율 악화는 요율 및 지급보험료 측면에 기인한다. 하지만 2014년부터는 손해율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현재 적자 구조를 방치하면 큰 후유증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최근 금융당국은 요율 및 지급보험금 관리 측면에서 종합적인 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손해율 안정 의지를 표출했다”고 말했다.

송인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LIG손해보험은 2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3.3%p 상승해 부진한 실적을 달성했다. 동부화재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7.0%로 8.7%p 악화돼 2분기 당기순이익이 12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1% 감소한 수치다. 메리츠화재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전년 대비 5.9%p 악화된 89.1%를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손보 상위 5개사 3분기 합산 순이익은 4639억원(-7.1% yoy, -3.1% qoq)으로 평균 ROE 14.3%를 시현했다.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은 예상치를 상회했고, LIG손보와 메리츠화재는 부합했다. 최근 자보 손해율이 올라간 탓에 회사들은 일반 경비를 절감하면서 사업비율은 점차 나아졌다”며 “4분기 전망은 긍정적이다. 감독당국의 외제차 보험료 인상, 진료비 심사제도 개선, 정비요금 합리화, 점수별 등급 평가 개선 등 제도적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어려울 것이므로 손해율 관리에 여유가 있고, 온라인MS 비중을 늘려놓은 보험사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규제와 실적이 양호한 상위사 중심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