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최대 은행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소재 에미레이트 ‘내셔널 뱅크 오브 두바이(NBD)’의 내부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실직에 대한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중동 경제전문지 <미드(MEED)> 최신호는 에미레이트 NBD가 두바이의 부동산 개발업체에 몸 담고 있는 외국인 임직원들에게 모든 대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대량 해고가 임박해 이들에게 대출해 줄 경우 상환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에미레이트 NBD의 아말 알 세르칼 개인 신용 담당 책임자는 지난 6일 각 지점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부동산 부문에 종사하는 외국인의 경우 대출해 주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메일에는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해 아래 언급된 회사들의 종업원에 대해 대출 중단이 결정됐다”며 “구조조정에 따른 해고와 실직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래 언급된 회사들’에는 두바이에서 내로라하는 나킬, 에마르 프로퍼티스, 두바이 프로퍼티스, 다막 프로퍼티스 등 대형 개발업체 대다수가 포함됐다. 명단에는 부동산 모기지 은행인 암락과 탐윌도 들어 있었다. 에미레이트 NBD가 대주주인 유니언 프로퍼티스와 또 다른 개발업체 KM 프로퍼티스도 있었다.
알 세르칼은 “이들 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임직원에 대해 개인 대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미레이트 NBD는 <미드>의 보도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현지 언론을 상대로 “부동산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임직원들에게 대출을 중단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두바이의 몇몇 다른 은행도 부동산 부문에서 일고 있는 부정적인 움직임에 대응해 대출 정책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대형 개발업체가 직원들을 이미 해고하기 시작한 데다 프로젝트 활동까지 중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민간 개발업체 다막이 200여명의 잉여 인력을 해고했다는 소식으로 두바이에서는 실직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두바이의 외국인 회사원 A씨(40)는 “다막에서 해고된 인력이 200명 아닌 1200명”이라며 “실직에 대한 공포가 두바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최대 개발업체인 두바이 국영 에마르도 지난 12일 “채용정책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다”며 “시장조건과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효율적인 인력관리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편 UAE에 진출한 영국계 대형 은행 HSBC와 로이드 TSB도 모기지론 규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12일 로이드 TSB는 두바이 아파트에 대한 모기지론을 전면 중단했다. 빌라에 대해서는 시세의 80%까지 대출해 주던 것을 50%까지만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HSBC는 개인 대출 대상을 월 2만디르함(5445달러) 이상의 소득자로 한정했다.

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nomy.co.kr)

사진설명-두바이의 Skeikh Zayed road 건설현장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