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약품, 두산건설, 현대엘리베이터 등 유수 기업의 주가 하락 위험이 대두됐다. 유상증자 발표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이후, 급락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지속 가능 경영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 투자가 목적이라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부실 증자가 증가하고 있는 요즘, 실권주를 고를 때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증시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실권주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11월, 기업공개(IPO) 시장에 갈 곳 없는 자금이 몰린데 이어 유상증자 실권주 시장에도 1조원 대의 거금이 유입됐다. 일반 공모의 경우, 할인율을 적용받아 우량 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들어 부실 증자 사례가 늘고 있어 시장에 ‘주의보’가 발령됐다. 실권주를 고를 때는 주가 추이, 기업 재무 상황, 추후 사업 전망, 증자 목적을 면밀히 살펴 봐야한다. 더불어 기존 증자 이력은 어떤지 살펴보고, 증권신고서의 ‘핵심투자알림문’을 확인하자.

12월, 줄줄이 유상증자 발표··· 주가 단기 쇼크 발생

최근 갑작스럽게 유상증자를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단기 충격을 받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던 한미약품은 다음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대비 –2500원(-1.97%) 하락한 12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2월 들어, 가까스로 쇼크를 극복하는 모습이지만, 성장 모멘텀을 잃은 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제약업계 우량주로 손꼽히던 한미약품은 최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기존 발행주식 828만 여주의 12% 수준인 100만주를 유상증자하기로 의결했다. 이 중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실권주는 일반 공모한다. 신주가 발행되면 총 주식 수는 현재보다 17.7% 증가한다.

할인율은 20%를 적용했다. 배정 기준일은 12월 17일, 납입일은 내년 2월 10일이며 신주는 2014년 2월 21일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증자를 통해 한미약품은 LAPS-Exendin4, LAPS-Insulin(바이오 당뇨신약), HM61713, HM781-36B(차세대 표적항암제) 등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시험과 글로벌 진출용 생산설비 증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측은 "제약산업이 글로벌화되고 있어 대규모 자금 조달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2~3년 동안 탄탄한 실적을 다져놓은 한미약품이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실권주에의 투자는 불안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의 3분기 영업이익은 152억원으로 전년 대비 –27.6% 떨어졌다. 한미정밀화학 OP 부진(5억원 적자) 폭이 컸고, R&D 비용 집행이 예상보다 증가한 것이 주된 이유다. 또 중국제약 시장 규제에 따른 북경한미 단기 성장 둔화 우려감이 부각되며 하락세를 보였다.

한미약품은 지난 11월 28일에 내놓은 증권신고서에 ‘핵심투자위험 알림문’을 함께 공시했다. ‘본 건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한 당사의 주식가치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상기 투자 위험요소 이외에 기재된 정보에만 의존하여 투자 판단을 해서는 안 되며, 투자자 여러분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야 함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알림문에는 사업 위험, 회사 위험, 기타 투자위험을 기재, 투자자들에게 투자 시 숙지를 당부하고 있다.

‘핵심투자알림문’을 아시나요?

지난 11월 27일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주가 폭락을 이어가고 있다. 유상증자는 내년 초 만기가 돌아올 파생상품 손실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600만주(21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28일 5만28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일주일 동안 하락 행진을 이어가 4일 4만6600원까지 떨어졌다.

유상증자가 결정되자 2대 주주의 반발을 사는 등 내부에서도 ‘증자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아게 측은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더 이상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5월 30일 160만주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우리사주조합 20%, 일반 공모 80% 비율로 나눴고, 100% 배정됐다. 발표 당일 7만9200원을 최고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건설 주가 역시 갑작스러운 감자 결정과 유상증자로 흔들리고 있다. 두산건설은 결손금을 없애기 위해 지난 11월 25일 보통주 10주를 1주로 합치는 감자를 발표했다. 감자에 이어 최근 유상증자도 고려 중이다. 25일 2180원(종가 기준)이었던 두산건설의 주가는 감자·유상증자 발표 이후, 1615원까지 떨어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연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4000억원을 확보키로 했다. 구체적인 전환 요건과 상환 조건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두산건설이 2년 내에 갚아야 할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잔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두산건설은 낮은 신용등급(BBB+)으로 인해 회사채 신규 발행은 물론 차환도 어려운 상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지난 8월 산업은행에 “회사채 신속 인수 대상에 넣어달라”고 요청했지만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올 들어 세 번째인 두산건설의 유상증자 결정으로 투자자의 불안이 다시 커졌다. 유상증자 후 주가 하락풍(風)을 맞았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건설은 렉스콘을 1대 0 비율로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3월 8일과 4월 10일 한 달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7억4930만5825주를 주 당 5000원에 증자한 바 있다. 규모는 3조7465억2912만5000원에 이른다.

4월 10일에 실시했던 유상증자는 1억6666만6667주 규모로 이뤄졌으나, 우리사주조합 배정분 20% 중 16.7%, 구 주주배정 분 80% 중 65.1%만 인수가 이뤄져 18.2% 실권율을 기록했다.

투자 명암이 엇갈리는 실권주, 어떻게 골라야 하나

유상증자 이슈는 투자 시, 반드시 체크하고 넘어가야 요소 중 하나이다. 기업은 재원 마련을 위해서 전환사채(CB) 발행,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유상증자, 출자전환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쓴다. 그 중 회사가 유상증자를 하는 내부적 목적은 설비·운전 자금 조달, 부채 상환, 재무구조 개선, 경영권 확보가 있고, 대외적으로는 자본 대형화에 의한 공신력 제고, 원활한 주식 거래 유도 등이 있다.

기업이 회사를 운영하는데 이익이 많이 나서 잉여금이 넘친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적자 전환, 경영권 위협 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은 손쉽게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유상증자를 선택한다. 올 들어 유상증자를 한 기업 목록만 봐도 그렇다.

2013년 11월 19일까지, 올 한 해 동안에만 297건의 유상증자가 있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만 97개 기업이 유상증자를 실행했고, 코스닥시장은 200건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 포함된 다(多)유상증자 기업은 대양금속(5건), 범양건영(4건), 대한해운(3건), 동양건설(3건), 대성산업(2건), 벽산건설(2건), 키스톤글로벌(2건), 두산건설(2건), 남광토건(2건), 이코리아리츠(2건) 등이다.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적자 혹은 경영권 방어 이슈에 시달렸다.

증자 규모가 가장 컸던 기업은 웅진홀딩스로 지난 4뤌 12일 5억8263만9158주를 1주당 500원에 증자해 2913억원을 끌어모았다. 2012년 9월 웅진홀딩스는 기업회생(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1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4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 부었다. 지난 2일에 발표한 유상증자도 부실고를 채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웅진홀딩스는 2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24만9707주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신주발행 가액은 500원으로 총 1억2485만원 규모다. 신주의 상장예정일은 2014년 1월 13일이다.

재무 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기업이 주주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기존 주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인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실권주를 일반 투자자가 인수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하락하고,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하락한다.

때문에 실권주에 투자할 때는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적자 탈피 혹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남용하는지, 증자 목적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1)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발행공시-증권신고의 ‘증권신고서’에서 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어디에 쓰는지, 2) 실권율이 높은지, 3) 기존 증자 이력은 어떤지, 4) 해당 기업에서 내놓은 ‘핵심투자위험알림문’에서 증자 주체가 스스로 자각하는 투자 위험은 어떤지 확인해야 한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의 유상증자는 물론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이어지는 유상증자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좋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며 "특히 유상증자를 갑작스럽게 발표해 주가에 충격을 주고, 기존 투자자들에게 자금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설명했다.